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정원
어느 산 속 깊은 곳.
나는 그 곳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차라락 거리는 나뭇잎사이로 알 수 없는 혼돈의 냄새가 깊은 산허리를 따라 흐르는... 그땐 아주 어렸고 아주 행복했고 아주 즐거웠으며 아주 그리운 시간으로 나에게 기억되어 지는 그 곳.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된 산 속에서의 삶은 성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 곳에 대한 나의 기억은 어쩌면 비릿한 생의 순간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의식적으로 눌러버린 어린시절의 파편들이 기억의 강 위로 떠돌아 다녔고, 들여다 볼수록 힘겨운 내면의 모습들이 명확함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불면의 밤이 깊어만 갔고, 그 속에서 또 다시 퇴행을 반복했던 시간. 그 시간들 속에 그림을 하는 내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해야만 미래의 나를 향해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기억의 정원’은 나의 고백서이다. 지금껏 감추고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온전한 나에 대한 고백서.
지나간 시간들 속에 있는 나의 그림들이 뭔가 가식적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의식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들은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나’이다.
잘 그린 그림도 아닌, 잘 그리게 보여지고 싶은 그림도 아닌 날것의 나.
작업을 통해 기억의 정원을 거닐며, 때론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천천히 나를 만나는 과정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목 한 켠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이 곧 찬 겨울을 불러올 것이며, 어릴 적 나의 그 곳에서는 늘 그랬듯이 별빛이 쏟아지고, 낙엽이 내리고 달그림자가 밤길을 서성이리라.
모든 추억이나 그리움을 캔버스에 온전히 담아 낼 순 없지만 그림을 통해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고민하며 오늘도 나는 나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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