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영애 : Home sweet home
2018-06-26 ~ 2018-07-15
청화랑
전 시 명 추영애 展 'Home sweet home'
참여작가 추영애
전시장소 청화랑 Chung Art Gallery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47길 4 (청담동 7-21)
02-543-1663
전시기간 2018. 6. 26 (화)- 7. 15 (일)
추영애 展 - Home sweet home
2018 여름 청화랑에서는 젊은 작가 추영애를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후원하고 미술공유서비스와 청화랑을 통해 공모, 당선된 추영애 작가는 이미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있는 젊은 여성 작가입니다. 추작가는 섬유미술을 전공하여 물감보다는 천이 익숙하고 그것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주많은 작가입니다. 헌 옷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을 그려내며 따뜻하고 포근한 휴식의 공간을 담아냅니다. 이러한 공간은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안식처이자 돌아 갈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며, 일상의 완강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머물음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과 치유의 순간을 시사적으로 서사합니다.
헌옷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작품들은 물질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로써 따뜻하고 부드러운 회화를 그려낸 일상적인 공간을 담아냅니다. 추영애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작품, Home sweet home 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시 서문
추영애의 천 그림, 일상의 삶과 영혼의 휴식처
- 김윤섭 (미술평론가ㆍ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그림이 지닌 매력은 매우 다양하다. 자유로운 상상이 담긴 풍부한 색채 속에서 감상자는 더없이 맑고 깨끗이 정화되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마르크 샤갈의 그림 역시 ‘사랑의 감정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샤갈은 “만약 감상자가 내 그림에서 어떤 상징을 찾아냈다 해도, 그것은 내 의도나 내가 추구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나중에 생겨난 것이며,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해석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창작자 못지않게 감상자의 관점도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추영애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은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우선 추영애는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흔히 캔버스에 두터운 물감을 반복해 칠하면서 형상을 만들어내는 여느 작품들과는 겉모습부터 다르다. 물감을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완성된 그녀의 그림은 친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주로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던 헌옷을 주재료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제각각의 천 조각에서 오래 묵은 체취나 온갖 사연의 감성까지 묻어나는 듯하다.
추영애의 천 그림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꼽아보라면, 조형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옷감의 무늬와 상표나 여러 패턴 등이다. 서로 다른 천 조각들이 맞대어진 형식으로 보아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조형미를 대표하는 조각보와 유사성을 견주겠지만, 완성되는 형식은 전혀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아무래도 천 조각과 박음질만으로 제작되다보니 여성성이 강하다는 정도일 것이다. 반대로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조각보는 색면 추상패턴의 조형성이라면, 추 작가의 천 작업은 처음부터 사실적인 실사풍경의 구상성을 의도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사실적인 풍경 중에서도 실내공간에 집중할까? “주로 공간들은 내 방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많은 시간을 머무는 일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일상적인 공간을 보다 많은 이들과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으로써 교감을 나누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그녀에게 천은 단순히 특정한 형상을 표현하거나 상황을 재현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에게 ‘일상의 공간은 곧 실존의 증거이자 체험적 일상의 기록’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수단이 되어준다.
이처럼 추영애 작가의 작품 속에서 그저 그런 구상회화의 가벼움보다, 볼수록 평범하지만 더없이 소중한 개인사를 엿보는 것처럼 ‘특별한 설렘’이 묻어나는 이유는, 바로 ‘일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 때문이다. 작가 본인의 체취와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옷들은 그대로 모든 무명인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림에 소개되는 장면들 역시 현실적인 삶의 경험과 체험을 녹여낸 결과물들이다. 각박한 현대사회에 지친 우리 자신의 생활공간이기도 한 그곳은 사회적 피로감과 소외감에 지친 이들에겐 재충전의 힐링 공간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은 볼수록 평면성과 입체미가 묘하게 뒤섞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타 다른 작품들처럼 다양한 색조의 물감이나 남다른 효과를 구사하지 않았다. 다만, 작품화면 전체를 덮은 재료는 모두 천 조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빼어난 공간감의 구성미는 물론 풍부한 입체미와 색감의 조화로움이 탁월하다. 또한 손으로 만져지는 촉감까지 감안하면, 말 그대로 시각과 공감각(共感覺)적인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여기에 더없이 친숙한 상황과 스토리텔링을 감안한 연출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사실 추영애 작가의 작품이 겉으론 쉬워 보이지만, 몇 가지 숨겨진 제작기법이 있다. 일반 회화에서 같은 물감이라도 작가의 붓 터치 기법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전달되듯, 동일한 천 조각을 사용한 것이라도 다루는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인다. 추 작가의 작품은 한마디로 크고 작은 헝겊 조각을 이어 붙여서 커다란 하나의 조각을 만드는 ‘패치워크(patchwork)’ 기법으로 완성된다. 세부적으로는 아플리케(appliqué) 혹은 스티치(stitch) 기법이라고도 구분한다.
또한 추 작가가 사용한 아플리케 기법은 ‘바탕천 위에 여러 가지 모양의 천이나 가죽, 레이스 등을 오려 붙인 후 그 둘레를 바늘과 실로 꿰매는 수예기법’으로써 스티치(stitch) 기법과 함께 일명 ‘감침질’이라고도 한다. 결국 기본 바탕천은 일반회화의 캔버스 바탕화면에 해당하고, 위에 얹히는 다양한 색조의 천 조각들은 물감 역할을 대행하는 셈이다. 같은 평면회화 형식을 띠면서도 볼수록 남다른 따뜻한 온기가 전달되는 것은, 보는 이 역시 아마도 매일 24시간 몸을 감싼 온갖 천들의 세세한 촉감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영애 작가는 학사와 석사를 모두 섬유미술을 전공한 이력을 지녔다. 그만큼 천을 다룸에 있어서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채색도구를 대신해 천과 실을 사용하면서도 섬유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특성을 제대로 되살릴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의 전공을 특성화 시킨 결과이다. 무한히 반복되는 ‘실로 박음질 하는 과정’은 드로잉 선의 중첩효과를 발휘해 구현하는 이미지의 회화성과 전달력을 높여준다. 이는 단순히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 특유의 ‘추영애식 섬유미술’의 묘미일 것이다.
