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기술
이례적 경제 성장 이후, 성장 없는 경제활동, 국가적‧종교적 대립, 극우 집단의 대테러, 계층간의 불협화음 등 소통과 공감이 그 어떠한 시대보다도 필요한 지금을 살고 있다. 작금의 세태에서 공감 능력의 필요성은 단순히 계층간의 이해를 요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전국가적, 전지구적 반목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경계적 간극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개인의 공감, 사회적 공감, 공간의 공감이라는 주제로 《공감의 기술》을 진행하려고 한다. 《공감의 기술》은 통상적으로 전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미적 감정이 아닌, 그 안에서 낯설고 생경한 경험을 통하여 작가와 관람객, 예술과 사회의 공감의 지점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특히 시각예술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이트 큐브 내에서 이를 전복시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김명아, 김정민, 김은설, 정은별, 최성임이 말하는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청각장애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김명아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김명아는 자신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소통의 어려움을 나무박스에 가려진 두 사람을 잇는 우레탄 실, 자기방어 기제로 사용한 페브릭 등을 통해 가려진 상대 혹은 자신을 조정하는 존재와의 위치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김정민의 작업은 시종일관 전시장 내부로 진입한 관람객과 관계성에 주목한다. 김정민이 수행하는 작업 과정은 대략, 조형성 중심의 조각에서 작품과 공간, 지각에 대한 관심, 그리고 보다 비대상적 경험의 변화에 대한 무의식의 환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은설은 아토피라는 피부 질환을 앓던 개인의 경험을 캔버스로 옮긴다. 피부라는 표피에 남겨진 아토피의 흔적을 그려내는 단순한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보이는 간극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이다. 정은별은 주변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모퉁이의 풍경 혹은 쇠약해져 사라져가는 공간, 불안한 사회 내부의 인물들을 캔버스에 박제화한다. 박제된 인물들은 불분명한 얼굴선, 묘사되지 않은 사지 등 흡사 아르토의 ‘기관없는 신체’에서 언급되는 인물들이 연상시킨다. 최성임은 전시장 혹은 외부의 공간에서 작품으로 사용된 소재들을 전시 이후 실제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작품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드러나 있는 '안‘과 숨어있는 '겉‘에 대한 고민, 내부의 온도를 외부로 발현해 나가는 과정, 쌓여있는 것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여운 등을 설탕, 공, 흙 등 다양한 소재로 매체화하는 설치 작가이다.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과 타인, 개인과 사회, 내부와 외부의 공감에 대해 저마다 이야기하는 방식과 기술의 방법 또한 다양하다. 전시장 내부에서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공감의 지점을 통과하면 제도에 의해 소외된 영역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공감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저마다의 공감의 기술을 습득하고 발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연희 신한갤러리 역삼 큐레이터
김 명 아 (Myung-Ah Kim)
김명아는 듣지 못하는 소리를 대신하여 조소라는 장르로 소통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 대학원의 조소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사람》(2014), 《아트서울 2015》(2015), 《관계, 소통의 장치》(2016.12전시 예정) 등의 개인전과 《우리 안의 신화》(2009), 《발라다르와 예술가들》(2011), 《조각, 무엇을 생각하는가》(2012), 《조각, 광복에서 오늘까지》(2013), 《시간의 향기》(2016)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창작디딤돌’(2013), ‘대안공간 눈 작가지원 프로그램’(2014)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으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7~8기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 은 설 (Eun Seol Kim)
김은설은 자신의 겪은 경험들을 소재로 공감과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이다. 그녀는 청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김은설-개인전》(2016)을 개최하였으며, 《란(亂)제리》(2012), 《또 다른 나를 만나다》(2014), 《제3정거장》(2015)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우민아트센터의 우민신진작가(2015)로 선정되었으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로 활동중이다.
김 정 민(Jung Min Kim)
김정민은 장소와 관객의 관계, 참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설치 작가이다. 그는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조소과를 졸업하였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관람자가 관람자를》(2015), 《624:38,34》(2016)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하이로봇》(2009), 《R450》(2010), 《노트 온 더5》(2012), 《블루클레이》(2013), 《로딩》(2014)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2010 미사리 조각 공모’(2010)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기아자동차 레이 아트카’(2011) 제작에도 참여하였다. 《숨비 “물의 경계”》(2015), 《창작집단 숨비 “물의 경계, 바람의 노래”》(2016)등의 공연에서는 공연 무대디자이너로도 영역을 확대하여 활동하는 작가이다.
정 은 별(Eun-byul Jung)
정은별은 주변 공간에서 사라지는 풍경 혹은 소외된 인물 등을 캔버스로 옮겨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그녀는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에서 동양화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보이지 않는 나라》(2014), 《사라지는 나날들》(2015)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사랑을 품다》(2011), 《ASYAAF》(2012), 《바람난 미술》(2014), 《beyond recall 용마랜드》(2015)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시각-개인전’(2015)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최 성 임(Sungim Choi)
최성임은 드러나있는 ‘안’과 숨어있는 ‘겉’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소재를 작품으로 활용하고 전시 이후에도 사용된 소재들의 사용처를 마련해주는 세심한 설치 작가이다.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 회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은 텃밭》(2012), 《은신처》(2013), 《미묘한 균형》(2014), 《두 번째 장소》(2015)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The Emptiness The Traveling》(2012), 《51%》(2013), 《가벼운 발자국》(2014), 《빌린가게》(2015), 《MSG, 맛의 정치학》(2016)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부대 프로그램
[아티스트 토크]
신한갤러리 역삼은 관람객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된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낮 1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리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작가가 직접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또한 갤러리에 있는 세미나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작가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시간도 가져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때 작가들이 프로젝트 영상물도 준비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아티스트 토크는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일반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신한 갤러리 홈페이지를 통해서 접수 신청을 한 뒤 참가할 수 있다. 아티스트 토크 접수 안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이주 전부터 홈페이지에 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