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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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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우울한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오늘의 우울》전

《오늘의 우울》은 개인에게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사회문화로부터 벗어나 우울한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열고자 한 전시이다. 곽경린, 최인영, 함정미 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울함을 주제로 한 캘리그래피와 회화, 책자 등의 개인 작업과 공동으로 연출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제1부는 가족을 주제로 한 설치 작업이, 제2부에서는 일상의 우울을 풀어낸 캘리그래피와 회화 작업이 전시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세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자와 함께 작가들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적힌 여러 문구들이 나열된다. 작가들이 준비한 질문 앞에 답하며 주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되었다.


작가노트

우리는 밑바닥의 감정을 꺼내면 약점이 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겉으로 난 생채기에는 난리를 피우면서 속에 곪은 것들은 도통 꺼내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그런 것들을 꺼내면 약점이 된다던데.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척. ‘척’들로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사는 삶이 과연 진짜일까.


우리는 글을 쓴다.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꺼내서 부수고 다듬어서 활자로 만든다. 진짜를 살고 싶어서 우리의 약점을 먼저 공개하려고 한다. 속에 곪은 것들은 꺼내야만 치료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더 이상은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르는 척 하지 않을 셈이다. 이 세계에서 잘 사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우울한 날도, 죽고 싶은 날도 있는 거다. 부서진 것들을 하나씩 꺼내다보면, 언젠가는 내 조각과 당신의 조각이 마주할 날이 있을 거다. 그런 걸 위로라고 부른다. 그런 걸 공존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잔인하고 무서운 세계에서 당신과 같이 살고 싶다. 우리가 먼저 꺼내 보이겠다. 두려움, 공포, 우울, 외로움, 죄책감, 슬픔과 같은 무거운 감정들을. 다음은 당신 차례다. 당신이 용기를 내준다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같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의 우울'展 은 2018년, 이 땅에 살아가는 청춘들이 우울한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줄 전시이다.

우리는 글과 캘리그라피 또는 그림과 같은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우울`은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지, 우울을 통해 어떠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아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우울에 잠식되어 살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한다. 현대사회는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 그로 인해 남들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나의 가장 약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한다. 이 모진 프레임에 맞추다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우울한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된다.

우리는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소음에서 벗어나 정적으로, 침묵과 우울에서 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울한 나`에 대해 먼저 말하겠다. 당신이 혼자 우울해하지 않도록 먼저 손 내밀어 주려 한다. 당신이 우울한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우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삶을 구축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제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각자의 우울을 함부로 재단하여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각자가 마주하던 우울은 삶의 모양새를 따라가게 되어 있는데, 이를 잘 모르고 함부로 얘기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 사람이 느끼는 우울함에 대해서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전시 주제를 수정하였다. 우울했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묵묵히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전시를 통해서 우리가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별 것 아닌 우리도 같이 우울한 세계에서 버티며 살고 있다고, 당신도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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