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소개
Nabi 05, C-Type Print, 120 × 160cm, 2015
▶ ‘빛’의 공간 LUMOS와 ‘빛’의 작가가 만나다
독일의 슈타이들 출판사와 세계적인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가 함께 한 개관전에 이어 아트 스페이스 LUOMOS가 이정록의 개인전 <신화의 빛_보이지 않은 것을 보다>를 두 번째 전시로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빛’의 공간이 되겠다는 LUMOS와 ‘빛’의 작가로 불리는 이정록 작가와의 만남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관람객들에게 좋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이정록 작가는 늘 미묘하게 경계가 겹쳐지는 영역에 ‘마음이 가서 닿는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밤과 아침, 낮과 밤이 겹쳐진 빛을 좋아하며, 땅과 물, 사진과 미술, 종교와 과학, 물질과 정신 등 미묘하게 중첩된 부분을 탐구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는 작업의 핵심 도구이자 주요한 상징으로 ‘빛’을 선택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 이정록 작가는 신화의 빛을 통해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다. 생명력과 숭고함, 그리고 오묘하게 번지는 작품 속 ‘빛’들은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에너지 그 자체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을 드러낸다. ‘빛’의 공간 LUMOS에서 기획한 이정록 작가의 <신화의 빛_보이지 않은 것을 보다>는 연말연시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빛’의 아우라를 드러낼 것이다.
▶ 복층 구조의 전시실에 오묘하게 스며든 ‘빛’
아트 스페이스 LUMOS 전시공간의 자랑이라면 복층 구조의 전시실이다. 이번 이정록의 전시는 1층에 100호 사이즈의 대형작품과 50호의 작품들, 그리고 2층에는 50호 작품과 소형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복층 구조 전시실에 오묘하게 스며든 신화의 빛은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 LUMOS의 첫 작품집 출간
사진을 중심으로 한 현대 시각예술 전시공간인 LUMOS에서는 2019년부터 전시 운영과 별도로 사진 및 시각 예술 작품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2018년을 마무리하고 2019년 새해를 맞이하는 기간에 펼쳐지는 이정록의 전시에서 그 첫 번째 작품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LUMOS의 첫 작품집은 생명나무 시리즈 중 23점과 나비 시리즈 중 29점, 총 52점이 수록된 양장본의 작품집으로 미학·사진비평의 김화자, 독립 큐레이터 김소희의 글이 실려있다.
2. 신화의 빛_보이지 않은 것을 보다
Mythical Gleams_Seen in the Unseen
빛, 이접(異接)의 세미오스피어 中에서
- 김화자(미학·사진비평)
이정록은 생명의 기원인 자연 또는 그 자연과 인간이 교류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흑백으로 기록하거나 신비스런 빛의 도상기호들을 재구축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고 잡힐 수 없는 신성한 힘’이 ‘보이는 세계’에 끊임없이 순환하며 발현하는 성소를 탐색하고 그 힘과 작가의 혼돈스런 교감을 신화적인 형상들로 집요하게 가시화시켜 왔다. 초기 서남지역의 풍경사진은 그런 두 세계가 소통하며 생성하는 경이를 관조적 시선의 흑백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신화적 풍경>, <사적 성소>에서 작가는 원초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자연에 생명체를 잉태한 투명한 알 또는 반짝이는 씨앗이 열린 나무를 설치하며 개입하였다. 두 연작에서 등장하고 최근까지 3개 시리즈로 작업해 온 <생명나무>의 열매와 씨앗, <Decoding Scape>의 알 수 없는 기호, <Nabi>의 나비 형상을 통해 작가는 시원적인 것에서 받은 영감을 빛의 형상들로 시각화하는 전령이 된다. 타자와 관계 맺고 소통하게 해주는 것이 기호라면, 우리는 이정록의 작품에서 신성계와 인간계의 경계에서 이질적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빛을 통해 원초적인 에너지가 어떻게 해독되고 형상화되어 왔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아름다움의 근원, 명상과 안식의 빛 속으로 中에서
