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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전 : 몽유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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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 회화의 새로운 세계, 새 장르를 창조적으로 열다.



이석우(ph.D. 겸재정선미술관장, 경희대 명예교수)


작가 박일선의 <몽유 금강산>展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일들을 보고 느낀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예술인 단청은 그 일렁이는 디자인적인 요소와 회화적인 표현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솔직히 회화적 창작성보다는 그 색채와 문양을 계승하는데 역점을 두어왔다는 점이 내가 받은 인상이다. 물론 이 일이 갖는 본질지킴의 중요성 때문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박일선은 단청의 전통성을 지키면서도 이를 확대․응용하여 새로운 회화의 창조적 세계를 활짝 열어 젖혔다. 이는 단청의 예술사에서 참으로 획기적인 새로운 일로, 우리 단청사의 변혁 가능성과 그 세계화, 한류의 길도 함께 터놓았다고 보는 소이이다.


이러한 그의 성취는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인간적 성실성과 그가 살아온 특이한 인생 캐리어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요컨대 그는 역경을 순경으로 승화시키는 지속적인 정진과, 좌절에서 오히려 소망을 보는 긍정적 사유의 소유자이다. 더구나 난관 앞에서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힘을 찾는 심지가 곧고 깊은 사람이다. 더하여 반복하면서도 사유하고 창조과정에서도 전통을 버리지 않는 타고난듯한 장인적 기질을 갖추고 있어 다행스럽다.


인간 박일선은 2012년 12월, 37년간 근무한 우리은행을 퇴직하고 그가 어릴 적부터 꿈으로 그리던 예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198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를 졸업했으니 만학임도 부인키 어렵다. 퇴직 전부터 이미 단청 배움에 정진하던 그는 2011년 3월에 이르러 배운 단청을 활용하여 무엇을 그릴 것인가하는 회화적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입선을 거듭해 오던 그는 2014년 제12회 겸재진경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겸재미술관에 걸린 그의 ‘대상’ 작품을 보면서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가 단청회화의 새로운 세계, 새 장르의 문을 열고 있음과 그 가능성을 예감하였다. 겸재진경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는 것은 그에게 단순한 미술상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지녔으리라 믿는다.
그가 단청의 원리를 회화화할 때 처음으로 작심한 것이 겸재의 금강산도를 그리고자 하는 것이었고, 그가 가장 존경하고 그의 롤모델로 닮고 싶은 화가가 겸재 정선(1676-1759)이기 때문이다. 겸재의 삶이 그의 인생역정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그가 미래에 이르고 싶은 이상적인 화가상도 겸재 정선이 아니었던가.


돌아보건데 겸재는 언제나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지체높은 사대부 가계였지만 겸재 자신의 당대에는 쇠락하여 가난이 극심하고 벼슬길에 나갈 가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유학에 통달하고 주역을 꿰뚫었으며 풍수에도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면려하였다. 더욱이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은 그의 열정은 한번도 자기에 안주하지 않았고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82세까지 돋보기를 쓰고 그려도 하나도 흐트러짐없는 화혼의 소유자였다.


작가 박일선은 자신의 단청 산수화 작업의 영감을 겸재의 금강산도에서 얻고 있음과 어떻게 이를 회화화시키고 있는지를 이렇게 밝힌다.


'나의 단청 산수화는 단청과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었는데 한국적 산수화, 특히 겸재의 진경산수 중 금강전도와 단청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장르의 실험 작업이다. 장르를 뛰어 넘나드는 뒤섞임의 문화 또는 탈장르의 문화를 의미하는 crossover나 fusion이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한 발상에서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는 회화의 창조적 자유정신을 십분 발휘하지만 단청이 갖고 있는 장인적, 반복과 대칭, 점층의 특징을 회화 속에 정성을 다하여 구현한다. “나의 작업은 수없이 많은 일관된 반복과 몰입의 연속이다. 힘들고 고되지만 희열을 느끼는 노동의 중독과도 같은 작업”이라고 고백하는 것도 그의 작업이 갖는 고역과 동시에 느끼는 두 영역의 융합이 주는 상생의 희열을 함께 체험하기 때문일 터이다.


