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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수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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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기획_배수경 ‘수풀 속에서’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6. 12. 21 (수) ~ 2016. 12. 27 (화)


2. 전시내용 

1
욕망의 숲, 환유의 놀이터

물고기, 노루, 말, 까마귀, 나방,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나 무성한 잎사귀들의 실루엣. 배수경은 자신의 꿈 속 생명체들을 무대화한다. ‘무대화한다’는 말은 자신의 꿈에 나타난 사건이나 장면을 재현한다는 말도, 그것을 해석하거나 알레고리화한다는 말도 아니다. 무대로서의 숲은 작가의 낮꿈(몽상) 혹은 밤에 꾸는 꿈들에서 시작되지만, 이 생명체들은 꿈에서 나온 주연 혹은 엑스트라들이 아니라 꿈이 지닌 감각적 과장, 비약, 갈피를 잡지 못하는 증식 그 자체를 보여주는 꿈의 징표(token)들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원생동물의 세포번식과 같은 형태들을 그렸던 초기 작업부터 얼굴 없는 여자(또는 남자)가 계곡과 함께 등장하는 근래의 대형 그림들까지 배수경은 숲이란 이미지를 어떤 원시적 생명력이 표출되는 기표들의 몽타주로 표현한다.
작가는 꿈에서 만난 생명체들의 강렬한 형태, 색, 그리고 ?무엇보다- 촉감을 캔버스에 옮겨놓지만 그것들을 마치 자신의 거울이미지처럼 그려낸다. 이 수풀 속 생명체들은 대상화된 오브제라기보다는 환유된 자아의 욕망 그 자체에 가까워 보인다. 이들과 꿈꾸는 자의 거리는 너무 가깝거나 거의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꿈꾸는 자가 물고기, 나방 자체가 되기도 하고, 꿈꾸는 자의 내부로-귓속으로 혹은 콧구멍 속으로, 혹은 벽을 뚫고- 어떤 생명체가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모두가 일련의 연쇄작용처럼 같은 희열 혹은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생명체들은 꿈에서 본 대상들이 아니라 작가의 내벽에 새겨진 무늬 혹은 각인된 형상으로 보인다. 이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 무대화하는 작업은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는 태도가 아니라 내면을 뒤집어놓고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태도다. 이 태도가 배수경의 작업을 그저 보태니컬 아트와 유사한 그림이나 생물들의 형태를 드로잉하는 데 열중한 유아론적인 작업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배수경의 그림에서는 꿈-사고로 구성되는 원초적 욕망의 단편들을 읽어낼 수 있지만, 이를 섹슈얼리티라고 읽기에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 어쩌면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적 본능’으로 떨어져 나오기 이전의 자아본능으로 유예되어 버린 듯한 저 욕망의 흔적들에서 섹슈얼리티를 읽는 것은 작가의 말처럼, “조금 유치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물고기나 포유류, 여성의 나체와 같이 섹슈얼해질 수 있는 모티프들이 생명의 원시적 에너지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며, 그러한 힘과 희열을 표현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그리는 욕망의 숲이 단순히 기쁨 넘치고 상쾌하고 촉촉한 감각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너스의 탄생>에서 쾌락의 분출처럼 보이는 핑크빛 폭발들은 가면을 쓴 육감적인 비너스의 얼굴로 상쇄되며 서늘한 불안감을 던진다. <숲 속의 계곡에서> 대어를 손에 든 얼굴 없는 남자에게 비추는 노란 빛도 마치 해부실이나 수술실의 조명처럼 차가운 느낌을 준다. 나방의 형상이 불러일으키는 간질간질한 느낌과 소름끼치는 긴장은 애무의 욕구를 동반한다. 쾌와 공포, 기쁨과 절개(혹은 죽음)의 감각이라는 양가적이고 모호한 정동이 그림들을 관통한다. 이러한 양가성이 이전의 작업들에서는 살덩이이면서 칼인 형상으로(<표범에게 벽은 없다>), 스테이크이자 벌레인 형상으로(<식사>) 표현되기도 한다. 희열과 불안의 양가성은 <나방과 함께 있는 자화상>에서 가장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응축된 듯하다. 창백한 낯빛의 자화상은 귀를 간질이는 나방의 존재에 소름 돋는 긴장과 설렘 그 둘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치지 않는 듯하다. 나방시리즈 에칭에서는 이러한 역설적인 감각성을 매체의 실험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가장 날카로운 선을 표현하는 매체에서 보드라운 나방의 잔털들이 하나하나 살아나는 듯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죽음충동을 모든 생명체 속에 작동하고 있는 원시적 힘, 그러나 생명보존의 힘에 의해 은폐되어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배수경의 숲에는 이러한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서로 뒤엉킨 시각적 감각들로 환유되어 나타난다. 자신의 내면, 혹은 그 기저에 깔린 욕망의 양가성을 숲의 생명체들로 환유시켜 보여주는 이런 태도에 깔린 전제는 너는 어떠한가, 혹은 너 또한 그러한가라는 물음이다. 때문에 배수경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자기지시적인 작업이지만, 모두의 원시적 욕망을 묻고, 건드리고, 모두를 이 환유의 놀이로 초대하는 초대장이다. 자 이제 더 가까이 다가오시라.

