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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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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의 회복을 통한 본질의 의미에 대한 질문



세상의 모든 일에는 변화를 필요로 하는 변곡점의 시기가 있다. 치열한 작가의 삶을 영위하여 순수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작가 문인상의 경우도 이 시기가 도래했음을 본능적으로직감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인상이 이번 전시를 통해 표명하고자 하는 핵심 또한 기존의작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작품이 지닌 존재의미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자신의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의 고민과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인상은 초기의 작업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과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현실과 예술, 전통과 현대의 일그러진 관계를 곱씹는 반추의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삶과 예술에 대한문제인식과 진단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통해 체득한 역사인식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면서도조형의 천착을 통해 예술의 순수성을 담아내려는 치열한 노력은 의욕과잉과 더불어 아쉬움을 남긴 채 예술의 근본에 대한 추구로 돌아가 묵묵히 내공을 다지는 시기로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인식에 대한 번민과 갈등에서 한 발 비켜서서 자연의법칙에 순응하는 꽃과 식물의 존재와 생성에 눈을 뜨며 대상성에 작가 자신의 예술의지를 투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한다. 삶의 터전을 자연 가까이에 두면서 그동안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름 모를 식물들의 생성과정을 관조하면서 자연의섭리에 따르는 모든 존재들의 의미와 인간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쁨을 누리며 자신의 삶과 예술 속에 체화시키는 시간을 견딘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현실과 예술의 간극, 즉 건널 수없는 심연과도 같은 그 틈새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하면서도 예술의 본질에 대한 작가로서의 절실한 욕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숙명은 새로운 성찰과변화의 방향을 이끄는 동력으로 그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 변화의 시작이다.<自律-變奏>시리즈의 작품들은 개인적역사성에 대한 성찰에 근거한 자율성의 회복을 통한 본질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자율(自律)이란 자연의 법칙과 원리이기도 하고 주체의 자율성을 확보하는자유의지의 확립으로 타율과 왜곡에 신음하는 현실에 대한 외침이기도 하다. 『주역』「계사전」의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는 말처럼 변화는 삶과예술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지속시킬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이다. 주(奏)는 악기의 연주나 화가의붓질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주체적 예술가의 창조적 예술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통변(通變)의 원리는 M.하이데거의 예술은 “진리의 비은폐성”을 추구한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의도한 ‘비움’을 통한 드러내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용』의 “가장 은미한 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통찰 또한 <自律-變奏>시리즈가 변화의 바다로항해를 나서는 항로의 올바른 방향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문인상은 30년에 가까운작가활동을 통해 역량을 검증받은 중견작가로서 조형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던지는 자율성 회복을 통한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문인상이 주체적 작가로서 대안을 모색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이번 전시에서 대상과 주체의 자율성을 한데 아우르는 통변의 예술철학이 작가의 예술과 삶 속에 다양한 변주로녹아들어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는 파스텔톤의 행복한 향기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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