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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86~’88 -한국 다원주의미술의 기원
Retro ’86~’88-The Origin of Contemporary Art in Korea
전시소개
30년 전 노래가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30년 전 미술은 어떨까? 이 전시를 준비하던 지난 여름 앳돼 보이는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부른 30년 전 노래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중문화계에는 30년 마다 유행이 반복한다는 ‘30년 주기설’이 있는데, 어느덧 1980년대도 그렇게 한 세대 과거의 시간이 되어 버리고 있다. 1980년대가 그저 추억하고 회상하는 망각의 시간대로 탈색되고 있으며, 입에 맴도는 오래된 유행가 멜로디처럼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파편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같은 1980년대의 미술을 복원하는 전시이다.
‘더 늦기 전에 1980년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아직은 1980년대가 너무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현장에서 움직였던 작가나 기획자 등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기억이 생생하고 작품과 자료들도 잘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10년 후에도 계속 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1980년대의 미술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왜 1980년대일까?’
1980년대 미술이 가지는 현대사적 의미는 자료적 가치에 그치지 않는다. 1980년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1980년대가 오늘날의 미술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대미술의 당대성’ 또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말하려면 그것의 기원은 바로 1980년대가 된다. 언제부터 미술이 주제와 소재가 모두 가벼워졌는지, 언제부터 미술에서 매체들의 경계가 무너졌는지, 언제부터 미술이 일상적 삶을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말하려면 그것의 기원은 1980년대가 될 것이다. 오늘날 미술이 누리는 행복과 불행의 씨앗이 당시 미술에서 배태되었다는 사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
‘1980년대의 미술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자!’
1980년대 미술을 정확히 복원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였고, 이것은 전시 단위의 설정을 새롭게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작품, 또는 경향과 유파보다는 1980년대 한국에서 벌어진 전시 그 자체를 복원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1986년부터 1988년까지의 6개의 전시와 1개의 이벤트를 선정하였다. 이는 당시 벌어진 수백 수천여개의 전시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1980년대의 한국미술의 상황을 보여 줄 수 있는 전시나 사건에 우선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역사적 시간대도 권위주의 정부의 해체와 함께 탈이념화와 탈경계화가 본격화되는 1986년부터 88년까지의 시기로 다시 좁혀 보았다.
‘1980년대 미술계로 떠나는 유쾌한 시간여행’
이번 전시를 통해 소마미술관은 1980년대 후반 서울의 화랑가로 탈바꿈했다. 1986년부터 88년까지의 동산방, 토탈미술관, 관훈미술관, 그림ᄆᆞ당 민, 서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전시 모습을 여기서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방문객에게는 부모 세대의 미적 감수성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고, 중년의 방문객은 자신의 청년기를 회상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 세대 전의 미술이 구식이 아니라 오늘날 문화의 원조가 되어 다양한 세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아가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날 꼬일 대로 꼬여버려 정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한국 현대 미술계의 다원화 현상에 대한 해답의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을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