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90x54cm, 천에 바느질 꼴라쥬, 비즈, 2014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 제미영 ‘길상(吉祥)-아름답고 착한 징조’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 전시기간: 2014. 4. 16 (수) ~ 2014. 4 . 22 (화) 7일간

2. 기획의도 및 전시내용

한땀 한땀 깃든 꽃들의 소망 (갤러리 도스 김미향)

꽃의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아름다움이다. 물론 외적인 아름다움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의미로 함축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 꽃은 동서양의 예술을 막론하고 시적영감을 주는 소재로 자리잡아왔으며 그로부터 수많은 의미가 확산되었다. 특히, 우리의 옛 선조들은 꽃 한 송이에도 격조가 있다고 여겨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민화에는 꽃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길상이라고 하여 번영, 부귀, 행복, 축복 등의 덕담과 관련된 마음의 정표로 사용하였다. 제미영은 예전작업에서 보여주었던 조각보 방식의 이음을 유지하되 그 소재를 일상의 풍경에서 길상으로 옮겨왔다. 회화에서의 붓과 물감의 역할을 바느질과 자투리 천이 대체하면서 옛 전통을 현대적 시각으로 새로이 재구성한다.

모란, 76x128cm, 캔버스에 바느질 꼴라쥬, 비즈, 2014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일상에서의 무사안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길상은 인간의 삶에 대한 욕구와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선조들의 방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다. 사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피고 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민화가 가진 감상의 즐거움이다. 모란은 민화에서 즐겨 그려진 꽃 중 하나이며 호화로운 인상으로 인해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되도록 꽃과 잎을 풍성하게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이다. 눈 속에서도 먼저 피는 매화는 좋은 봄소식을 알리는 의미로, 한여름 아침에 피는 싱그러움을 가진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기 때문에 행복과 다산의 의미로 그려졌다. 이처럼 민화는 불특정 다수의 공감을 표현한 그림이기에 현대의 대중들에게도 좀 더 친숙하게 다가선다. 제미영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꽃과 함께 종이배, 종이비행기와 같은 현대적인 상징물이 등장한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즐겼을 종이 접기라는 행위를 통해 보는 이와 소망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각보는 글자 그대로 조각난 자투리 천들을 모아서 이어놓은 보자기이며 제미영은 여기서 사용된 바느질 기법을 화폭으로 끌어온다. 천에 실을 꿰어 쓰임새 있는 물건을 만드는 과정은 예로부터 여성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왔으며 여성의 노고와 염원이 깃들어 있는 행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가사노동의 하나로 평가 절하되었던 수공예적인 기법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작가들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바느질에는 심미적 가치와 조형적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음이 재인식되어 예술에 있어서 많은 영감과 소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천 위에 노출된 소박한 바늘땀에서 생각의 흐름과 그 구성 과정이 생생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은 물론 그 자체가 반복적인 추상으로 보인다는 점은 충분히 현대적이다.

꽃, 90x54cm, 천에 바느질 꼴라쥬, 비즈, 2014

자투리 천들이 보여주는 투박하면서도 형태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평면적인 구성은 꽃의 상징적 이미지를 강하게 표출한다. 민화가 가진 정교하기보다는 순진하고 소박한 표현 특징이 제미영이 보여주는 바느질과 잘 어우러진다. 전통적인 조각보의 기법을 화면에 적용하는 것은 바탕이 되는 화면에 이질적인 오브제를 붙여 다른 형상을 만드는 현대미술의 표현기법인 꼴라주(collage)로도 설명된다. 면과 면이 봉합되면서 솟아오른 틈 사이에 생기는 미묘하면서 섬세한 볼륨은 화면을 풍부하게 한다. 실과 바늘을 이용해 평면을 입체화시켜서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면서 밋밋한 표면에 촉각적인 질감을 갖게 하는 것은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 면 분할된 조각 천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채와 무늬의 절묘한 조화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이다. 화려한 색채에는 희망에 들떠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며 여백에 더해진 비즈는 긍정적인 기운을 더한다. 이처럼 작가는 전통적 소재를 단순히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색채로 재해석하면서 그 내면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

꽃, 41x53cm, 캔버스에 바느질 꼴라쥬, 비즈, 2014

3. 작가 노트

꽃이 없는 봄을 상상할 수 있을까. 꽃이 없는 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는 영원한 듯 마음을 설레이게 하지만 동시에 그리움과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 되풀이되는 의미 없는 시간들에 지쳐가면서도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항상 행복하기를 바란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온 마음을 담아 행복을 염원해야 한다. 비록 꽃의 시간이 찰나일지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우리는 염원을 담아 내 삶의 행복을 기대해 보아야 한다. 민화는 부귀영화와 무병장수, 다산, 다복, 금슬, 승진 등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민화 속 꽃으로 부귀와 번영, 행복, 축복을 기대했다. 건강과 행복, 가족의 화목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욕망이다. 이른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매화는 청념을 의미하며 모란은 그 자체의 화려함과 탐스러운 자태로 인해 부귀와 행복, 남녀화합을 상징한다.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기에 다산과 장수를 기원한다. 이런 민화 속 꽃의 길상적 의미는 종이배, 종이비행기, 종이학의 숨은 의미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과 현대인들 모두가 바라는 공감대가 있다면 그것은 이루고 싶은 소망, 소원을 빌고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어릴 적 한번쯤은 종이를 접어 만들어봤을 종이배, 종이비행기, 종이학은 이루지 못한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 정성들여 만들어봤던 기억이 있다. 종이배에 희망과 꿈을 담아 물위에 조심스럽게 띄워도 보고, 종이비행기를 고이접어 하늘 높이 날려도 보고, 종이학에 소원을 적어서 나뭇가지에 매달아본 기억을 되살리며 민화 속의 꽃과 함께 시간을 뛰어넘어 한 공간속에 담아본다. 꽃과 종이배, 종이비행기, 종이학이 만나 좋은 기운이 감돌고 비록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알아봐줄 숨은 의미를 점자형식을 빌어서 조심스럽게 적어보았다. 나는 행복을 바란다. 단순하고 유치했던 어린 시절의 종이접기처럼, 민화 속의 꽃을 통해 염원한 것처럼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소원을 전하고 싶다.

-작가노트 中

매화, 24.5x33.5cm, 캔버스에 바느질 꼴라쥬, 비즈, 2014

4. 작가 약력

2002 홍익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2008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4 길상(吉祥) - 아름답고 착한 징조, 갤러리도스, 서울

2012 예술가, 집을 분양하다, 보름산 미술관, 김포

        색깔풍경 – 생경(生硬), 화봉갤러리, 서울

        색깔풍경 – 생경(生硬), 이랜드 스페이스, 서울

2011 조각조각 색깔풍경, 남이섬 갤러리스윙, 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