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5-02-25 ~ 2015-04-12
유근택
053-661-3500
‣ 소 개 :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독특한 해석과 그들의 다른 기억을 공작하라!
또 다른 기억, 낯선 풍경을….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낯선 길, 1999」
무심히, 창문 밖 오솔길을 바라본다. 일정한 크기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간혹 숲 사이 길을 따라서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순간 한 호흡으로 다시 보면, 자전거를 타고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아이, 유모차를 밀면서 아이를 어르는 할머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움츠리며 걷는 아저씨, 운동복 차림으로 뛰어가는 남자, 시장에 다녀오는 아주머니의 모습들을 실제로 알아차리게 된다. 내가 알아본 낯선 풍경이 창밖을 나선 것이다. 그냥 친숙하게 지나쳐왔던 그 길과 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와 흔적이 낯설게 살아 숨 쉬는 사건이 되고, 나는 사계절이 바뀌도록 그 창밖을 관찰하고 스케치하면서 낯설고 놀랄만한 현실 풍경을 나의 회화 언어로 옮기기 시작했다.
1999년, 당시 홍대 앞에 있던 자신과 아내의 작업실, 그리고 살림집을 합치면서 일산에 조금 넓은 아파트 1층으로 이사하고 생활과 작업을 함께 하던 작가 유근택은 자신과 ‘창밖을 나선 풍경(The Scenery Outside Window)’ 연작이 만나게 되는 일상의 한 지점, ‘낯선 길’을 이렇게 나서게 된다. 이 일은 친숙한 일상으로부터 만나는 하나의 새로운 ‘사건’ 현장을 자신의 화면 위에 옮기고, 그 장면을 정지하거나 움직이도록 화면에 고착시키는 시간성을 실질적인 역사의 과정으로 이해하며, 나아가 리얼리티의 궁극으로 기대하는 출발점이다. 그의 화면에서 시간성은 운동성과 함께 마치 그림이 살아 움직이듯이 화면의 공간에 매력적인 현실감을 주는 울림이다. 이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쿼크 입자의 운동성처럼 풍경을 구성하는 대기와 낱낱의 나뭇잎이 서로 스치며 흔들리거나, 풍경 속 등장인물이 움직이는 동작으로, 때로는 흐려지거나 재생된 기억들의 시각적 중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간과 운동의 표현은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고인의 하늘 길을 열기 위하여 소지품을 불태우는 장면을 그린 1999년 작 ‘길, 혹은 연기(A Passage, or a Wisp of Smoke)’에서도 역사의 흐름과 삶, 연기와 비가시적인 것의 움직임으로 포착되기도 한다.
「眞, 善, 美」
지금, 전시장 벽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응시하는 장면들은 ‘창밖을 나선 풍경’이다. 좌에서 우로 장면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면 순차적으로 시간성과 운동성을 투사하는 14개의 장면들이 바닥에 반사된 역상의 이미지와 함께 나를 감싸는 숲인 듯 펼쳐져 순식간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장면들은 어느 한 순간의 일상에 이어 삶의 실제 역사를 상상하게도 하지만, 한결같은 진동은 멀리 동양예술의 시공간적 감각의 촉수를 깨워 일으키는 알 수 없는 힘을 동반하고 시간의 층위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 나에게 낯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반대편 벽면에는 조금 전의 장면처럼 일상 풍경을 옮긴 또 하나의 대표작 ‘길, 혹은 연기’가 자리하고 있다. 옅은 푸른색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들 사이로 길을 잇고, 그 위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의 열기를 옮긴 이 장면 역시 현장의 실재감 있는 진동과 이해하기 어려운 가슴 먹먹한 기운을 전해주는 낯선 매력의 통로이다.
관객인 나는 시간을 지나는 통로, ‘낯선 길’로 이동해서 십여 년 전 화가가 나서서 바라보던 ‘창밖의 풍경’과 ‘길, 혹은 연기’를 다시 보고 있다.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대면할 수 있는, 빠르고 짧은 붓질로 종이를 스치는 속도감과 운동감, 문질러져 불확실해진 형태의 진동과 전율, 거칠게 이겨진 종이표면 질감의 촉각과 스며들거나 멈춘 얼룩의 감성적 깊이감들은 작가의 본능적인 작화 태도로 인해 낯선 찰나적 장면 상황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경험과 기억을 통해 가치나 대상, 상황에 대응하는 상태를 ‘태도’라 한다면, 일상을 낯설게 말하는 유근택의 태도는 자신의 개인사를 꿰뚫는 자화상의 호흡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진眞;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였고, 예술이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그 절실한 현장 호흡의 경이로움을 담는 것이어야 하겠다는 ‘선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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