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8 ~ 2019-01-26
김효진
053-661-3500
▢ 전시 소개
빛 그림 - 김효진
아무런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 문뜩, 입을 맞추는 ‘연인’ 이미지의 빛 덩어리를 맞닥뜨리는 낯선 상황이 재미있다. 환하도록 빛이 나는 ‘자전거를 탄 사람’과 ‘북극곰’ 가족을 만나는 것도 유쾌하다. 건물 안에서 만나는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람’과 ‘책을 보고 있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그리고 창가의 ‘뒷모습’도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준다. 마땅히 해야만 할 일을 하는 고달픈 모습이 아니라 물질적으로든 시공간적으로든 넉넉함을 즐기는 모습의 이미지라서 그런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번져난다. 게다가 가끔 가볍게 끼어드는 사색思索은 덤이다.
봉산문화회관 야외 광장과 복도, 계단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이번 ‘빛 그림-김효진’ 설치미술전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거리의 어떤 장소 혹은 건물 밖 광장과 건물 내부의 구석지고 정형적인 실내 공간들 사이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주의注意를 환기喚起시킨다. 김효진 작가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실의 벽면이나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의자 옆, 바깥 풍경이 보이는 계단 층의 유리 벽면 등 무의미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져 대부분 스쳐 지나쳤던 공간에 LED 조명으로 밝게 빛나는 ‘빛 그림’을 설치하였다. 이들 ‘빛 그림’은 무미건조하며 어둡고 딱딱한 도심의 건물 내․외부와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친화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가의 ‘빛 그림’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주로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작가의 평소 드로잉을 살펴보면,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음식들과 젓가락, 휴대전화기, 장식용 양초, 스탠드, 펼친 책, 펜, 거실의 화분 식물과 싱크대 위의 그릇 등 일상의 장면들을 바라보고 선택하여 그린다. 어떤 경우에는 걷거나, 자전거와 보드를 타거나, 수영을 하거나, 잔디밭에 앉아 여가餘暇를 즐기는 일상의 신체행위를 바라보고 그리기도 한다. 작가가 바라보고 그려낸 일상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단순하고 명료하게 굵은 선으로 그린 드로잉 방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복잡하고 흐릿한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해버린 굵고 두꺼운 선을 바라보면서, 개인의 경험과 기억, 시간들이 얽히고 축적되어 혼재하는 삶의 복잡함과 다양한 면모들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환기시켜주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한편, 작가의 ‘빛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대중과의 소통에 관한 실험이 엿보인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따라서 자유롭게 드로잉을 하고, 그 드로잉 선을 굵은 펜으로 덧 그려서 선 정리를 한 후에 컴퓨터 작업으로 옮긴다. 옮겨진 드로잉 이미지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선을 더 굵고 선명하게 강조하거나 생략, 변형하여 드로잉 이미지의 독자적인 분위기와 성격을 강화한다. 그리고 원하는 색을 선택하여 입힌 후에는 광고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다양한 일상생활의 소재와 만화를 닮은 선화線畵 기법, 상업광고 제작시스템의 이용 등을 자신의 미술 작업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주관적인 예술에서의 대중성을 다각적이고 다층적으로 실험한다.
1미터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박스 안에 담긴 500여개의 LED 불빛이 박스 표면에 그린 선명한 그림들을 밝히고, 그런 박스 몇 개가 장소성에 적합하게 설치되어 스치듯이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어둑해질 무렵 봉산문화길 거리에서 확인되는 빛들의 아름다운 향연饗宴들, 이것은 생명감 넘치는 도시의 에너지와 인간이 함께 살아 움직이는 전율의 상태를 드리운 것이며, 또한 야외와 실내의 경계를 드나들며 대중을 향한 동시대 예술 소통의 인터페이스를 확장하고 지속하려는 작가의 실험일 것이다. 이러한 일체의 실험은 40여 년 전 이 지역의 야외 설치미술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생육지로 여기는 현대미술의 기억들과 겹쳐지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 ‘빛 그림’ 전시에서 언급하는 야외 설치미술은 1977년 “제3회 Contemporary Art Festival DAEGU”를 기점으로 현재에 이르는 대구의 실험미술Contemporary Art와 연결된 현재, 또 이 지역과 공간, 실험적인 전시 형태가 조직되는 생육의 상태를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1977년에서 2018년으로 이어지는 설치미술의 정신적 연결 기반이 ‘실험’과 ‘소통’이며, ‘실험’과 ‘소통’을 생육해온 ‘서식지’로서 대구를 다시 기억하고, 또한 지리적으로 그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이 그 주요 지역임을 인식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르는 1977년의 실험정신과 당시 미술가들이 전시공간을 확장하여 대중과 함께하려는 시도에 관한 현재와의 연결성은 김효진의 전시 설계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으며, 이 전시의 실험적인 태도를 선택적으로 조명하면서 우리시대 실험미술가의 ‘태도’와 그 이전의 기억들을 다시 돌아보는 전시가 되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할 김효진의 태도는 세계와 인간 감성에 대한 관계, 몰입과 놀이, 일상과 자연성自然性의 은유, 형식의 실험과 탐구 그 사이에서 우리 자신의 주의를 환기하는 직관적 인식을 시각화하여 동시대미술의 소통 가능성과 지평을 확장시키려는 탁월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작가의 설계에 대한 공감 시도는 과거에 이어 새롭고 명확해질 동시대의 어떤 순간을 위한 우리의 ‘Hello!’일 것이다.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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