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전환의 봄, 그 이후』
-3월 20일(화) 개막식 개최 -
□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개관20주년을 기념하여 대전미술의 1990년대, 2000년대의 흐름을 살펴보는 <전환의 봄, 그 이후>를 3월 20일부터 5월 13일까지 개최합니다.
ㅇ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충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1999년 <전환의 봄>을 시작으로 대전미술의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전시사업을 20년 동안 추진해 왔다.
ㅇ 청년작가 지원전은 1998년 개관 이후 대전미술의 활성화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양성해 온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연례전이다.
ㅇ 1999년, <전환의 봄>이라는 전시명으로 시작된 청년작가 지원전은 2008년부터 <넥스트코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실험정신을 조명해왔다.
ㅇ 그동안 청년작가 지원전을 거쳐 간 역대작가는 117명에 이른다. <전환의 봄, 그 이후>는 이 중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작가14인을 선정하고 20년의 흐름 속에 녹아든 대전미술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ㅇ <전환의 봄, 그 이후>는 제목에서 나타내듯이 ‘전환의 봄’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되어 온 청년작가 지원전이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어떠한 흐름 속에서 20년의 시간을 겪어냈는지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특정 주제 아래 모여든 매년의 전시와는 달리 바로 오늘날까지의 20년이라는 세월 그 자체가 참여작가들을 묶어주는 하나의 튼튼한 주제가 되는 것이다.
ㅇ 이 전시사업에 117작가가 함께 해 왔는데,‘대전미술’에 있어서 노동집약적으로 물성에 대한 개념을 독특하게 다루는 대표적인 특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특징은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차별화된 특징으로서 타 지역의 미술관계자들이 대전미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회자되는 하나의 지역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 작가들은 많은 국내외 비엔날레와 미술관 기획전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대전미술의 고유한 특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ㅇ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청년작가 지원전은 지역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를 미술관이 발굴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에 대한 조명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될 청년작가 지원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모색하고자 한다.”고 함과 더불어 “지역의 청년작가들에게 시민과 미술인들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ㅇ 한편 <전환의 봄, 그 이후>는 오는 3월 20일(화) 오후 4시에 참여작가, 초청인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을 포함하여 개막식을 개최한다.
고산금, 경향신문, 진주,접작체,아크릴릭,나무패널 87×60cm, 2015
육태진, Bicycle Man, 프로젝터, 천, 290x300x300cm, 1995
윤지선, Rag Face #14001, 프린트 된 광목천에 바느질, 260×350cm, 2014
김지수, 공중정원, 가변크기, 혼합매체, 2017
김동유, 나비들(불상), 162x130.3, 린넨에 아크릴릭, 2000
박용선, 반식물, 70x120(3EA), 나뭇잎, 포맥스, 레진, 2017
김지수는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적 사고와 연민에서 오는 감정들을 다양한 오브제와 향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식물학자, 사회학자 등)와 교류하며 얻은 과학적 성찰과 예술적 영감,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에서 동식물들의 다양한 생태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재발견한 생태학적 경험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 생태와 시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며 새로운 예술의 영역을 개척하는 예술가이자 실험가이다.
김동유는 채집된 상투적인 이미지들을 접목, 중첩하며 또 다른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환원시킨다. 한 화면에서 작은 픽셀 같은 얼굴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인의 초상으로 그려내는 다시각적인 반복을 취하고 있는데 대중의 아이콘 이미지를 병합하고 접목시키면서 독특한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 반복의 패턴은 특유의 표현력과 관찰력으로 다른 차원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는데, 작가는 의도적으로 회화에 대한 섭입견과 믿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되묻고 있는 것이다.
홍상식은 조각, 설치, 물성에 대한 개념을 꾸준하게 찾아 온 작가이다. 조각의 기본적인 개념, 즉 깍고 붙이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일회용 빨대를 쌓기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조각의 새로운 조형개념을 개척하고 있다. 앞뒤 구별 없는 빨대라는 독특한 구조로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는 이미지에 의해 새로운 시각적 일루전을 선사하고 있다. ‘빨대를 빨다’는 현대인의 멈출 수 없는 소비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윤석은 동양적 사유가 현대미술과 어떻게 조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동양의 직관적인 사유체계를 시각화시키려는 관심을 종교적 경전들과 금석문, 서간체 등의 텍스트를 현대적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인용된 텍스트를 다시 쓰고,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이미지와 결합해 칼로 오려내 원본의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빛을 이용해 오려진 문자들의 빈 형체를 투과하는 방식을 통해 ‘독해’와 ‘매혹’의 경계에서 관념의 텍스트가 아닌 절대적인 빛의 텍스트로 완성하고 있다.
고산금은 신문기사의 글자 하나하나를 진주구슬로 자역하며 메스미디어의 진실, 혹은 한계와 오보에 대한 함의, 그리고 언어가 동시적으로 가지는 투명성과 불분명성, 진실에 대한 폭로와 숨김이라는 양면성을 지적한다. 백색의 심플한 화면위에 진주를 하나의 단어로 대치하며 정적인 언어로 한 줄의 선을 이루며 문단을 지워나가는 동시에 패턴을 이어나간다. 이 과정은 마치 의식과 노동이 일치되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집약적인 과정이며 더 나아가 마지막에는 순수함 그 자체만 남게 되는 것이다.
