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환기미술관은 2015년 봄, <김환기의 뉴욕시대 : 추상정신과 숭고의 미학>展을 선보인다. 본 전시는 1963년 제 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시작된 수화 김환기의 뉴욕시기(1963-74)의 작품에 주목하며 그의 예술여정이 “완전 추상으로 몰입하게 되는 전체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김환기 추상미술의 정수라 불리는 이 시기는 주제와 형식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뉘는데 1965년은 완전한 추상의 출발점으로 기록된다. 김환기의 뉴욕시대는 추상미술의 결정체인 ‘전면점화’ 탄생의 과정을 그의 혼신을 담은 열정과 초월이라는 드라마틱한 행로가 더해지는 시기로 환기미술관 본관 전 층을 아울러 수화 김환기의 “순수추상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관람안내
- 관람시간 : 화요일 - 일요일 / 10:00 - 18:00
금요일 / 10:00 - 21:00 (매주 금요일 밤 9시까지 야간개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 추석연휴
- 관람료 : 성인 8천원 / 학생(중·고등학생, 초등학생) 6천원
단체(30인 이상)6천원 / 경로(만 65세 이상) 4천원
종로구청 쿠폰 20%할인 / 미취학 아동은 부모 동반 시 무료입장
김환기의 뉴욕시대, 그 새로운 도전
김환기는 1963년 제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의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새로운 도전을 떠나게 된다. 그에게 있어 도전이란 국내에서의 모든 명예와 직책 그리고 사랑하는 고국을 등지고 무명無名의 작가로 새로이 출발하는 비장한 모험이었다. 그는 당시 50세라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와 신체적으로 힘들고 고달픈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혼신의 에너지를 모아 뉴욕에서 치열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이 시기를 “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일기에 남겨진 짧지만 무한한 상징성을 내포한 글귀를 통해서 당시의 치열했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봄내 신문지에 그리던 중에서 나는 나를 발견한다.
내 재산은 오직 ‘자신自信’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 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으로 가득 차다”
1967. 10. 13 김환기 일기 중
이 시기의 작품들은 구상적인 요소가 점차 사라지면서 점, 선, 면의 추상적 조형요소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김환기의 추상표현’의 절정으로 향하는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수화 김환기가 남긴 드로잉 중 120여점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하며 김환기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김환기의 뉴욕시대 : 추상정신과 숭고의 미학>의 전시는 저층(1F)에서 고층(3F)으로 이동하며 김환기의 추상성이 “숭고미”의 절정으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다.
본관 1층, 문자추상
김환기의 추상은 대개 두 가지 형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산, 달, 구름, 매화 등 자연친화적이고 서정적인 정서를 일깨우는 회화로부터 점과 선, 면으로 이어지는 점화이다.
1층 전시실, 김환기의 문자 추상 회화는 독특한 형태와 시도가 돋보이는 형이상학적 구성이다. 정사각형으로 구획된 화면 구성 속에 산, 태양, 나무와 유사한 단순한 형상과 문자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기호의 나열은 김환기의 개성적인 조형 구성 방식 중 하나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품은 고국의 산과 강, 자연의 풍경을 보다 상징적으로 단순화하고 축약하여 자연과의 조화로운 화합을 “문자추상”이라는 개성적 기호들로 캔버스 화면 내에 나열하였다.
본관 2층, 다양한 실험적 구도
본관 2층에서는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다양한 화면구성의 변주와 변화를 실험한 유화와 120여점의 비공개 드로잉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색 면과 색 띠를 이용한 구도, 타원이 중심을 향해 밀집되는 십자구도, 원형이 세로로 쌓이거나 하트모양의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 등 다채로운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김환기의 드로잉은 불굴의 실험정신과 함께 1970년대의 전면 점화 시대를 예고하는 창조적 에너지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본관 3층, 점 선 면의 울림
본관 3층에는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점인 대형점화 작품들이 이루어내는 ‘우주적 공간’을 연출한다. 각각의 캔버스 화면 속 점의 반복은 김환기의 순수추상의 깊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이국땅에서 느끼는 고독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인간에 대한 애정은 대형 전면점화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명상의 울림과 환상적인 분위기로 펼쳐진다. 환기미술관 본관 3층, 전시장 내 따듯하게 드리우는 부암동의 온기와 정면에 펼쳐지는 인왕산의 풍경은 자연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은 수화 김환기의 정다움을 환기미술관 공간으로부터 전하기에 충분하다.
김환기의 추상정신과 숭고의 미학
인간의 숭고한 감정은 “대상이 인간을 압도하는 크기 또는 힘을 갖는 경우” 느끼게 되지만, 김환기의 숭고의 미학은 여러 특별한 원류와 영향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차별화된다.
김환기의 또 다른 이름인 수화樹話가 ‘나무와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듯, 자연과 동화되었던 김환기에게 자연은 또 다른 의미의 숭고한 감정의 원천이었다. 뉴욕 체류기간동안 예술가로서의 끊임없는 조형연구와 함께 장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접어들며 머나먼 타국에서의 인생과 세월에 대한 자아성찰의 시간, 그리고 둥근 달을 보며 달 항아리를 만들어 내던 동양적 서정과 사유정신을 통해 김환기만의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숭고의 미”가 완성되었다.
그는 예술로 무장한 관조적 시선을 통해 차가운 도시에서도 자연과 무한한 우주적 공간에 대한 가장 순수한 시정을 토로하는 울림을 성취하였고 우리에게 따듯한 생명감과 감동의 노래가 되어 오늘날 김환기라는 예술가를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든다. 본 전시는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확인하며 숭고의 미에 도달한 수화 김환기의 “추상세계”와 “시정신詩精神”을 이해하고 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