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천태종 석용 스님 전통지화전
10.30 - 11.5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 2층
주최 : 대한불교천태종
주관 : 천태종총무원 교무부·한국전통지화연구보존회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불교천태중앙박물관·금강신문·금강대학교·송탄 송덕사
■ 전통지화
종이에 숨결 불어넣으니
향기 머금은 꽃이 ‘활짝’
佛前 꽃 공양서 유래 ‘모란ㆍ작약’ 대표적
영산재ㆍ천도재ㆍ생전예수재 때 불단 장엄
궁중 비롯 민간ㆍ무속서도 지화 장식 사용
불교와 꽃,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설법할 때 꽃비가 내리는 장면이 묘사되는 등 꽃과 관련된 수많은 장면들이 나온다. 꽃은 불교행사에서 맨처음 하는 의식인 육법공양에도 들어갈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전에 묘사된 꽃과 관련된 일화 중 백미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장면이다. 부처님이 대중들을 둘러보다가 말없이 꽃 한 송이를 들어보이자 가섭존자만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시중(拈花示衆)’ 이야기다. 이외에도 연꽃,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 등 불교와 관련된 꽃들은 많이 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로 생화가 넘쳐나고 보관법도 발달해 부처님 전에 생화를 공양하지만, 삼국ㆍ고려ㆍ조선시대에는 생화 공양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 때문에 생화를 대신할 꽃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결과물로 종이로 꽃을 만들어 공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종이로 만든 꽃이 ‘지화(紙花)’다. 지화는 가짜 꽃이라는 뜻의 ‘가화(假花)’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지화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삼국시대 왕관 장식 등에서 그 연원을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지화는 불가(佛家)를 비롯해 궁중, 민간, 무속에서도 사용했다.
불교에서는 영산재, 천도재, 수륙재, 생전예수재를 지낼 때 지화장엄을 한다. 지화는 상단, 중단, 하단에 장엄하는데, 꽃의 종류가 다르다. 불보살단인 상단에는 모란과 작약, 신중단인 중단에는 국화와 다리화, 영단인 하단에는 주로 연꽃을 장엄한다.
모란은 ‘화중지왕(花中之王)’ 즉 꽃 중의 왕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부귀’를 상징하는데, 불교에서는 불심을 상징한다. 사찰의 문에 절지화 또는 화분화로 조각돼 있기도 하다. 작약도 모란과 같이 불심을 상징하는 꽃이다.
감로탱화 등에 지화 남아
과거에 만들어진 지화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없다. 이에 대해 석용 스님은 “100년 전 결혼식, 회갑연 사진에 지화를 장식한 것을 볼 수 있지만, 남아 있지는 않다”며 “불교에서도 의식 때 사용하고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자료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지화의 원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화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림은 불화다. 그 중 감로탱화에는 지화가 잘 남아 있어, 이를 토대로 지화를 복원하기도 한다.
감로탱화는 지옥이나 아귀도에 빠진 가족ㆍ친지를 위해, 우란분재를 올림으로써 지옥의 고통을 여의고 극락에 왕생케하는 전 과정을 그린 불화다. 감로탱화의 제일 윗부분에는 아미타불이 지옥 중생을 맞이하러 오는 장면을, 중간 부분에는 지옥 중생들을 인도해 극락으로 가는 보살 그림과 재(齋)를 올리는 모습, 아랫부분에는 아귀나 지옥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고통이 묘사돼 있다. 이 중 재를 올리는 단에 지화가 그려져 있다.
삽잴이꽃
수미산
의지2
■ 천태종 지화의 전승
천태종의 지화 전승은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시작됐다. 권수근 스님은 1970년대 단양 구인사에 머물며 천태종 스님들에게 영산재, 삼회향놀이 등 불교의식을 전수했다. 이 중에는 지화 제작법도 포함됐다.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지화 제작법을 사사한 춘광 스님(현 천태종 총무원장)은 석용 스님 등에게 전수했고, 석용 스님은 종단 스님들과 재가자들에게 다시 전수하며 천태종 지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천태종 사찰에서 영산재나 천도재, 수륙재, 생전예수재 등 불교의식을 할 때 지화를 제작해 장엄하는데, 이는 천태종의 지화 전승이 이미 보편화됐음을 의미한다.
지화 한 송이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크기에 따라, 복잡성에 따라 기간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아무리 간단한 꽃이라도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화를 만들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도 며칠은 소요된다. 재료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4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다.
