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5-01-28 ~ 2015-02-03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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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展 선정작가
정해나 ‘세 개의 불 Three Fires’ 展
2015. 1. 28(수) ~ 2015. 2. 3 (화)
무제 II_Untitled, 캔버스에 아크릴, 70x70cm. 2014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선정작가- 정해나 ‘세 개의 불’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5. 1. 28 (수) ~ 2015. 2. 3 (화) 7일간
2. 가감유희 기획공모 내용
현실의 여러 요소들을 재편성한다는 점에서 예술에서의 왜곡은 편집과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 창작자는 그의 시각에서 해석한 사실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고 외부와 소통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필요한 것은 더하고,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추가와 제거의 과정이 생겨난다. 추구하고자 하는 표현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는 단순한 테크닉에서부터 시작하여 작품을 전시장에 놓는 순간까지 시행착오와 실험을 반복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완벽한 연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의 본질을 작가 본인만의 것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행위들은 예술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만드는 필수 요소이다. 일상적인 현실에 가(加)와 감(減)이 상응하며 만들어지는 예술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예술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들만의 현실의 조정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3. 전시내용
자연과 인공 그리고 탐욕의 불 (갤러리도스 관장 김미향)
예로부터 자연에 관한 인간의 탐구는 모든 예술의 근원이 되어 왔다. 정해나 또한 여행지에서의 대자연에 대한 인상 깊은 경험들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다. 특히 불이라는 원초적인 힘이 만들어낸 국내외 화산지대의 흔적들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작가는 암석이나 지질, 퇴적층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거닐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드로잉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동양화에 근거를 둔 여러 가지 매체와 형식을 활용하여 재해석하고 재조합한다. 사진과 드로잉 그리고 한지 콜라주 등의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기존의 풍경은 작가 내면의 심상과 어우러져 전혀 다른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세 개의 불’연작은 화산과 같은 자연의 불과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전기와 같은 인공의 불,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핵폭발과 같은 탐욕의 불을 대형 두루마기에 물 흐르듯이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행을 통한 작가의 내적체험과 더불어 혼란스러운 인간사를 집약하여 서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에게 불은 지적이고 미적인 탐구의 대상이다. 불이라는 물질에 작가가 주목한 이유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을 회상하여 감각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의 상징으로 많은 신화 속에서도 등장해왔으며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문명의 이기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불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많은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의 정신을 반영한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 자리 잡은 다양한 경험과 사건들에 대한 관념들을 작품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된다. 정화와 파괴의 순간을 함께하는 불이 가진 이중성은 인간의 삶과 죽음 혹은 생성과 소멸로도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찰나 속에서 순환적 질서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찰나를 작가는 대지와 불 그리고 연기의 흐름을 통해 형상화 하는데 몰두한다. 불이 보여주는 인간사의 순환 안에서 생겨나는 탄생, 정화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과 죽음, 파괴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대자연 안에서의 경험한 미적체험으로 아우르고 있다.
화산지대의 여행지에서 관찰한 불의 흔적들은 작가에게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남는다. 현장에서 남긴 드로잉과 사진을 통해 즉흥적인 인상을 담지만 단순히 자연에 대한 재현이나 모방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겪은 미적 체험을 토대로 깊은 내면의 순수한 자아가 가진 주관적인 의식을 한지와 먹과 같은 동양화의 전통재료는 물론 캔버스와 아크릴, 과슈 ,목탄 같은 다양한 재료로도 표현하고자 한다. 드로잉에 드로잉을 거쳐 무의식에 녹아든 인상만을 걸러내는 최종 과정에는 한지의 변용이 눈에 띈다. 한지가 가진 물성에 대한 탐구는 한지가 가진 부드럽고 온화한 성질을 그대로 회화의 면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일정한 형태로 오려낸 한지들이 불균일하게 염색되면서 한 조각마다 붓의 한 획처럼 그 안에서 다양한 농담을 갖는다. 화면 위에 이를 배열하고 겹겹이 붙여나가는 콜라주 기법은 작가의 내적체험을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손이 가는대로 붙여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추상적인 형상들은 생명체가 꿈틀대듯 작가가 대자연에서 느낀 강한 심상만을 남긴다.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한지의 흐름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불이 남기고간 인상이다. 이 미세한 움직임이 모여 형태의 다양함과 유기적인 표현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위에 목탄으로 이어진 무수한 선들은 화면 위를 살아 움직이듯 흘러간다. 끊임없이 부정형의 형태들이 공간을 형성하며 보여주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리듬은 불과 연기의 흐름과 속도감 그리고 태초에 가졌던 원시적인 힘을 표출한다.
