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공예가이신 김성수 교수님의 전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육활동에 몸담고 계시다가 현재 미국에 거주하시며 여러 초대전으로 우리나라의 옻칠공예를 널리 알리시는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올해 봄에 고국의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새로운 장르의 `옻칠화`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전시를 갖게 되셨음을 알려드리며, 아래의 작가님 약력과 미국 평론가의 글로 소개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 김성수의 칠예
나전칠기의 본고장 통영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낸 것이 칠예가로서의 "끼" 를 기르게 된 것 같다.
한 친척아저씨의 권유로 도립 경상남도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에 입학하여 2년 동안 디자인 및 칠공예기법을 익혔다. 도립 나전칠기양성소가 설립된 동기는 6.25 동란으로 정부가 부산으로 피난 와 있을 때 우리전통기술이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예술가와 일부 저명 인사들의 건의에 의해 설립된 관인 기술양성 기관이다. 수료 후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그 맥을 끊지 안으려고 부산에 있는 통영칠기사에서 장인 기질을 키웠다.
졸업 후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소장으로 근무하던 김봉용옹(인간문화재 제 10호, 나전장)으로부터 강사위촉을 받아 내가 수료한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1956년 - 1962년 2월까지) 내가 담당한 과목은 나전기법실습, 옻칠기법실습, 디자인(도안), 정밀묘사, 공예사 등의 과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론과 실기에 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더 배워야 되겠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1962년 3월에 상경하여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국전출품 첫해(국전 제12회, 1963년) 문갑을 출품하여 공예부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 후 연 4회 특선이라는 행운이 이어졌다. 국전 추천작가가 되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1969년 홍익대학교 공예학부 전임강사 임명장을 받아 대학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기회가 닿아 1973 - 197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정부파견으로 아프리카 북단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Tunisia에서 우리나라 칠공예를 지도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서구 여러 나라 문화를 접할 수 있었으며 서구의 몇 작가와도 창작활동을 같이 하였다. 나의 임무가 끝난 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작가와 함께 창작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얻은 것도 많았다. 그때부터 전통 나전칠로 만들어지는 예술품이 왜 공예 영역에 국한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 것에 대한 애착과 아름다움도 재발견하게 되었다. 귀국하여 우리나라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작에 전념하면서 국전 초대작가로 활동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현대미술 초대전에 매년 출품하면서 우리전통을 바탕으로 새롭게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77년 6월 14일부터 6월 19일까지 신세계 미술관에서 새롭게 개발한 상감목칠 공예전을 개최하였다. 이 전시회를 계기로 국립영화제작소에서 가구공예 영화(16mm/20Time/Color)를 제작하였으며 1986년 서울 신세계 미술관 초대 목상감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1987년 서울 잠실 호텔 롯데월드로부터 조형물 제작의뢰를 받고 역사상 유례없는 나전칠로 된 대형 조형물을 1988년에 설치하였다. 천장화 - 우주, 벽화 - 웅비, 천지 등의 작품을 전통나전기법인 "끊음질"을 새롭게 형상화하여 조형물을 설치하였다. 조형물 설치작업을 하면서부터 전통나전칠기에 기반을 둔 새 장르의 한국칠화를 구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교직생활과 사회봉사활동 등의 바쁜 일정으로 인하여 칠화 작품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였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큰딸과 이따금 전화통화를 할 때면 창작생활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무의식 중에 자주 한 것 같다. 내 말을 새겨들은 큰딸의 초청으로 1998년 영주권을 취득하여 미국에 살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어하던 한국의 옻칠화(Ott painting) 연구에 전념하게 되었다. 우리 전통에 기반을 둔 옻칠화를 최초로 미주 중앙일보가 초청하고 LA와 뉴욕 한국문화원이 후원하는 미주 중앙일보 창간 28돌, 이민 100주년 기념 현대옻칠화전을 2002년 LA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하였으며, 2003년에는 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개최하였다. 주최측은 한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인 나전칠의 전통기법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옻칠화를 교민은 물론 미 주류사회에 알리기 위한 미주 이민 100주년 기념 기획전으로 이루어졌다.
연이어 2004년 5월 19일 - 5월 30일까지 본국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작품의 성격을 Section 1, 2, 3로 구분하여 기획한 옻칠화 개인전을 갖는다.
Section 1은 "서구 액자와의 조화" 라는 주제로 2004년 미주 이민 100주년 기념전을 계기로 하여 옻칠만이 가지고 있는 광채, 장식성, 조각미 등 세가지의 미학적인 특성을 살려 액자와 고급 매트에 접목시켰다. 이것은 회화작품의 액자에 대한 논쟁과는 달리 옻칠의 특성상 잘 융해된 동서의 조화이다.
Section 2는 "전통의 현대화" 라는 주제로 옻칠화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함에 있어서 옻칠화의 독특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전통으로부터 다양한 표현기법과 옻칠의 재료적 특성을 살려 별도의 재료에 의한 액자(테)를 배제하고 미래지향적인 "한국 옻칠화" 만의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Section 3은 "대중 앞으로 가까이" 란 주제 아래 동일한 밑그림을 배치하고 색채와 질감의 변화로 한점 한점을 차별화 하였으며 몇점 중 몇 번째 작품이란 기록을 낙관과 함께 작품에 표시하여 하나의 판넬에 배열하여 전시효과를 극대화 하였다.
옻칠화는 수천 년 동안 민족예술로 전통을 이어온 나전칠기와 채화칠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영역의 한국 옻칠화이므로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 앞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민중예술로 그 활로를 확장하기 위한 착상에서 계획된 것이다.
< 2002. 9. 김 성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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