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탈리안 모노크롬, 실험적 표면>(Italian Monochrome, Experimental Field)

＊장소: 오페라갤러리 서울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전시기간 중 매일

＊참여작가: 3인

움베르토 마리아니(Umberto Mariani)

＊전시작품 수: 회화 13점

오페라갤러리는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확산된 대표적 미술사조인 앵포르멜 운동의 맥을 이어 창작의 행위와 물성 사이의 유동성을 탐구하고 회화의 개념과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 전후 이탈리아 아방가르드 작가 3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탈리안 모노크롬, 실험적 표면> 展을 개최한다.

루치오 폰타나 Lucio Fontana 가 ‘공간개념, Spatial Concept’ 연작에서 보여준 단색 캔버스를 관통하는 길게 베인 자국을 통해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한 이후 이탈리아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캔버스에 글을 쓰고 지우는 반복적 행위 등 창작의 행위와 과정을 작품에 포함시켜 시각적, 시적 효과를 극대화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시해왔다.

<이탈리안 모노크롬, 실험적 표면> 展은 미리 계획된 구성을 거부하고 단색의 색면을 넘어 빛과 반응하여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으로 가장 혁신적인 전후 아방가르드 회화를 추구한 이탈리아 중견작가, 알레산드로 알가르디, 움베르토 마리아니, 마르셀로 로-기우디체, 3인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추구한 새로운 이탈리안 감성의 모노크롬 미학을 선보인다.

움베르토 마리아니 Umberto Mariani (1936-)

193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움베르토 마리아니는 옷감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광택과 패턴이 만들어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주름잡힌 직물의 유동적인 특성을 작가의 고유한 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한다. 이브 클랭 Eve Klein,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동시에 이탈리안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나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옷감의 표현을 상기시키는 그의 작품에는 물결같이 주름지고 광택있는 천이 납으로된 배경 위에 놓여 있다.

마리아니는 유년 시절 이탈리아의 거리를 지날 때마다 보았던 그리스 조각상의 인물이 입고 있는 의상에 표현된 직물의 접힘 (folds of textile) 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 마리아니는 딱딱한 소재인 대리석이 인간의 손으로 조각되어, 접힌 천의 섬세한 주름의 사실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에 크게 매료되어 작가만의 기술로 이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천이 겹겹이 접히는 경계에서 생기는 빛과 그림자의 환영을 탐구하고 이를 여러 장의 납을 덮고 있는 정교한 휘장(drapery)으로 재현한다. 불규칙한 크기의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접힌 천의 주름은 빛과 그림자의 패턴을 만들어 낸다. 천은 내재된 사물을 감추어 비밀스런 사물에 대한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사물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신비한 효과를 만들어 낸다. 납은 무게, 공업, 공격성 등의 남성성을 상징하고 이를 감싸고 있는 천은 이와 대조적으로 우아함과 부드러움, 여성성을 제안한다.

마리아니는 아카데미 브레라 Accademia di Brera 에서 저명한 이탈리아 화가 아쉴 푸미Achille Funi에게 사사했다. 작가는 현재 밀라노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다수의 이탈리아 평론가들의 연구 논문의 주제가 되고 있다. 마리아니는 1960년대에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St. Peter’s Basilica, Vatican과 로마의 산안토니오 성소의 모자이크와 대형 프레스코화 작업을 시작으로 납과 모래를 사용하여 빛과 반응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작업, 그리고 최근에는 알파벳 레터와 기호를 사용하여 언어가 지닌 의미적 모호성과 상대성을 암시하는 다차원적인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1970 년대에는 브루셀의 팔레 드 보자르 미술관 Palais des Beaux Arts, Brussels 그리고 파리 현대미술관 Musée Moderne Paris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알레산드로 알가르디 Alessandro Algardi (1945-)