석용 스님에 따르면 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해에 종이를 염색할 천연재료를 직접 채취한다. 꽃과 줄기 색깔이 달라 천연재료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계절마다 피는 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다음해에 쓸 재료를 미리 준비해 둔다. 잎이나 줄기 염색용 천연재료는 녹색계열의 식물을, 꽃은 다양한 색깔의 열매나 뿌리 등을 사용한다.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찧거나 삶아 추출한 천연 염료로 한지를 염색, 응달에 말린다. 염색하고 말리기를 여러 번 반복한 다음 약 90일 동안 숙성기간을 거친다. 숙성기간을 거쳐야 색이 바래지 않고 오래간다. 물론 이렇게 숙성한 한지일지라도 자외선을 직접 쬐면 색이 빨리 바래고, 할로겐 조명을 쬐면 3~4개월 정도는 색이 유지된다고 한다.
종이가 숙성되는 동안 대나무나 싸리나무를 채취해 줄기용으로 다듬어 놓는다. 염색을 마친 한지로 꽃잎을 만든 후 이를 연결해 꽃을 완성한다. 꽃을 만드는 일(살 잡힌 꽃잎을 떼어내는 시점부터)을 작봉(作峯)이라고 한다. 작봉을 마치면 꽃을 가지런히 꽃꽂이 하는 난등치기를 한다. 난등에는 부채난등, 팽이난등 등이 있다.
■ 석용 스님 인터뷰
전통지화 전시회 여는 석용 스님
△사색의 계절 가을에 지화 전시회를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의미와 작품을 소개해 주십시오.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 2층에서 지화전시회를 엽니다. 2008년 10월 서울 관문사 성보박물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열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지화제작 기술을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화는 불교의 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한국전통문화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에 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쉬지 않고 매년 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는 따로 정해두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전통 방식의 지화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위해서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약 30여 점의 지화를 전시합니다. 그 중에서 1900년대 초 감로탱화에 그려져 있는 지화를 재현한 작품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모란ㆍ작약ㆍ국화ㆍ연꽃 등 다양한 지화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지화를 보고 환희심을 느껴 지화에 관심을 갖고 보급에 앞장서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지화는 어느 정도 됩니까?
전통한지로 만든 꽃 ‘지화’는 지금은 희귀한 예술품이 됐지만, 1000년의 세월 동안 우리 민족 일상생활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옛날부터 궁중, 민간의 혼례와 상례, 무속 신앙에서 지화를 사용했어요. 특히 불교에서는 영산재, 수륙재 등 불교행사에 지화를 장엄해왔습니다. 그 시대에 널리 사용된 까닭은 계절은 물론 크기나 종류에 제한 없이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행사 후에 소각하는 등 처리가 간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가 보급된 뒤 생화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지화는 점점 역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라 지화 제작 방법 또한 점차 사라져 현재는 얼마 남아있지 않아요. 하지만 천태종에서는 춘광 스님을 비롯해 저와 여러 스님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지화를 만들어 각종 불교의식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계승은 물론 발전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산재에는 지화가 몇 송이 사용되며,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지화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행사가 영산재입니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입니다. 영산재에는 약 1000여 송이의 지화가 사용됩니다. 지화에 사용되는 한지를 물들인 염료도 쑥 등 천연재료를 가공해 만듭니다. 노란색은 양파와 치자, 빨간색은 소목(蘇木), 보라색은 머루와 지초로 물들이는 등 우리 산천의 초목을 이용해 한지를 염색합니다. 이같이 많은 공을 들여야하기 때문에 1000여 개의 지화를 완성하려면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형형색색 크고 작은 꽃 모양에 맞게 한지를 재단하고 염색하고 말려야하기 때문입니다. 작업용 칼로 꽃잎 하나하나를 접는 과정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인내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천태종 지화의 맥은 어떻게 전승되고 있습니까?
천태종 지화 맥은 현 천태종 총무원장이신 춘광 스님이 1971년 인간문화재 범패 전승자 故 권수근 스님으로부터 지화 제작 방법을 사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제가 1982년 구인사로 출가하면서 춘광 스님으로부터 지화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의 장엄분야 이수자인 태고종 장벽응 스님과 정지광 스님에게 지화 제작법을 사사했습니다. 현재는 천태종 스님들과 재가자들에게 지화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발전 및 지화 계승ㆍ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함께 공유해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화를 알리기 위해 2008년도부터 특별전을 개최해 전통지화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인들에게도 알려야 하고, 외국에도 알려야 하니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지화 제작을 시연했는데 호응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관심을 보이고 있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한국인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앞으로는 워크숍과 강의를 통해 현대에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 방법을 알려 사라져가는 전통지화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화를 전승하는데 호응해 주시고 참여해 주셔서 지화의 향기가 다음 천 년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