이진실_미학, 비평


2
내가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배수경의 영향이다. 나는 여의도의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삶을 태연히 살면서, 이따금의 일탈 삼아 까마귀라든지 가을에 꽃핀 세이지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밤늦게 길고양이들의 서식처를 따라 함께 산책을 하는 수준으로 그녀의 삶에 참여하곤 한다. 10대일때부터 지켜본 바 배수경은, ‘어른이 되면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견고한 사회적 통념 속에서 마치 다른 종(種)-겹눈이라든지 더듬이를 가진-의 생명체인 양 자라나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해 왔다. 혼자 내버려 두어 진 시간이 많았던 어린 시절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의 시멘트 바닥에서 본 팔뚝만한, 혹은 팔뚝만하다고 생각했던 개미에 대한 또렷한 기억부터 최근 꾼 꿈에서 새파란 나방 떼에게 쫓기며 그 나방들이 귓구멍, 콧구멍으로 파고들던 촉감과 같은 생경한 경험을 늘, 제법 신이 나서 이야기하곤 한다.

이렇듯 남다른 감각기관과 사고체계를 통해 수집된 경험들은 작업을 통해 느리게 형상화된다. 기록되는 것은 작가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종(異種)의 언어, 비약되고 왜곡된 신체적 감각이다. 이해할 수 없으니 그저 바라보고 만져보는데, 작가가 탐닉하는 것은 그 생경한 감각 뿐 아니라 이종간의 불통(不通)에서 오는 거리감이기도 하다. 불통은 오히려 감각을 극대화시켜, 불필요하고 구차한 감정이 섞여들어갈 틈이 없다. 작가는 서로 영원히 가까워지지 않을 불통의 한 꺼풀을 사이에 둔 관조적 유희로 관객을 초대한다. 맹목적이던 혼자만의 유희는 한 점 한 점의 그림이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과 마주쳐 새로운 경험을 낳는다.

배수경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쓸 수 밖에 없는 ‘자연’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인간의 입맛에 맞춰 미화된 막연한 숲의 이미지가 아니다. 바짝 다가가 수풀을 헤집고 손을 뻗어 만져 보아야 보이고 느껴지는, 온갖 생명체가 저마다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으로 소용돌이치는 자연이다. 먹고 먹히고 달아나고 기생하고 경쟁하는 뒤얽힌 생태계 속 하나의 개체이자, 그 모두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간계에도 한 발을 딛고 있는 작가는 두 세계를 잇는 무심한 중계자이다. 작가를 통해 끝도 없이 번역되어 쏟아지는 미지의 언어들, 그 색채가 일으키는 낯선 음조는 인간종의 단조롭고 편협한, 그마저도 점차 퇴화되어가는 감각기관을 두드리는 듯 하다.

이노을
멀쩡히 거리를 걷다가도 마주치는 온갖 이종의 생명체들에게 통하지도 않을 언어로 말을 거는 작가이자 십수년지기 친구인 배수경의 전시를 맞아 쓴다.
 


1. 비너스의 탄생(그녀, 웃다)_oil on canvas_130.3 x194 cm_2016




2. 숲 속의 계곡에서_oil on canvas_91x117cm_2016



3. 표범에게 벽은 없다_oil on canvas_130 x162 cm_2012




5. 나방과 함께있는 자화상_oil on canvas_63x71cm_2016




6. 까마귀_oil on canvas_61x73cm_2008


8. 푸른 나방_ oil on canvas_130 x162 cm_2016



10. 아르마딜로가 있는 풍경_oil on canvas_40x53cm_2009



12. 숲 속의 계곡에서_etching_30x40cm_2016



13. 생선손질_etching, chine colle_30x20cm_2016





16. 새들_etching_18x12cm_2016






4. 작가약력


학력
201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수료
200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6 수풀 에서_갤러리 도스_서울
2013 안녕 오즈_문화공간 숨도_서울
2012 밤의 손님_갤러리 보라_서울
2011 어떤 낙원_의상실 겹_서울
2010 꿈을 꾸었다_내촌목공_홍천


단체전
2016 촉각적 피상성에 관한 대화_일년만 미슬관_서울
2016 3개국 국제판화비엔날레_ICPNA_리마_페루
2016 대화, 판화가들_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_서울
2015 판화 : 다양성 속의 일체감_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_서울
2015 동네친구_민서정+배수경 오픈스튜디오_서울
2015 반려작품_드로잉 블라인드_서울
2014 winter comes story begins, 네이버 그린팩토리_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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