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서
메데이아와 '힘에의 의지' 도덕을 넘어선 자기 실현
길을 걷다가 떨어진 현금 만 원을 보았다. 경찰서에 두고 갈까 그 자리에 둘까 고민하다, 혹여나 주인이 찾아올 수 있어 그 자리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가 보니 바람에 위치만 바뀌어 있을 뿐, 그 자리 그대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우리는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내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랐고, 그것이 나쁜 일이며 도덕적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Germán Hernández Amores ,《Medea, con los hijos muertos, huye de Corinto en un carro tirado por dragones》, 1887, Oil on Canvas, 225×166cm
하지만 때로는 이런 도덕적 규범이 개인의 진정한 의지를 억압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가 정한 선악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인물이 바로 그리스 신화의 '메데이아'다. 헤르만 에르난데스 아모레스의 작품 <죽은 아이들과 함께, 드래곤이 끄는 전차를 타고 코린토스로 떠나는 메데이아>를 보면,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눈물은 흘리고 있지 않다. 자신이 죽인 두 아이를 황금 전차에 태우고 떠날 뿐이다. 모든 것이 끝난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동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낸 뒤, 끝내는 자신의 아이들까지 죽인 그녀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메데이아는 마법사로서 황금 양피를 찾으러 온 이아손에게 에로스의 금화살을 맞고 사랑에 빠진다. 이는 신들이 조작한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모든 선택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이아손을 돕기 위해 친족을 배신하고, 그와 함께 떠나며,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식을 살해하는 것까지, 그녀는 스스로 행동 했다.
여기서 니체의 철학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니체는 전통적인 자유의지 개념을 비판하며, 인간의 행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조건들에 의해 제약받는다고 보았다. 동시에 그는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는 개념을 통해, 생명체가 자신의 힘을 확장하고 실현하려는 근본적 충동을 설명했다.
메데이아의 행동을 이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분명 외부 요인(신들의 개입,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에 제약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제약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을 발산했다. 자식을 죽일지 말지 고뇌하는 과정, 이아손을 향한 분노와 복수의 의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남편의 미래를 파괴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도덕을 넘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힘에의 의지'의 발현이었다.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였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이런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했다. 물론 그 방법이 끔찍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 인물이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그림에서 보이지 않지만, 하늘 아래 땅에는 이아손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이아손은 하늘의 신과 대지의 신에게 메데이아에게 복수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신들은 응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양의 신이 전차를 내려보내 그림과 같이 그녀의 피난을 돕는다. 그녀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신들도 안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의 의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환영하지도 않지만 방해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메데이아를 통해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선택들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 것일까? 사회의 규범과 기대에 순응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일까, 아니면 그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자유일까? 물론 메데이아의 극단적인 선택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의지의 순수함,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힘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통해 행동하고 있을까? 그것이 진정 우리 자신의 의지인가, 아니면 타인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가? 라고 말이다.
메데이아는 악녀로 기억되지만, 그녀만큼 자신의 의지에 충실했던 인물도 드물다. 그녀의 이야기는 도덕과 자유,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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