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그의 그림은 여리고 가늘한 선의 꿈틀거림에 의해 남도의 자연과 인물의 형태를 창조한 것이다. 그 같은 선의 움직임은 육자배기 같기도 하고 피리의 선율 같기도 하며 누에가 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작은 나뭇가지 끝이며 머리털까지 신경세포를 뻗치고 있다. 기법 적으로는 바늘 끝으로 긁어내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물스런 당산나무처럼 살아있고 별빛같은 빛을 뿜게한다. 그의 그림의 색채는 분위기를 연출하기위한 부차적인 것이다. 전 화면을 단일한 색조의 톤으로 유지하는데 때로 과거의 시간(역사)이며 장소를 회상하기위하여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누렇거나 어두침침한 갈색을 써서 드러내며 눈부신 황혼의 빛깔로 가득 찬 자연의 환희와 슬픈 여운을 동시에 자아내게 하며, 섬세한 선율의 흐름 속에 잊을 수 없는 정한과 기쁨을 실어 보내며 영성을 담아낸다. 양화이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 때 (‘98년) 그의 그림을 가리켜 ’가장 남도적 감성이 곰삭혀있는 풍경화‘ 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 그러나 김호원 그림 속에 원초적 감성의 원형이 숨어있다. 오랜 세월을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살아온 이들의 감성, 그 상상력이 내밀하고 애잔하게 남도가락 같은 선율로 그려지고 있다. 해묵은 당산목의 주름진 표피에는 돌아가신 선조들의 주름진 얼굴의 풍상이 새겨져 있으며 그 가지의 뻗힘 속에 역사 속 숨은 얼굴이 있고 나무들은 잃어버린 영산강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작가 자신의 공간을 숨 가쁘게 에워싸며 사는 의미를 묻고 있다. 아예 자연은 인간의 모습, 얼굴은 닮은 것이라고 노골적 상징그림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의 풍경화는 단순히 보이는 시선의 재현이 아니라 남도적 서정시와 같은 울림, 이야기가 담겨있다.
-원동석(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