겸재는 금강산을 단순히 보이는대로 그리는 것을 넘어 부감법으로 또는 특유의 준법으로, 때로는 토산과 암산을 태극으로 통합하며, 경물을 재배치하는 등 그가 보는 세계와 영감을 자기 식으로 재창출하였다. 백척간두 진일보하는 예술 극치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할까. 겸재에게 금강산 그림은 <신묘년풍악도첩>이나 <해악전신첩>에서 보여주듯이 그의 예술길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화명을 떨치고 관직의 길에 들어가게 되는 토대를 놓았다. 또한 그는 금강산을 그리면서 설악준, 부벽준을 과감히 구사하여 진경산수의 단초를 그곳에서 열었다고 할 만큼 금강산 그림은 그의 예술 생애에 큰 의미가 있는 소재이자 주제였다.


박일선도 그의 본격적인 화제와 단청의 회화화를 시작한 동기 및 작업이 금강산, 그것도 겸재가 그린 <금강전도>, <금강내산총람>이나 <금강내산총도> 등에 근거한 것이다.


박일선도 겸재의 금강산도를 단청회화로 응용 발전시키는데는 나름의 고민과 실험 과정이 있었으리라. 그의 섬세하고 조심스런 작업과정에서 우선 이 점이 드러난다. 바탕재를 만들 때 한지에 교반수를 바르고 말리는 작업의 반복. 단청의 밑그림인 초를 만들듯이 금강산의 수많은 계곡, 사찰, 하늘을 스케치한다고 알고 있다. 채색 작업은 단청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초빛, 2빛, 3빛의 순서로 ‘휘 채색(gradation)' 기법을 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마치 석수가 정과 망치로 수 없이 많은 망치질을 반복해서 돌을 쪼아 조각을 하듯, 옛 여인들이 수 많은 밤을 새워가며 오색실을 끼운 바늘로 … 수를 놓듯이 나만의 단청산수화도 수 없이 많은 고된 붓질의 반복을 거듭하는 채색 작업을 거쳐 화폭을 채워 나간다.'


이러한 그의 집중스런 작업 과정 말고도 겸재 그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자기만의 조형세계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하늘의 변화시도가 그렇고 크고 작은 바위와 산의 위치 변화, 앞 산 배경의 크기와 원근 조절 그리고 색채의 대비와 보색 등의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나름의 변화를 시행, 실험하면서 그림에 동적인 요소, 화려하고 화사한 즐거움, 신명의 상징성을 도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전통에 충실하면서 이를 현대화시키고 있다는 얘기이다. 성급한 주문일지 모르지만 산수화의 장르를 넘어 화훼, 영모 민화풍의 그림에까지 새롭게 넓히는 일은 그의 도전이자 과제이며 기회라고 보겠다. 이제까지 그가 이룩해 온 역량으로 봐서 이 일도 성공적으로 이루리라 믿고 기원한다.


장인처럼, 고흐나 박생광이 그랬듯이 꾸준히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열심히 하는 중에도 ‘유어예(遊於藝)’의 정신을 잃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는 작가로 하여금 새로운 자유의 유영에서 또 다른 경지의 세계를 이루는 활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시를 축하하며 절차탁마의 정진을 당부한다.




박일선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 전수교육조교 양선희 선생 사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안과 졸업


2014      제12회 겸재진경미술대전 대상 (겸재정선미술관)
            제2회 KOTRA 한류미술공모전 동상(KOTRA OPEN GALLERY)
            제12회 서울미술대상전 입선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
            제9회 대한민국 남농미술대전 입선(목포문화예술회관)
            제16회 단원미술제 입선 (안산 단원미술관)
2013      제27회 대한민국 불교미술대전 입선 (불교중앙박물관)
            제3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갤러리 블루)
2011      제36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입선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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