작품에 드러나는 명암의 깊이와 입체감은 천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유사한 구조를 지닌 공간이라도 어떤 천 혹은 색감의 패턴이 조합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엄밀히 말하면 그림의 특성은 갖가지 천 조각들 중에 작가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또한 일단 완성한 작품은 또 다시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은 마치 ‘일필휘지로 완성하는 수묵화’와 같다. 작가적 직관력과 기민한 판단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한 번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인생처럼, 추영애의 작품도 우리의 삶을 닮았다.
“낡았지만 버리기 아까워 모아두었던 헌 옷은 좋은 밑 재료가 된다. 본인의 체취가 묻어있고 추억이 담긴 옷들로 익숙한 일상의 ‘개인적인 공간’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내고 있다. 내 자신 혹은 누군가의 신체를 담았던 옷들은 ‘시간의 경과’를 보여준다. 이는 천 조각이 단순히 재료로써 시각적 유희만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물질이 지닌 시간성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반복적인 일상의 가치까지 새롭게 일깨우는 매개체로 다시 승화되길 기대한다.”
작가의 말처럼, 추영애의 천 그림은 자신의 삶을 기록한 독백이면서 동시에 삶에 대한 애정이다. 2년 전쯤 충남 당진의 한 전시에서 천안에 사는 어떤 가족이 ‘새로 지은 집에 가구 대신 그림을 걸고 싶다’며 작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당시 매우 힘겨운 여건으로 고민의 시기를 맞았던 추 작가에게 그 가족의 제안은 새로운 전환점을 선사한다. 철학자 괴테의 “예술은 마치 어미 새가 어린 새를 키우고 돌보듯,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말처럼, 추영애의 천 그림 역시 누군가의 지친 영혼을 포근하게 감싸줄 것이다.
작가 노트
초기 작업은 내 방의 일부를 옮긴 것에서 시작되었다. 작거나 낡아졌지만 버리기 아까워 모아두었던 헌 옷은 좋은 밑 재료가 되었다. 본인의 채취가 묻어있고 추억이 담겨있는 옷들은 익숙한 일상의 개인적인 공간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그려내 주었다.
그 후 작업들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거실, 침실 등의 공간을 그려낸다. 이는 현실사회의 반영으로, ‘공간’은 삶의 경험 및 체험에 의한 평면위에 그려진 3차원의 일상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은 현대사회를 상징함과 동시에 특별하지 않게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반복되어지는 일상적인 삶을 담고 있다. 공간은 지치고 소외 받은 현대인의 ‘휴식’적 개념이자 ‘머묾’의 장소로 공통된 유대감을 형성한다.
헌 옷이라는 매재를 사용하여 익숙하고 친근한 공간을 그려내며 따뜻하고 포근한 휴식의 공간을 담아낸다. 이러한 공간은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안식처이자 돌아 갈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며, 일상의 완강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의 머묾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과 치유의 순간을 시사적으로 서사한다.
작가는 낡은 청바지나 색이 바랜 셔츠, 프린트가 지워지거나 오래되어 구멍이 난 헌 옷들을 작품의 재료로서 활용한다. 한때 작가 혹은 누군가의 신체를 담았던 옷들은 시간의 경과를 통해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역할을 수행하며 재료로서의 좋은 밑거름이 된다. 또한, 이는 단순한 재료로서의 시각적 유희만이 아닌 물질의 시간성에 대한 가치의 발견으로 환경에 대한 재인식과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일깨우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이 헌옷들은 마름질되고 각 조각들이 패치워크 되는 수공적인 과정을 거쳐 삶을 담는 공간의 일부로서 옮겨가며 따뜻한 회화로서의 의미의 확장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옷 조각들에 담긴 저마다의 사연들도 풍경의 일부로 조합되며, 다양한 헌 옷의 패치워크 밑그림 위에 또 다른 회화 표현으로 자유로운 스티치 드로잉을 통해 공간을 부드럽게 그려낸다. 드로잉 선의 반복은 중첩의 효과를 통해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회화적으로 그려낸다.
이 일상의 공간은 곧 실존의 증거이자 체험적 일상의 기록으로 일기 혹은 수필과 같은 시각적 교술이 된다. 또한 헌 옷 레디메이드의 차용을 통하여 시대성을 반영하고 표현 영역을 확장시킨다. 이는 물질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로써 따뜻하고 부드러운 회화를 그려낸 일상적인 공간을 담아낸다.
작가 약력
추영애
학력
덕성여자대학교 섬유미술과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섬유미술과 졸
개인전
8회
주요단체전
2014 Ecole de ami residency 전, 아미미술관, 충남
2014 ‘현대미술의 경향읽기’, 아미미술관, 충남
2014 ‘성남의 얼굴’전, 큐브미술관, 경기
2014 ‘ENVY MY HOME'전, 갤러리WE, 서울
2014 ‘TOMORROW’전, 이브갤러리, 서울
2015 ‘사물+놀이’전, 어반플레이, 서울
2016 ‘Now This or Then What’전, 박을복 자수박물관, 서울
2017 ‘New year 6-park’전, 갤러리 두, 서울
2017 ASYAAF, DDP, 서울
2018 ‘청춘시대’전, 갤러리 일호, 서울
레지던시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 아케이드, 서울
Ecole de ami residency, 아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