- 김소희(독립 큐레이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진가가 하는 최고의 미덕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지만 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에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것은 그 대상이 비물질적인 것일 때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면 빛이 주는 다양하고 신기한 경험이라던가, 어떤 사물에 깃든 기운이나 혹은 어떤 장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같은 것 말이다. 그리스어의 ‘photos(빛)’와 ‘graphien(그리다)’에서 유래한 Photography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진의 근원은 빛이다. 빛의 흔적을 그려나가는 예술이 바로 사진(술)인 셈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이 빛을 보는 감각이며 빛을 다루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정록의 사진에서 나무와 돌과 꽃 그리고 나비보다 아름다움의 근원이자 영혼의 안식과 명상의 체험을 부르는 신비로운 빛이 바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소재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인 ‘빛’
스스로 ‘빛’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마른 나뭇가지가 품고 있는 생명력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하다가 우연히 빛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빛은 생명력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좋은 매체였고, 게다가 빛의 숭고함은 나무의 신령함만큼이나 인류의 보편적인 원형이기도 합니다. 생명나무의 빛은 외면을 비추기 위한 빛이 아니라 공간의 내면, 존재의 아우라를 드러내기 위한 빛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빛이 요란하기보다는 오묘하길 바랐습니다. 내가 작업에 사용하는 순간광은 찰나의 빛입니다. 찰나의 빛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에너지 그 자체로, 내 작업의 핵심 도구이자 주요한 상징이 됩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 그것으로부터 체감한 긍정적 에너지를 전하는 매개체로서의 빛은 밝음과 어두움, 부드러움과 강함, 조화와 균형 안에서만 발현 가능한 것입니다.
Nabi 128, C-Type Print,120 × 160cm, 2015
‘생명나무’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생명나무는 겨울과 봄 어디쯤에서 만난 감나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바짝 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언뜻 초록이 보였습니다. 그 때 나는 정말 보았던 것일까?’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죽은 듯 말라버린 그 가지는 생명의 싹을 품고 있었을 것이고, 그 생명력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어디 그 뿐이랴!라는 일종의 각성이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각성. 보이지 않지만 그것들은 분명 존재하며, 눈에 보이는 세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상응한다는 것, 나는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Nabi 132, C-Type Print, 120 × 160cm, 2015
‘나비’ 시리즈에서 나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동 서양을 막론하고 나비의 형상은 다양한 상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나비는 현실세계와 근원적 세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적 존재입니다. ‘Nabi’ 나비라는 발음이 공교롭게도 히브리어로는 예언자라는 뜻이 있더군요. 예언자는 저쪽 세계의 메시지를 이쪽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요.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잠기고 내 안과 밖의 에너지가 완전히 조우하면 나는 그 때 다시 셔터를 올립니다. 암흑 속에서 플래시가 번쩍, 하고 터질 때마다 하나의 나비가 탄생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수십 수백개의 에너지가 나비가 되어 필름에 각인되는 것이죠.
Tree of Life 1-3-1, C-Type Print, 120 × 160cm, 2018
‘나비’와 ‘생명나무'는 어떤 지점에서 서로 연결되며,
또 어떤 점에서 지점에서 서로 다른 시리즈라 볼 수 있을까요?
