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4-04-23 ~ 2014-05-03
무료
02-6014-6677
<전시 소개>
가슴과 가슴을 잇는 그리움의 텔레파시
마음은 늘 어렵다. 가슴 울렁거리는 세레나데Serenade 한 소절은 물론이거니와, 다정한 한 마디 위로의 말도, 힘들게 꺼내는 한 토막 사과의 말도 어찌 그리 어색 하고 뻣뻣하기만 한지. 그런데 그게 다 이유가 있다. 진심이 마음의 옆방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옆방에 꼭꼭 숨어서,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려 죽고 싶을 만큼 진땀을 흘릴 즈음에야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차수호 작가는 과묵하다. 그렇다고 주위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다. 씨익 머금는 어색한 미소도 일품이다. 저 미소와 어눌을 섞어서 제법 슬그머니 침묵의 시간들 을 건너간다.
목각인형들이 꼭 그를 닮았다. 바람을 기다리는 아이, 머리에 신호등을 이고 텅 빈 거리에 서 있는 남자, 뻥 뚫린 가슴에 박힌 망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 이, 새장 속에 갇힌 자기 자신을 들고 있는 아이, 닭 벼슬 머리를 하고 졸고 있는 새 인간, 머리에 뿔이 돋은 사슴 소녀………. 모두들 과묵한 인상이다. 입술은 굳 게 다물었고 표정은 한껏 진지하다. 그러나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즈넉이 인형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아이들은 눈으로 말한다. 표정으로 호소한다. 저 작은 몸에 어느 결에 저렇게 시린 사연들이 담기게 된 것일까.
아이들의 이야기는 알 듯 모를 듯, 짐작과 공감 사이를 파고든다. 화난 거니? 슬 픈 거니? 힘든 거니?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 저 아이들의 언어는 ‘옆방의 텔레 파시Telepathy’다. 옆방에서만 통하는 마음의 텔레파시다. 아이들은 마음의 옆방 에 산다. 혹은 숨어서, 혹은 빼꼼 고개를 내밀고, 혹은 씨근씨근 제 분을 십으며, 혹은 담쟁이처럼 실존 자체를 그림자처럼 어둠에 묻으며 마음의 옆방 어딘가에 깃들어 살고 있다.
마음의 옆방은 저 내성적인 실존들의 ‘아고라Agora’다. 일찍이 유치환 시인이 <깃발>에서 갈파하였듯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Nostalgia의 손수건’이다. 누구는 무표정으로 외치고, 무표정으로 견디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바꾼다. 누구는 말없이 사랑을 말하고, 말없이 상심하고, 말없이 마음을 접는다. 누구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는 소리 없이 절규하고, 소리 없이 분노하고, 소리 없이 체념한다.
어쩌면 마음의 옆방은 희망으로 견디고, 절망으로 일어서는 우리들의 ‘거울우주’ 인지 모른다. 어떤 고난에서도 ‘지금, 여기’ 스스로의 실존을 놓지 않는 우리들의 옆모습인지 모른다. 마음의 옆방에 사는 저 아이들이 눈으로 호소하는 텔레파시 는 그리움이다. 닿을 듯 보이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소통,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부재하는 너와 나, 아는 듯 보이지만 하마 알지 못하는 불가지不可知, 저 실 존의 틈에서 그리움은 피어난다.
짙푸른 완도 바다, 저 망망한 일망무제 앞에서 소년은 상상을 키운다. 섬은 바다 안에서 고즈넉하였고, 바다는 동무인 동시에 장벽이었다. 바다의 자장가를 들으 며 자란 작가는 여전히 과묵하고 어눌하다. 작가는 좀체 자신의 가슴 속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는다. 대신 살짝 마음의 옆방, 숨은 쪽문을 열어 보여준다. 여기서부 터는 관객들의 이야기라고, 관객들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어달라고, 가슴에서 가슴으로 따뜻한 봄의 텔레파시를 전해달라고.
송 준|작가·저널리스트
<작가 프로필>
차수호 Cha Su Ho
1970년 8월 15일 전라남도 완도 출생
1997년 2월 조선대 우주항공공학과 졸업
2004년 3월 목조각 전업 선언
2008년 7월 제1회 목각인형 공모전 금상 수상(크라운·해태제과)
2009년 10월 제1회 개인전 <서부리 환상특급>(충북 괴산, 오래된 정미소)
2011년 3월 제2회 개인전 <장지역 우주 게토>(서울, 에코 갤러리)
2011년 8월 우리시대 리얼리즘전 <지워지는 미래>(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2011년 12월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누리 갤러리)
2014년 4월 제3회 개인전 <내 마음의 옆방>(서울, 갤러리 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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