그림자
고흐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대중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도 결이 같은 이유가 아닐까? 작품 이곳저곳에 숨겨진 그의 그림자를 발견한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그림자를 숨기고픈 사람의 본능을 느꼈고, 고흐의 의존적인 모습, 불안정한 모습에서 위안을 받기도 했다.
정철, 영혼의 친구, 반고흐』, 인문산책, 2021
물론, 처음부터 그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의 행보만 들었을 때는 광기에 잡아먹힌 사람 같았으니까. 그러나 『영혼의 친구, 반고흐』를 읽으며 점점 여린 빈센트 반 고흐와 마주하게 되었다.
목회자에서 화가로 전향하며 테오에게 상당한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고, 식비까지 창작비용에 쏟아부은 그였기에 허기와 병을 달고 살았다. 얼마나 두렵고, 좌절되고,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이런 그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치지만, 자신을 위해 힘써주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들에 부응하기 위에 발버둥 치며 애썼을 그 모습에서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영혼의 친구, 반 고흐』는 저자가 정말 “발로 뛰어” 수집한 자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교양서에 비해 몰입도가 높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직업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해외 근무를 하던 중 우연하게도 빈센트가 살고 활동했던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직접 그 공간에 가볼 수 있었다고.
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부터 고흐가 태어난 곳 ~ 죽음을 맞이한 곳 전부 지도화하고, 챕터별로 마지막에 중요한 건물, 장소에 대해 다루고, 새로운 챕터가 시작하기 전 고흐의 자화상을 싣고, 고흐의 작품이 세상에 어떻게 알려질 수 있었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저자가 부단히 노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는 나조차도 몰랐던 고흐의 내면 안에 숨겨진 여린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었다. 앞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더 깊이 있는 작품 해석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책을 접하게 될 대중들도 고흐의 작품과 편지 속에 숨겨진 여린 그림자들을 마주하고 공감하며, 위로받고, 고흐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