‘Tree of Life’시리즈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작가적 성취감은 높아졌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작업의 굴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하면서 ‘Tree of Life’ 이 후 여러 개념적, 형식적 시도들을 하였습니다. “근원적 세계의 사진적 증거” 라는 제 작업적 테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전 작업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리즈가 필요했습니다. 제 신작 중에 Tree of Life 3-6 라는 작품이 그 고리가 됩니다. 빛이 신목에 머물러 있는 이미지가 전작 ‘Tree of Life’시리즈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 빛이 나비로 화합니다. 그리고 저의 신작 ‘Nabi’ 에서는 그 나비가 나무를 떠나 세상 속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자연 혹은 일상 풍경으로 나비가 날아다니면서 근원적 세계와 이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상응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Tree of life #4-6, pigment print, 90 × 120cm, 2015
작품을 마주한 이들이 ‘아름답다’ 혹은 ‘신비롭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미적 표현방식은 의도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아름답게 하려거나 신비롭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제 감성 대로 표현 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전 항상 경계 부분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문지방영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전 두 경계가 미묘하게 겹쳐지는 영역에 제 마음이 가서 닿습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예로 들면 전 밤과 아침이, 혹은 낮과 밤이 겹쳐진 빛이 좋습니다. 땅과 물이 겹쳐진 곳, 사진과 미술, 종교와 과학, 물질과 정신 등이 미묘하게 겹쳐진 부분을 탐구하고 표현하려는 경향과 그 결과로서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신비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의 발달로 혹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것들의 신비가 벗겨진 현대에는 그나마 예술이야말로 신비를 품고 있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 작업이 사람들에게 모종의 신비감을 제공한다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정록 작가노트와 포토 닷 인터뷰 중에서
3. 이정록 LEE JUNG LOK
이정록은 자신의 신비적 체험을 빛으로 시각화하는 사진작가다. 이정록은 20대의 대부분을 기 수련과 사진작업으로 보냈다. 대학원 졸업 작업이었던 『남녁땅』(1998)은 당시의 유행과는 거리가 먼 고전적인 방식의 흑백 사진이었으나, 그 이미지에 담긴 자연의 기운이 상서로워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유학생 시절 그는 당시의 실험적인 분위기에 고무되어 개념 미술과 설치 미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밤 타국의 들녘을 쏘다니며 라이트 페이팅을 통해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대지의 기운을 이해하려 애썼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신화적 풍경』(2007)과 『사적 성소』(2008)를 연달아 발표했다. 그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자신이 체험한 그 무엇에 관해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소품이나 인물 혹은 주변의 자연물들을 설치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 끝에 그는 순간광을 매개로 하는 작업에 이르렀다. 그는 순간광의 질료적 속성과 시각적 효과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후 이정록은 실내에서 『생명나무』(2010) 연작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신목이 되어 오로지 빛 그 자체와의 교감을 극대화시키는데 골몰했다.
플래시의 빛을 손끝에 맺힌 기운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다. 『Decoding Scape』(2011)는 그가 '지금, 여기'에서 자연과 나눈 교감을 한글의 자음·모음으로 형상화한 작업이다.
이후 발표한 『Nabi』 연작은 다양한 형상과 기호였던 빛이 나비로 함축된 작업이다. 동양에서 나비는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존재,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히브리어로 Nabi는 선지자를 뜻한다.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근원적 세계와의 합일된 체험을 시각화하는 자신의 작업 테제를 이어가고 있다.
Tree of Life 5-4-8, C-Type Print, 120 × 95cm, 2013
이정록은 1971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대 산업디자인학과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로체스터 공대(R.I.T) 영상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근원적 세계를 신화적 감수성으로 증거하는 사진작업을 해 오고 있다. 런던의 Pontony gallery,상해의 Zendai Contemporary Art Space, 한미사진미술관, 관훈갤러리, 신세계갤러리, 빛갤러리, 공근혜갤러리 등에서 2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광주비엔날레(2018), 무등설화(북경 금일미술관, 2012), 난징비엔날레(2010), 등의 국제적인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또한 상해의 히말라야미술관 정대주가각예술관 국제레지던시, 제주도 가시리 예술인 창작지원센터,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의제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2006년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을 2015년 수림사진문화상을 수상했다.
약력
1971 광주 출생
1996 광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1998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졸업
2002 로체스터공과대학 영상예술대학원 순수사진전공 졸업 (M.F.A)
수상 및 레지던시
2015 수림사진문화상 수상
2015 REDPOLL PHOTO AWARDS BEST PHOTOGRAPHER 상 수상, 중국
2006 신세계미술제 대상
2014 중국 상해 히말라야미술관 정대주가각예술관 국제레지던시 입주작가
2013 제주도 가시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2009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2006 의재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작품소장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과천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대림미술관, 서울
아트선재미술관, 경주
일민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