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5-01-21 ~ 2015-01-27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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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展 선정작가
이지민 ‘After-After’ 展
2015. 1. 21(수) ~ 2015. 1. 27 (화)
after-after p.136, 118.9x168 .2014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선정작가- 이지민 ‘After-After’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5. 1. 21 (수) ~ 2015. 1. 27 (화) 7일간
2. 가감유희 기획공모 내용
현실의 여러 요소들을 재편성한다는 점에서 예술에서의 왜곡은 편집과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 창작자는 그의 시각에서 해석한 사실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고 외부와 소통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필요한 것은 더하고,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추가와 제거의 과정이 생겨난다. 추구하고자 하는 표현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는 단순한 테크닉에서부터 시작하여 작품을 전시장에 놓는 순간까지 시행착오와 실험을 반복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완벽한 연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의 본질을 작가 본인만의 것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행위들은 예술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만드는 필수 요소이다. 일상적인 현실에 가(加)와 감(減)이 상응하며 만들어지는 예술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예술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들만의 현실의 조정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3. 전시내용
식물적 자아가 보여주는 실상과 허상 (갤러리 도스 관장 김미향)
오늘날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들은 신문, 방송, 잡지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마주하게 된다. 사람보다는 물질이 우선되는 소비문화가 주는 환경적 변화 속에서 현대인은 간접적으로 시각에 의해 설득당하고 지배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이미지의 혼란은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원본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업광고 안에서 난무하는 복제의 이미지, 즉 실체는 없는 허상뿐인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며 이지민은 진정한 고유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작가는 식물을 주된 모티브로 실제 세계를 대변하는 원본을 변형함으로써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두 개의 이미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 작품을 이루는 작가 특유의 대응구조는 일상에 잠식된 대중들에게 인식의 불협화음을 제공하고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작품을 통하여 포착된 예술과 전혀 무관하던 일상의 사물들은 이제 예술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고리로 작용하게 된다.
예술에서의 재현과 현실의 관계는 이지민이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주제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은 곧 원작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며 작가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작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의 등장과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우리에게 예술을 신문, 방송, 잡지 등의 매스미디어(Mass Media)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복제의 출현은 이제 원본의 지위를 흔들고 이미지가 갖는 비합리적인 힘도 커진다. 자본주의 시대의 소비문화와 맞물리면서 복제가 원본을, 재현이 현실을 앞서는 역전된 현상까지 생겨난다. 더 이상 흉내 낼 대상으로써 원본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원본과 복제, 복제와 복제의 구분은 무의미해졌으며 작가는 고유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는 현 세태를 경계한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미지들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며 우리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기호 안에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작가는 질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지민이 다루고 있는 현실의 이미지들과 그것들이 재현되는 방식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주된 소재로써 식물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과 벽지가 있는 실내 공간이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두 개의 이미지가 한 작품을 이루는 대응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식물이 주변 환경에 순응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마치 현재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향나무에 자신을 투영하여 다듬어지지 않은 채 삐죽이 자란 모습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표현해왔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등장하는 화분 안의 식물은 인위적인 환경 안에서 본래의 자연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투영이다. 화분의 실체는 점차 벽지의 이미지로 대체되어 버리고 무엇이 실상이고 허상인지 경계가 모호한 풍경으로 연출된다. 우리가 평소에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고 선택한 것들이 사실은 사회적 맥락에 의해 만들어진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아닌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작가는 식물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그려낸 이미지 또한 실제 세계를 모방한 복제일 뿐이다. 다른 매체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변형은 시작되며 허상은 더 현실 같은 허상이 된다. ‘벽지’ 연작을 보면 한 편의 화분 안의 식물보다는 다른 편의 벽지 안의 이미지로만 남은 식물이 오히려 더 화려하고 만개해있다. 최근작인 ‘After-After’ 연작은 색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자 작가가 잡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잡지의 광고를 임의로 선택하고 색과 그 색이 가진 화면상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다른 소재로 옮긴다. 두 개의 이미지가 나란히 배열되는 화면 구성은 두 작품의 연관성을 보는 이에게 유추하게 만드는데 이는 회화란 의문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는 작가적 의지의 반영이다. 왼편의 이미지가 잡지의 원본을 복제한 것이라면 오른편의 이미지는 왼편을 참고하여 다시 변형하여 복제한 것이며, 여기에는 작가의 투영물인 향나무가 부분적으로 등장한다. 원본의 고유성과 인간이 가져야할 개성에 대한 질문은 여기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문화의 상징처럼 짜임새 있게 연출된 광고 이미지를 분해하고 변형하는 과정은 남들에 의해 주어진 허상이 결국은 견고하지 않게 조합된 기호의 집합일 뿐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지민은 익숙한 사물을 통해 낯선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식물이 등장하는 풍경 안에 원본과 복제, 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불분명한 모호한 상황을 등장시키고 연관된 두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하는 화면구성을 통해 보는 이에게 유추와 연상 작용을 일으켜 자연스럽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한 작가는 매스미디어에 의해서 범람하고 있는 이미지를 주관적인 감수성으로 해석하고 복제함으로써 우리의 주변 환경이 소비시대의 잠재된 욕망들을 채워주는 소유할 수 없는 허상들로 채워지고 있음을 문제제기한다. 예술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원본의 복제와 변형에 대한 탐구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의 고유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마치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식물처럼 우리의 정체성은 잊은 채 이미지만을 소유하려는 것은 아닌지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하려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after-after p.114,118.0x168, 2014
after-after April, 118.9x242, 2014
4. 작가 노트
나에게 있어 전정되지 않은 향나무는 개인을 기성세대의 틀에 맞추어 재단해버리려는 압박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움직일 수 없는 식물에 불과하듯 소극적 저항에 불과하다. 저항하고 싶지만 이미 쥐고 있는 것마저 놓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화폭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인가 하는 자조 섞인 의문 역시 작용했다.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시처럼, 능동적인 관객 앞에서만 해석될 회화라는 매체 역시 식물과 닮은 처지 같았다.
그런데 문득 저항 이후에 내가 추구해야할 개성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는 내가 지킬만한 ‘고유한’ 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내 생각과 취향은 얼마나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인가? 온전히 무언가를 모방하지 않고 내 것으로 창조하는 것이 가능할까?
색을 잘 못쓴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잡지보기는 이러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명화를 보다가, 색채학에 관한 책을 보다가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거나, 혹은 책을 찾아서 의지적으로 보지 않는 이상 명화보다는 길거리에 있는 세련된 이미지들을 더 자주 마주하게 마련일 것이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잡지야말로 가장 최근의, 동시대적인 이미지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잡지를 구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 역시 잡지를 구매해서 자주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광고 혹은 상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현대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이끌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화분-접힌 공간, 비단에 채색, 62x50cm, 2013
5. 작가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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