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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와 비평][GB24] (39) 하십 아흐메드 Haseeb Ahmed

송가희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는 미술계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이 방대한 규모의 전시를 온전히 즐기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본 연재는 《2024 15회 광주비엔날레》(2024.9.7-12.1)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것이 기획의 의도이다. 본 지면에서는 ‘광주비엔날레’가 아닌 전시 참여작가의 ‘개별 작업’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 글이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작품 세계에 보다 가까워지는 경험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2024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작품론
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2024 9.7 - 12.1



하십 아흐메드 : 시간을 종횡무진 횡단하기


송가희

하십 아흐메드 (Haseeb Ahmed,1985-)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태어나 브뤼셀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1) 아흐메드는 자연, 고대 설화 등을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실험하며 연구와 협업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사고 메커니즘과 환경을 대비하며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시간적 횡단 작업으로도 읽힌다. 그는 안트베르펜 대학(University of Antwerp)에서 박사 학위, 시카고 예술대학교(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조각 및 건축학 학사 학위, 그리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에서 시각 예술을 석사 졸업했다. 

아흐메드는 비가시적 물질들을 보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아흐메드가 바람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해 온 것에서 잘 나타난다. 그의 <바람알The Wind Egg>(2016) 프로젝트는 3년간의 연구에 걸쳐 2016년 5월 4일, 나토 본 카르만 유체역학 연구소(NATO von Karman Institute for Fluid Dynamics, VKI)에서 설치물과 39분짜리 영상 <바람알>(2016)으로 처음 공개되었다.2) 영상에는 작가가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실험한 과정이 담겨있다. 아흐메드는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풍동(Wind Tunnel)’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바람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람알(Wind Egg)’은 수 천년 전, 고대 이집트와 아랍, 인도와 중국 문화권에서 동물과 사람이 바람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전설 및 기록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3) 이 개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식물학자 콘웨이 지르클(Conway Zirkle, 1895-1972)의 논문 「바람에 의해 임신한 동물들 Animals Impregnanted by the Wind」(May, 1936)에는 이러한 바람알과 관련된 고대 기록과 문헌 등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이처럼 명예로운 역사를 가진 과학적 오류는 거의 없었다(Indeed few scientific errors have had such an honorable history)”고 말하며 세계 각국의 철학자, 지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이 바람알 개념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을 밝힌다.4) 이처럼 작가는 <바람알>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과학으로 입증하기 힘든 고대 신앙을 현대의 기술로 실험하고자 했다. 작가를 비롯한 연구소 사람들은 먼저 고대 설화에서 바람으로 번식하는 동물로 전해져 내려오는 독수리를 직접 데려와 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이를 풍동으로 보내 바람이 독수리 소리를 달걀로 전달하게 했으며, 달걀 안에 마이크를 넣어 얼마나 많은 양의 바람이 달걀 안으로 들어오는지 측정했다.

이러한 작가의 바람 실험은 바람의 흐름 자체를 시각화한 작품 <바람 아바타Wind Avatar>(2015-2019)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바람의 움직임이 마치 사람의 얼굴과 같은 형태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는 풍동에서 델타 날개의 각도를 변경하며 바람에 표정을 부여하며 바람에 인격과 서사를 부여했다. 

이번 비엔날레 갤러리5에서 볼 수 있는 아흐메드의 작품 <주식 날씨 Ⅲ Stock WeatherⅢ>(2024)(도판 1)는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을 대표하는 주식 전광판과 자연의 바람을 한 데 엮었다. 이는 <주식 날씨 I Stock Weather I>(2020) <주식 날씨 II Stock Weather II>(2022)에 이은 연작이기도 하다. 이전 연작들 모두 모래와 그 모래를 촬영하는 카메라에 의한 사막 같은 화면, 화면 하단에 표시되는 주식 지수 등 구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주식 날씨 Ⅲ>(2024)는 확실히 그 크기가 커졌으며, 모니터의 수도 많아졌다. 또한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지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관람객들은 나무판 위를 걸으며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둥그렇게 에워싼 모니터들을 보게 된다. 화면 상단에는 마치 일출 혹은 일몰처럼 보이는 듯한 옅은 파란색과 주황색이 은은하게 깔려있다. 화면의 중간에는 사막처럼 보이는 모래가 보이고, 하단에는 전 세계의 주식의 실시간 주가가 표시된다. 관람객의 발아래에는 모래와 그 사이를 돌아가는 네 개의 팬(Fan), 그리고 그 모습을 찍고 있는 소형 카메라가 있다. 모니터 화면 중간에 보이는 척박한 모래 지대는 바로 이 카메라가 촬영하는 모래, 그리고 일정하게 돌아가는 팬이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는 금융시장과 바람을 ‘사막’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내고자 했다.5) 모래언덕과 어슴푸레한 배경, 숫자 데이터가 움직이는 화면을 보며 쌓여있는 모래 위 나무판을 지나가는 관람객은 마치 가상의 사막 위에 서있는 것처럼 느낀다. 여기서 모래는 실제 물질로서 전시장에 존재하는 동시에 모니터라는 매체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로 변환된다. 팬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 역시 물질의 속성은 바람임에도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인공적 메커니즘은 숫자 데이터를 통해 보다 확실해진다. 아흐메드는 이 작품 속 재료들로 자연과 인공, 물질과 비물질을 전유시킨다. 그는 실험을 통해 현대 자본시장과 자연의 보이지 않는 구조와 원리를 대조하는 동시에 가시화한다.

이와 같이 아흐메드는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여 고대 신화의 상상적, 몽환적 서사를 현시대에서 증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앞서 말했듯이 시간이 많이 흘러 기록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사실, 즉, 텍스트 뒤의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과거의 믿음들을 끄집어내고 실체화하려는 노력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작가가 꾸준히 작품의 주제로 가져오는 바람과 고대 신화는 신비롭고 몽환적이고 생동감이 있다는 점에서 그 결을 같이 한다. 작가는 이와 같이 입증하기 어려운 허구적 신비들을 입증과 증명이 가능한 현대 과학기술로 가져와 대비시키며 강조하는 것이다. 과거의 허구적 상상을 현재의 가능성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 그 속에서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 이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작가의 종횡무진한 횡단이다. 



- 송가희(1994-) ruby6744@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현재 삼성문화재단에서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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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ID는 다음과 같다. https://haseebahmed.com @haseeb_w_ahmed

2) 그의 <바람의 알 The Wind Egg>(2016) 실험 및 프로젝트는 총 세 번에 걸쳐 전시 및 재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브뤼셀 외각의 나토 본 카르만 유체역학 연구소에서 공개되었다. 두 번째는 브뤼셀의 할란 레비 프로젝트(Harlan Levey Projects)에서의 《Wird》(2016.09.08-2016.10.29), 세 번째는 앤트워프의 M HKA 미술관(M HKA Museum)에서의 《바람 알 Wind Egg》(2018.09.15.-2019.01.06.)였다. 

3) Conway Zirkle, “Animals Impregnanted by the Wind,” Isis 25:1 (May, 1936).

4) Conway Zirkle, “Animals Impregnanted by the Wind,” Isis 25:1 (May, 1936), p.96.

5) 작가가 작품에 관하여 설명한 영상 중 일부 발췌. https://www.instagram.com/harlan_levey_projects/p/DBbbedKo94f




〈주식 날씨Ⅲ〉, 2024, 세계 주식 시장 데이터, 현지의 모래, 나무, 철, 전자 장치, 자체 소프트웨어,
250×400×400cm 제작 : 할란 레비 프로젝트 팀



'미술사와 비평'은 미술사와 비평을 매개하는 여성 연구자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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