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5-04-29 ~ 2015-05-12
무료
02-6014-6677
<작가 노트>
어릴 적 동네 사진관 앞을 지나칠 때면 나도 모르게 쇼윈도 앞에 멈춰 서서, 액자 속 가족사진들을 부러운 눈길로 한참씩 들여다보곤 했다. 단정한 양복 차림에 포마드 기름을 바른 머리칼을 가지런히 빗어 넘긴 온화한 표정의 아버지, 화사한 한복을 입고 진달래빛 루즈로 곱게 단장한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사진관 쇼윈도 안 가족사진의 이미지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한 화목과 행복이었다. 사진이란 매체가 지닌 연출의 속임수에 대해, 서사의 앞뒤를 분절한 순간포착의 불완전함에 대해 깨달은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였다.
나의 가족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 찍혔던 그 무렵 우리 가족의 삶과 사랑과 다툼과 화해는 얼마나 다채롭고 열렬했던가. 그러나 타인들은 다만 사진만을 볼 뿐, 사진 속에 행복으로 고착된 이미지 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어쩌다 가까운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면, 가족 간에 일어났던 유쾌한 이야기에는 “참 재밌게 사네~”라고 공감하고,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에는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며 위로한다. 사는 건 다 비슷하다고, 뭐 특별한 게 있겠느냐고 서로 위로하고 스스로 위안 받지만, 그러나 또 우리는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일들이 시시각각 벌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개개인이 사는 평범한 일상만 나열하면 맞장구칠 만큼 서로 비슷한 듯해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일상을, 내밀한 애정과 속앓이를 품고 사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숱한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락 페스티벌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은 아빠가 겪어온 가난과 결핍의 시절을 모르고, 혹한의 겨울에 대한 옛 기억에 진저리치는 아빠는 스키 타고 놀러 다니는 아이들의 활기찬 겨울이 새삼 낯설다. 이렇듯 세대 간의 경험은 차이가 뚜렷하지만 한 가족이 되어 함께 쌓아온 수십 년 세월의 지층은 탄탄하다. 놀이공원의 출렁거리는 놀이기구 위에서 아이들은 신이 나지만 부모는 어지럼증으로 낯빛이 노래지고, 아침마다 회사와 학교를 향해 집을 나서는 가족들의 뒷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혼자 누리는 휴식과 몰두의 시간은 달콤하다. 던지고 치고받는 가족간의 대화는 야구 게임처럼 역동적인데, 들키고 싶지 않은 나약한 내면은 늑대 가면으로라도 위장하고 싶다. 힘든 기억에 붙들려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모든 게 마음에 달렸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놓지 못해 괴로울 때, 가족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만한 마음의 보약이 또 있었던가.
이 작품들은 그렇게 살아온 우리 가족의 공유된 기억들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어린 시절 동네 사진관에 걸려 있던 가족사진들을 떠올리곤 했다. 나는 이 그림들 속에 가족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삶의 서사와 사랑의 함의를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욕심임을 깨닫는다. 내 그림 역시 우리 가족이 만들어온 세월의 결을 다 드러내진 못한다. 그 이면에는 그림이 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여전히 숨어 있다. 인생이란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림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림을 통해 보편의 삶을 확인하고,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가족의 일상에도 공감과 위로가 되고 싶다. 내 그림 앞에서 비슷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얘기를 발견하기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알아내기를... 그 속에 여러분의 가족도 숨어 있음을 눈치 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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