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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윤병락 2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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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I 갤러리
서울 중구 퇴계로 18길 9 (명동역 3번 출구 앞)
T.02-3789-3872



something great 30.5 x 30.5cm oil on korean paper 2019

something great 30.5 x 30.5cm oil on korean paper 2019


박성민의 그림은 다양한 형태와 문양이 새겨진 백자 안에 담긴 얼음 덩어리와 그 안에 얼어 있는 식물들을 보여준다. 좋은 것들만 두루 모아놓은 듯한 그의 그림은 세밀한 묘사력에 힘입어 밝고 명료하며 부정적인 기색이 없다. 그의 작품은 2000년대 중반 미술시장의 붐과 더불어 인기가 치솟은 극사실주의 계열 그림의 특징을 공유한다. 

 박성민은 관심이 가는 사실이나 이미지의 파편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그림은 상상과 훈련된 손으로 출력한다. 자연스러운 정물처럼 보이는 그의 그림은 그 내부로 접힌 여러 겹의 상징이 존재한다. 그것은 수천도의 열을 거쳐서 완성되었을 도자기와 차가운 얼음, 또는 광물질과 유기질의 극적인 만남을 보여주며,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생명의 양 극단을 교차시킨다. 얼음에 갇힌 유기물은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으며, 그것은 일정한 틀 속에 갇혀 한시적인 영원성을 부여받는 현대적 삶에 대한 은유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능란한 솜씨가 산출한 시각적인 향연 속에서, 가장 생생한 순간에 틀 지워진 상태로 응결되고, 이내 사라져야 하는 현대인의 삶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내용물이 스러져도 굳건히 시간의 흐름을 견뎌낼 법한 단단한 용기(容器)들은 무상함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예술의 위상을 예하는 듯하다.



 윤병락의 그림이 주는 매력은 아마도 작가의 사물을 보는 시각과 공간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예사롭지 않은 시선의 높이를 갖고 있다. 비스듬한 각도도 있지만 대게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처럼 가파른 각도의 부감법을 기용하고 있다. 이것은 회화에서 원근법과 소실점을 주로 하는 공간해석과는 매우 다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부감법의 적용은 우리가 길거리에 놓인 사과 궤짝을 볼 때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전시장의 사과는 바로 땅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질 것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재차 사과를 응시하게 된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으며, 그럴수록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된다.

 그의 작품은 사과 이미지가 벽면에 위치함으로써 벽 자체가 지지체의 구실을 하게 된다. 작가는 사과 이미지를 벽에 걸고 주위에 몇 개의 사과를 분산시킴으로써 화면 외부의 공간까지도 작품의 부분으로 확대시킨다. 그에 의하면 "이는 공간속으로의 무한한 확장"에 기인하며 "작품과 그 주변 공간이, 즉 가상의 공간과 실존의 공간이 서로 호흡하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시각적 즐거움'을 매개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이 친숙하다는 것은 곧 공감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용을 공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작가는 사과를 매개로 감상자들과 말 걸기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김춘수 시인의 표현처럼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워 /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김춘수의 <능금>) 사과의 '남모를' 사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윤병락의 유쾌한 눈속임 그림 덕분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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