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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미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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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미경展


★게하르트 판 데어 그린텐


깨어있음은 꿈을 해몽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일까? - Jonathan Safran Foer -


이 모든 것은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불행이 전혀 없어 보인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고, 평화로우며, 명상에 잠겨 있으며, 그러면서도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재 면에서 적지 않은 작품들이 공간 속에서 온화함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소재의 응용에 근거하고 있다. 작품의 윤곽은 뚜렷한 음영을 던지면서 배경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것 또한 대단히 온화한 모습으로 있다. 그리하여 이 모든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고, 모든 것들과 관련을 맺으며 채색된 사각형의 모습을 띈 철저히 조형적 모습을 갖게 된다. 여기에서 일시적으로 대상과 회화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대상들은 구체적이고, 촉감을 느낄 수 있게 가까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비밀을 간직한 채 있는 것처럼, 대상들도 자신들의 비밀을 거의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규모가 큰 작품 또한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내적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


어떤 작품들은 동물들을, 어떤 작품들은 집들을 보여주거나 혹은 적어도 인간의 거주를 일깨워주는 것들, 박공, 창문, 창문위에 가로댄 나무 등과 같은 소묘적-회화적이면서 건축적인 구조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거주자들은 표현하지 않고 있다. 작품에는 건물의 외관과 농가의 무리들을 통한 도시풍경 전체의 표현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아마도 이들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많은 특색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이것들은 서양적인 의미의 공간구성에 기초하지 않고, 오히려 동양적인 전통에 따라 화면공간 높이로 쌓아 놓거나 모든 방향으로 향하는 다차원적인 원근법으로 산재해 놓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성이 소실점을 간직하고 있지 않음으로서 그 가장 깊숙한 곳으로 닿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주변 공간이 간직하고 있는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화면 위의 여기저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때로는 채색이 되고, 때로는 밝게 빛나는 점들과 꽃들, 별들의 일부는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고, 일부는 넓게 흩어져 있으며, 일부는 스탬프로 찍은 것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는 동물들이 있다. 작품에는 인간의 형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은 존재 그 자체로 온전히 현존하고 있으며, 동물 못지않은 동물의 생기가 느껴진다. 곰, 표범, 소, 영양 등과 같은 동물들은 최소한의 윤곽으로만 표현되고 있으며, 단색으로 어렴풋이 빛나는 배경 속에서 색조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소묘와 회화적인 것이 여기에서 끊임없이 하나로 향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경계를 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작품들도 전체적으로 둘 또는 세 개의 색조로 축약되고 있으며, 매우 드물게 강렬한 빛의 색조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작품들은 회화적인 열광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으며, 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내용을 감추고자 한 표현인 듯 보인다.


그럼에도 석미경 작가는 이처럼 전적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축소시킨 생물체를 대단히 변화롭고 섬세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하나의 대상은 감상자와 마주하면서 그 존재감을 완전히 드러내는 반면, 여러 대상들은 - 이것은 분명 일종의 동물로 보이는데 - 세련된 관계, 친숙한 관계로 발전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계는 친밀감, 배려, 공유를 의미한다. 비록 모든 움직임이 억제되어 있고, 암시에 그치고 있으면서 어떤 이해관계도 여기에서 생겨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직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만이 여기에서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밖의 것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전적으로 작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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