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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雨連)한 공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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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雨連)한 공간>“해우소에 앉아 떨어지는 빗물 소리를 듣는 것을 사랑한다. (중략) 빗물이 석등바닥을 씻고 디딤돌 주위의 이끼에 신선함을 더해갈 때, 그곳에서는 누구나 처마와 나무로 부터 떨어져 지표로 스미는 물방울의 친근함을 들을 수 있다.” - 준 이치로 타니자키 <그림자 예찬> 중 70 여 년 전 타니자키는 인간으로부터 자연의 생동과 교감을 허락하는 동양 건축의 미학을 찬양 한 바 있다. 이 같은 자연과 건축물의 화합에 대한 낭만적 수사는 당대 서구 건축양식의 유입과 무분별한 수용으로 말미암은, 급격한 주거생활양식의 변화, 자연환경으로부터 철저히 경계 지어져 그 생동을 잃어가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이후로 많은 현대 건축가들이 안과 밖 그리고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건축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현대 건축물이 인간으로부터 빼앗아 가버린 자연의 시계(빛, 바람)를 되찾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건축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어느 정도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니자키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았던 빗물방울이 지표로 스미며 남겼던 그 소리는 여전히 우리의 귓가에 들려오지 않는다. 현대 건축물에 있어 ‘빗물’은 여전히 그것으로부터 격리되어 배출 되어야 하는 계륵 같은 존재이다. 건축가에게 있어 건축물의 완전한 방습과 제습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며 ‘누수’는 곧 ‘결함’이다. 성북예술창작센터 옥상 빗물 배수관에 연결된 호스는 그 옆 옥상을 연결하는 계단에 설치 된 PVC 파이프와 체결된다. 4층 옥상에서 2층에 위치한 갤러리로 이어지는 이 새로운 빗물 혈관은 갤러리 천정에 노출되어 있는 기존의 배기관을 에둘러 갤러리 모퉁이에 다다른다. 그리고 단절된 혈관의 끝머리를 작은 욕조가 떠받친다. 우천 시 파이프를 따라 갤러리 내로 유입되는 빗물은 관 하단 부의 의도된 20개의 작은 구멍들을 통해 낙하하고 그 아래 놓여진 20개의 양동이와 욕조에 수집된다. <우연(雨連)한 공간>은 지금껏 그 수용자로 부터 제거되어 오기만 한 ‘빗물’을 현대 건축물 안에서 품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기 위한 다소 엉뚱한 제안서이다. 건축물 안에서 물을 담아 순환 혹은 배출 시키는 기초 부속물(파이프)에 의도적인 상처를 가해 ‘누수’를 발생 시키고 그 빗물을 저장하여 재활용한다. <우연한 공간>은 이 과정을 통해 제기 될 수 있는 상호 모순적 가치들이, ‘건축적 결함’과 ‘부족한 자원의 재활용’등, 공존하는 ‘양가적 공간’이다. ‘비’라는 자연현상의 결과물이 이 전시의 주된 소재인 만큼 전시가 활성화되는 조건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시 기간 중 관객들이 갤러리 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주어질 지는 그야말로 ‘하늘의 뜻’에 달렸다. 이 같은 ‘시간 특수적’ 혹은 ‘해프닝적’ 전시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시장 한켠에서는 ‘비 오늘 날’ 촬영된 전시장의 전경을 담은 비디오 다큐멘테이션이 상영된다. 그리고 사용된 수돗물 전체가 옥상 텃밭에서의 경작을 위해 재활용 된다는 전제로 1회의 시연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수집된 빗물들은 재활용 생수통에 담겨 보관되고 옥상에서 진행 중인 텃밭모임의 가을 갈수기 파종에 필요한 수자원으로 활용된다.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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