1945년 밀라노 출생의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알가르디는 피에로 만조니 Piero Manzoni, 루치오 폰타나 Lucio Fontana 에게 영향을 받았다. 알가르디는 글 쓰는 행위와 재료와의 유동적인 관계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시각적 변형 (visual transformation)을 보여주는 시적 효과를 창조한다. 작가는 단색의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문장을 한 줄로 겹쳐 놓고 읽기 불가능하고 의미 없는 형태로 만드는데, 관람자로 하여금 캔버스에 쓰여진 문장을 읽어보도록 유도하지만 같은 줄에 곂쳐 쓰여진 문장들은 수 없는 반복을 거치면서 읽기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로써 작가는 문장들이 무의미한 형태로 변형 되어 본래의 언어적 의미를 잃고 하나의 서도화(calligraphy)가 되는 시각적 변형(visual transformation)을 통해 개념적 사고를 이끌어 낸다. 알가르디는 이런 특유의 표현 기법을 이용해, 언어는 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한계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알가르디는 1967년 밀라노에서 개인전을 가진 이후로 런던의 이마고 갤러리 Imago Gallery, 베니스의 국제 아트센터, 그리고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등 전세계의 유수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총 100회가 넘는 많은 전시회를 가졌다. 그의 작품들은 미국 아이오와주 Dubugue 미술관, 조지아 주 사바나 대학 미술관, 이탈리아 지오바니 베르가 박물관 Museo Giovanni Verga, 밀라노 노베센토 미술관Museo del Novecento 등 수많은 유수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마르셀로 로 기우디체 Marcello Lo Giudice (1957~)

마르셀로 로-기우디체는 볼로냐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1988년 졸업 후, 베니스 미술 아카데미에 Academy of Fine Arts Venice 에 재학하여 20세기 후반의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세 거장, 에밀리오 베도바 Emilio Vedova(1919-2006), 쥬세페 산토마소Giuseppe Santomaso(1907-1990), 그리고 베르질리오 기우디 Virgilio Guidi(1892-1984) 에게 사사했다. 지질학을 공부한 로-기우디체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물질 사이의 순환적 동맹의 관계를 강조한다. 작가의 물질에 대한 지질학적 관심과 지구의 유기적인 과정에 대한 지식이 결합하여 탄생한 작품에는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로-기우디체의 작품은 인간과 창조의 에너지와의 보편적인 연결고리를 강조하여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의 변화되는 모습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한다.

색과 매체의 화학 작용을 자유자재로 실험한 결과물인 로-기우디체의 모노크롬 단색 작품들은 탁하면서도 선명하고, 흙 같이 어두우나 동시에 화려하게 빛을 낸다. 캔버스 위의 재료들은 서로 겹쳐진 상태로 형태가 없어지다가 긁힘, 삭제, 마모, 평탄화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 표면 위에 나타난다.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 재료들을 말리면 작품은 절제된 화폭으로 심오한 뜻을 갖고 새롭게 탄생한다. 캔버스 표면 위에 형성된 선들은 자세히 보면 교차로, 다리, 운하, 경로, 신기루와 비슷한 형태를 자아내는데 이는 로-기우디체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작가의 ‘지질학적’ 영감을 잘 보여준다.

밀라노 델 나비질리오 갤러리Galleria del Naviglio에서의 개인전 도록에서 평론가 올리비에 미쎙Olivier Meessen 은 ‘로-기우디체의 “퇴적” 작품들은 유화 물감과 흙, 그리고 다양한 천연 안료들이 두껍게 겹쳐 발려져 캔버스 표면에 “퇴적구조”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1960년 밀라노에서 이브 클랭과 누보레알리즘을 함께 창시한 삐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는 로-기우디체의 작품을, ‘빛의 에너지와 재료가 결합하여 변성되면서 형성된 신선한 지질학적인 모습’ 이라고 묘사하는 등 그의 작품은 세계적인 미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그들의 논문에 거론되었다.

로-기우디체는 2009년 그리고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고 그의 작품은 자그렙 Zagreb 현대미술관 (MoMa, Zagreb), 로마 외무성 미술관The Museum of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Rome, 존 엘칸 콜렉션 John Elkann, 조지 세갈 콜렉션 George Segal, 스위스의 필립 모리스 Phillip Morris 콜렉션 등 에 소장되어 있다.

Marcello, LO-GIUDICE, Blu Eden, 2015, Pigment and oil on canvas, 60 x 50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