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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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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낯익은 소재의 화려한 변주

최향의 몽환적 '파꽃 여행'




갤러리송아당은 2012년 12월 6일부터 31일까지 최향 초대전을 개최합니다.


최향의 파꽃 연작들은 평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에 강렬한 색채가 더해져 '파'라는 흔한 소재를 화려하게, 때로는 몽환적으로 변주시키는 작품입니다. 파의 잎이나 대는 평면적인 붓질로 단순하게 표현한 반면, '꽃'은 유화물감을 떠낸 나이프를 사용하여 뾰족한 원추형의 돌기를 형성하며 소박한 파꽃의 입체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부각시켰습니다. 넓고 평평한 캔버스를 가득 채운 파꽃들은 평면에서 솟아나 있는 형상을 가짐으로써 사실적이고 깊이 있는 공간감을 보여주게 됩니다.


최향은 황량한 들판에 피어있던 파꽃 군락을 만난 날을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매료된 이후 그녀를 자극하던 울림을 캔버스로 옮겨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화려하고 이색적인 파꽃 정원을 가꾸어 가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최향은 지금까지 18번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이번 최향 초대전은 지난 2010년 3월 이후 서울에서는 2년 여 만에 열리는 전시이며, 작가 본인의 독특한 페인팅 방식인 '페인팅 나이프'를 2011년 5월 특허로 등록한 바 있습니다.




[작품평론] 파꽃 환상 (김영호)


화가 최향이 파꽃을 그리는 방식은 개성적이다. 그는 꽃의 이미지를 조형적 언어로 나타내기 위해 붓질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의 주된 표현기법은 튜브에서 직접 짜낸 물감을 나이프 끝에 올려 화면에 찍기를 반복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파꽃의 이미지는 독특한 물성과 질감을 지니게 된다. 캔버스 표면으로 촘촘히 찍혀 돌출된 물감은 마치 잘 익은 열대과일의 표면처럼 볼륨감을 나타낸다. 손 끝에 닿으면 부서질 것 같은 물감의 돌기(突起)들은 시각에 호소하면서도 촉각적인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그의 작업이 '그리기'의 차원을 넘어 '찍어내기'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전래적 회화와는 다른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최향의 파꽃 그림은 반복적 행위가 파생시킨 이미지이다. 나이프로 물감을 눌러 찍어내는 반복적 행위가 그의 캔버스 표면에 리듬감을 만들고 시선을 긴장케 한다. 캔버스 표면과 나이프 사이에서 태어난 물감의 층은 멀리 떠있는 달의 이미지와 더불어 어느덧 환상적 형태의 풍경이 된다. 그것은 반복적 누름 행위가 남긴 비늘이며 시간과 더불어 응고된 물감은 그 반복적 행위의 기억을 끌어안고 있다. 결국 최향의 그림은 캔버스에 얹혀진 무수한 반점들이 응고되어 형성된 부조적 회화의 형식을 개척하고 있다.




[작가노트] 파꽃은 바람에 흩날리고..


내 마음의 평정을 찾아 나선 오후 석양의 한 벌판에서 철이 지나가고 있는 파 군락을 만났다.  

사람들이 파씨를 받기 위해 남겨둔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파들은 제 온 몸을 다해 마지막 꽃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것은 꽃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다.  시들어가는 파가 마지막 씨앗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으로, 마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듣는 듯한 착각으로 내게 다가왔다.  끝을 맺음으로써 제 한 몸을 다 바쳐 다음 생을 잉태하는 환생의 그림자를 보았다고나 할까.


무릇 ‘꽃’ 이라고 하는 것은 피었을 때가 절정이고 지고 나면 그만이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파는 제 한생을 다하다 마지막 가는 길에 씨를 남기기 위해 피어난다.  다른 꽃들처럼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지만, 내게는 천상의 아름다움보다 더 깊은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황량한 들판! 말라비틀어진 몸체와 극적인 대비 혹은 조화를 이루는 양파의 모습은 세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당신도 또 다른 희망의 꽃을 피울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론 상처받고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여린 예술가에게는 신이 전하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마치 그 고통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보내준 구원의 천사처럼도 여겨졌다.  내게 있어 파꽃은 내 삶의 일부이고 벗이다.  나는 화실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공간에서 함께 음악을 듣기도 하면서 내 자신이 파꽃인 양 일체감을 맛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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