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3-07-17 ~ 2013-07-23
무료
+82.2.737.4678
갤러리 도스 기획
김유경 ‘아무도 살지 않는 곳'展
long way, 81cm×81cm, 한지에 먹, 2013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 김유경 ‘아무도 살지 않는 곳'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 전시기간:2013. 7. 17(수) ~2013. 7. 23 (화) 7일간
2. 기획의도 및 전시내용
탈색된 흔적의 도시
현재를 살아가기 급급한 나머지 우리는 미쳐 눈앞의 위기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문명의 이기에 따른 인공물의 범람과 자연성의 부재,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소외는 결국 현대인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일상의 관성에 짓눌린 우리는 스스로를 점차 갉아먹는 위험에 대해 비판의식조차 갖기 힘들다. 김유경은 동양화가 가진 진지한 언어를 통해 이러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한다. 안개가 자욱한 도시의 풍경 안에서 결국 남겨진 것은 시공간을 넘어 밀려드는 빈 껍질과 같은 공허함이다. 어느 것 하나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은 죽음과도 같은 고요함은 작가에게는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의 실마리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폐허와 같은 단어 안에는 수면 위에서 일렁이는 허구가 아닌 우리의 마음이 진정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실체 즉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다.
live, 64cm×100cm, 한지에 먹, 2013
김유경이 보여주는 내밀한 풍경들은 정지되어 있기보다는 미묘하게 살아 움직이는 찰나의 시점을 갖는다. 흩뿌려진 먹 점들이 서서히 부유하는 화면 안에서 대상의 실루엣은 흐려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점점 더 분명히 또렷해지고 있는 지 사실 알 수가 없다. 작가는 고정됨 없이 그 중간의 경계점이 가지는 애매함을 즐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내면의 억압된 감정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풍경 전반에 걸친 관조적인 시선은 본인이 가진 현대인으로써의 자아를 한걸음 떼어내기 위함이다. 이는 인기척이 없는 잔상으로 인한 불안한 심리를 더 증폭시킨다. 하지만 '0'이 모든 것이 끝이자 새로운 시작인 것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은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유경은 절망 안에서 희망을 본다.
작가는 먹을 두텁게 중첩시켜 묵직한 언어를 만드는데 이런 기법의 특성상 세밀한 표현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수묵이 만들어내는 담백한 모노톤은 화면에 차분한 기조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색 바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타오르듯 허물어지듯 부정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극된 내면의 불안한 감성은 마치 악몽을 꾼 듯 한 기분을 들게 한다. 작가가 제공하는 장소와 상황에 대한 제한된 정보는 이를 더욱 자극한다. 하지만 결국 화면의 침묵을 언어로 이어주는데 가장 중점이 되는 요소는 먹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변화이다. 종이 위에 작은 알갱이 같은 물질이기 이전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에 의한 흔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작가가 먹을 찍어 바르는 행위는 진정한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 위함 몸짓이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인 것이다. 번져나가는 흑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여백은 자아와 타아 혹은 배경과 사물의 구분 없이 서로 어우러져 풍경에 대한 감각만을 순수하게 전달한다. 이는 흑과 백의 조화와 더불어 내적인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작품에서 보여주는 익숙하면서 낯설음, 그리고 두려움 같은 유기적인 심상은 김유경 특유의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night, 81cm×81cm, 한지에 먹, 2012
아무도 살지 않는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현대인의 실존을 투영한 본질적 재현을 전제로 한다. 동양화 특유의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자하는 접근방법은 현대의 풍경화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불분명한 시공간 안에서 그녀가 포착하려는 찰나는 사라지고 소멸하고 다시 생성하는 자연의 섭리의 순환선 상에 놓여 있으며 이런 모호함은 잔상처럼 우리의 뇌리에 남는다. 탈 중심적이면서도 집적된 먹의 조용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내면의 심상은 잔잔한 파동이 되어 우리를 동요시킨다. 어둡게 흐르는 수묵의 정서를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깊숙한 상실감을 불러내려는 김유경의 작품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포근한 위로로 돌아오는 것이다.
3. 작가 노트
아무도 살지 않는 곳
모든 것은 사라지고 소멸한다. 풍경은 형태가 갖추어져 평면 속에 실루엣으로 드러나지만 곧 흔들리고 심지어는 여백으로 남아 외롭고 공허한 감수성마저 드러낸다. 모두 타버려 재가 되었거나 흔적을 남기며 타고 있는 중이다. 완전히 소멸되지 못한 그 곳은 임시적 거처의 기능도 할 수 없다. 마치 화재이후 모든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 한 풍경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정지된 낮과 밤 같다. 그 목격의 현장에서 안개가 걷히면서 서서히 드러내는 찰나를 묘사하고 실루엣만으로 그 존재의 모호성이 더욱더 짙어진다. 아무도 살지 않고 살 수 없는 공간으로 소멸되고 있지만 죽음과 끝남이 아닌 또 다른 의미에 있어 그 곳은 살아있다. 또한 그 공간들은 모성적이다. 그 곳은 숲과 같은 자연이 될 수도 있으며 특정한 공간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꿈속의 장소인 것처럼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흐릿하게 물 위에 부유하고 있다. 물은 인간의 원초적 감성이고 고향이다. 집이나 숲이 물 위에 부유함으로써 가볼 수 없는 낙원의 환영이다. 그 곳은 두렵고 죽음충동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정된 주체가 없으며 구체적이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 꿈속에서 막 깨었을 때 아직도 어리어리 남아있는 어슴푸레한 풍경 같다. 잔상이 만들어내는 불안한 심리와 색이 배제된 모노타입의 흑과 백만이 남아 있다.
풍경에서 보여주는 삶의 자리는 ‘임시적으로’ 모여 사는 장소로서의 철거촌이나 무인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거주’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소멸될 수조차 없는 ‘불에 타다만’ 흔적들은 어떤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더 이상 임시적 거처도 될 수 없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그 곳을 통해 임시적 거처, 불안정한 거주지, 실존과 맞물려 있는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nightmare, 73cm×59cm, 한지에 먹, 2013
우리가 과거에 보고 느낀 것들은 우리의 인식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수도 있다. 인식하는 것과 실재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간극의 풍경들은 초점이 나간 현실 속의 대상으로 더욱 모호하고 더 불분명한 장소로 그려진다. 상대에게 정확한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 실루엣을 하고 주변에는 습한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만 있을 뿐이다. 고요하고 조용함을 넘어 적막마저 느껴진다. 적막하고 내밀한 풍경을 통해 친숙하고 낯선 감정들이 나의 시선의 안쪽으로 들어온다. 이 때 우리는 내면과 외부의 타자들을 조용히 그리고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공허하고 탈색된 풍경을 오늘날 우리 삶이 처한 ‘위기’가 드러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우리네 삶에 대한 허구적 실체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타자화 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치 유령 섬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그 풍경들은 더욱더 서늘한 분위기를 갖는다.
4. 작가 약력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13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갤러리 도스, 서울
단체전
2013 멘토링展, 신세계갤러리, 부산
나는 네게 꽃이었고 너는 내게 공기였다, 대안공간 눈, 수원
SDU ART PRIZE, 세종문화회관, 서울
신진작가 2인전, 줌갤러리, 서울
2012 호접몽, 이노갤러리, 서울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1 light room, Nabia Art nature gellery, 독일
홍익여류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0 유니즌, 성균관대학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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