윤종석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을 주목해 왔다. 실재[實在]하는 사물을 파악하는 지각적인 태도가 아닌,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직관[直觀]'적인 태도로써 대상과 관계성을 파악하고 표현하고 있다. 점[點]과 선[線]을 무한 반복하여 대상을 표현한 것은 구체적인 대상을 표현하기 보다는 대상의 숨겨진 또 다른 이미지의 결과물을 찾기 위한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대상을 관찰함에 있어 직관적인 시각과 관조적인 태도가 합해져 대상에 숨겨진 실재의 고유한 이미지를 찾아가고 있다.
권종환의 작품은 재현으로부터 시작한다. 패러디 혹은 패스티쉬의 의미로서 재현이 아니라 실제의 사물(object)을 그대로 모방하는 작업으로서의 재현이다. 그 중심에는 솜이 있다. 솜으로 재현된 일상의 사물들은 실용적인 사물의 기능이 상실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사물로 다시 전이되도록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사물마다 숨겨진 고유한 성질을 느끼지 못하던 생활의 질서(물체의 용도와 쓰임새)는 솜에 의해 깨져버린다. 솜이라는 재료를 통해 과거의 기억공간을 재현함으로써 실제의 공간과 재현된 공간 사이에서 물성을 넘어 또 다른 시공간차원이 열렸다.
허구영은 일상의 소소한 습관으로부터 출발한다. 수행처럼 오랜 시간동안 시간의 순간과 순간, 차이와 차이의 틈에서 즐기는 의미 있는 여유로움에서 작품이 제작된다. 일상의 반복에서 매 순간마다 감지되는 습관들이 겹겹이 쌓여 작품으로 전환한다. 자신을 최대한 배재한 지점까지 도달하면서 더 이상 언어도 대상도 이미지도 아닌 것, 다시 말하면 비언어(非言語)적인, 비대상(非對象)적인, 비사상(非事象)적인 것으로서 서로 중첩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사이를 오가며 한없이 표류하는 작가를 발견하게 된다.
육태진은 1960년대생으로 TV를 경험한 첫 세대이다. 그 이후 움직이는 이미지, 영상이라는 시각문화를 체험하면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급변했던 시대의 대중문화, 소비위주의 자본주의 문화 속에서 빠르게 변해가는 세태를 상징하는 광고, 신문광고부터 한국의 전통가구와 미디어가 결합하고 움직이는 색다른 오브제작품,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발칸포영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모든 작품의 중심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더불어 시대와 문화, 자신의 정체성을 고찰하는 한편, 내면 깊이 울리는 자신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작가이다.
이원경은 차가운 알루미늄 선으로 뜨개질하는 방식으로 생명체를 표현하고 마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거대한 가상공간을 연출한다. 이 생명체는 초기의 드로잉 회화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식물과 동물의 어느 경계에 존재할 것 같은 생명체이다. 여기에 차가운 금속성과 변형된 생명체의 상반된 경계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식물, 동물, 금속, 생명 등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관통하는 조화 속에 생명의 근원을 다시 되묻고 있으며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한 작가의 미시적 관점이 생명의 숨과 연결되어 있다.
박은미는 독일 유학시절,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TV 메스컴 속의 영화장면들, 그 중 유독 도드라지는 온갖 폭력적인 요소와 너무 일상화되어 무감각 하기까지 한 자신을 돌아보며 특정장르 이미지의 노출빈도가 현시대 속에서 맿는 상관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총기를 든 영화 캐릭터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차용함과 더불어 작가 자신을 각각 천사와 악마의 모습에 투영하며 사유의 장을 넓혀나간다.
박용선의 작업은 자연에 대한 고찰과 간섭에서 시작된다.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는 가장 사소한 것들과 자신의 위치 사이에서 그 상관관계에 귀를 기울인다. 불완전하고도 불안전한 상태의 낙엽을 구태여 작가의 개입으로 ‘완전’한 상태로 되돌리려고도 하고 빛이나 시간 같은 자연의 질서를 작업의 요소로 담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속에서 가장 느리고 고요하게 작업하는 그이지만 끊임없이 간섭하며 질문하는 작가의 태도에 강함이 묻어있다.
함명수는 대상을 염두해두고 ‘무언가’를 그린다기 보다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끊임없이 붓질의 끝을 쫓아 실험한다. 빠르고 거친 붓질로 시작하여 처음의 스케치를 다시금 더듬으며 세밀한 터치들을 쌓아나간다. 붓질이 쌓이는 층 만큼이나 작가가 바라보고 그리는 대상 또한 변화의 과정을 반복한다. 특히 그의 초기작과 신작을 대조해볼 때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붓터치의 극적인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결 마디마디 마다 ‘그리는’ 순수한 행위 그 자체를 쫓아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며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다.
윤지선은 광목 천 위에 프린트 된 자신의 얼굴과 그 배경 전체가 덮힐 때 까지, 아니 그 행위가 더해질대로 더해져 다른 물성으로 인식될 때까지도 회화적 재봉질을 멈추지 않는다. 여성들의 전유물이던(현재까지도) 바느질을 작업에 차용하지만 재봉틀을 대하는 방식은 기존의 가지런하고 정리정돈 된 기능과는 크게 상이하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리얼리티의 모든 것을 담아내지는 못하는 사진의 숙명에 회화적 터치를 가미하며 나아가 재봉질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양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