정해나는 대자연의 미적체험을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제도 화산과 같은 자연발생적인 불에서 문명이 만들어 낸 불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고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미사일이나 핵폭발, 원자력발전소처럼 불이 우리에게 주었던 문명의 씨앗이 탐욕으로 얼룩져버린 현실의 인간사를 한 폭의 긴 두루마기 산수화로 그려낸다. 작가가 자연과 인공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라는 세 개의 불을 통해 보여주는 다중적인 의미는 '삼화(三和)'라는 불교 용어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작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화면에 유연하게 담기 위해 두루마기 형식을 선택하였으며 공간적 특성에 따라 이야기를 결합하고 배치함으로써 역동적 흐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옆으로 펼쳐지는 두루마기 안에는 여러 방향의 시선이 공존하는 다시점과 같은 공간 안에 두 개 이상의 시간이 공존하는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으로 서사적인 장면이 구성된다. 또한 감상자가 진행방향에 따라 걸으면서 능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연출하여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강조하는 작품 안으로 관람자가 들어가 자연에 노닐고 체험하는 감상법을 유도한다.
인간은 자연과 예술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불은 만물을 생성하고 문명의 발달을 가져다주었으며 충동과 욕망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기에 매력적이고 극적인 예술의 주제가 된다. 다시 말해 불은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이 결합된 양가적 이미지를 가지고 우주의 순환적 질서를 대변한다. 작가는 대자연의 미적체험을 다양한 매체를 거쳐 분해와 재조합 그리고 변형을 통해 내면의 인상만을 남기고자 하며 이는 작업과정의 최종단계인 한지콜라주에서 보여주는 즉흥적인 불의 흐름과 일치한다. 불의 인상에서 나타나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생동감과 확장성 그리고 강렬한 색감 등은 작가가 표현에 있어서 항상 다양하고 효과적인 매체를 연구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세 개의 불’연작에서 불의 다양한 형상들이 이어지는 끝없는 두루마기 안의 풍경은 우리 또한 자연의 큰 흐름 속에 속해 있는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정해나의 작품 속에서 결국 불이 보여주는 것은 생명이라는 본질의 의미일 것이다.
발화 II_Ignition, 91×117cm, 장지에 혼합재료 , 2014
무제 I_Untitled, 캔버스에 아크릴, 70x70cm. 2014
4. 작가 노트
제주도에서 인적이 드문 둥근 자갈밭과 그 너머 거칠게 깎인 바위, 구멍이 자연스럽게 뚫린 돌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따라가며 드로잉과 습작들을 남겼다. 화순해수욕장에서 삼방산에 이르는 길에서 멀리 보고, 점점 다가가서 앉아 관찰하고, 다시 빠르게 걷다 뒤돌아보고, 아주 가까이 혹은 깊숙이 내려다보며 그들과 관계할 수 있었다. 이 경험에서 나온 풍경을 검은색으로 그려나가며 순간 발현되는 상상을 채색으로 풀어냈다.
시작은 있되, 끝이 정해지지 않았던 작업이었고, 원하는 만큼 두루마리 종이를 펼치고 말아 화면을 담는 작업 방식은 그리는 동안 매우 사적인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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