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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박보정 설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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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소개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2016유리상자-아트스타전시공모선정 작가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가치 있는 동시대 예술의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6년 유리상자 세 번째 전시인, 전시공모 선정작 2016유리상자-아트스타Ver.3 회화를 전공한 김윤경(1977년생)과 박보정(1979년생) 두 사람의 공동 설치작업 ‘하얀방 White Void Room’입니다. 이 전시는 작가 자신들이 경험한 공허空虛와 충만充滿의 기억 혹은 현실의 허무虛無와 신성神聖의 염원念願 사이를 오가는 어느 지점을 시각화하여, 우리 삶에서의 망설임과 불안不安의 상태를 예지叡智적으로 해석하고, 구체화한 다시보기입니다. 또한 지금, 여기의 상태狀態가 가능하도록 오랜 시간동안 지속해온 두 미술가의 지향적 신체행위가 관객과 만나 충만의 기억을 공유하려는 시공간적 장면場面의 상상想像입니다.

 

이번 전시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가의 지향을 시각화하는 지속적인 미술 설계의 어느 시점을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에 담아내려는 두 작가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평화로운 표정의 선승禪僧을 닮은 두상을 그려온 박보정의 회화와 무한히 가득한 빛을 배경으로 하얀 오브제 정물을 그리는 김윤경의 회화에서부터 출발하여 서로 협력하고, 여기 유리상자에서 6×6×5m크기로 확장擴張되는 작가의 설계는 시간과 공간을 잇는 연속적인 미술 행위로서 인간 삶의 굴곡과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태도를 닮았습니다. 2년에 걸쳐 인연이 닿은 사물들을 수집하여 흰색 물감으로 칠하는 행위, 각각의 표정이 다른 4,000개의 작고 하얀 두상을 손으로 소조塑造하는 행위, 하얀 바닥이 있는 3차원 공간의 중앙에 흰색 그림을 그리듯 식탁을 놓고 그 위에 장식장을 쌓아 주변에 작고 다양한 오브제를 배치하는 행위, 이러한 신체행위는 생의 현실에서 경험했던 불안의 시간을 잊고 전혀 다른 충만의 기억으로 지향하려는 몰입 장치이며, 즉흥과 직관 그리고 반복과 지속을 더하여 흰색의 사물이 포개지고 나열되어 비운 듯 채워진 하얀방이라는 입체 정물화를 남깁니다.

16, 17세기 유럽의 바니타스Vanitas 화풍을 닮은 사물의 배치는 흰 색상으로 인해 공허해 보이는데, 뻐꾸기 시계, 3단 장식장, 식탁, 오래된 의자, 촛대, 그릇 등은 사용이 끝나 원래의 효용이 폐기된 사물들이고, 장식용으로 만든 다양한 조각상과 모조 석고상, 과일, , 보석, 해골 등은 원본을 흉내 낸 복제 사물이며, 빈 술병, 소라껍질, 새장, 깃털, 거울 등은 실체가 사라진 껍질 상태의 사물들입니다. 주변의 풍경과 관객의 등장에 상대적으로 더욱 공허해 보이는 이 공간의 바닥에는 마음을 담아 간절히 생각하고 기원하는 염원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두상이 넓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유리상자에 채워진 흰색 사물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없이 공허한 부재와 결핍의 공간을 강조하며, 동시에 빛으로 충만한 하얀방을 기억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는 살아있음을 증거 하는 지금, 여기공허충만’, 그 사이에서 충만을 기억하려는 염원의 스펙트럼, 또 지움과 비움이 곧 빛의 충만을 호출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질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지향을 실천하는 신체행위과정에서 스스로와의 만남, 동료 미술가와의 유대와 공감, 나눔의 경험들과 함께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대략 7미터 높이의 천장과 흰색 바닥이 있는 유리상자 공간을 채운 듯 비운 하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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