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 HOUSE, beyond Steel
전시기간 2019-04-30 ~ 2019-08-11
전시장소 1, 2 전시실
전시작품 건축형식의 설치미술작품 3점
참여작가 서도호, 장영철(와이즈건축), 이정훈(조호 건축)
초대일시 2019. 05. 09.(목) 오후 5시
관람시간 하절기(4-10월) : 오전 10시 ~ 오후 7시
관람시간 동절기(11-3월) :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시간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이 가능
관 람 료 무료
《소프트 하우스, beyond Steel》은 2017년 포항 지진 재해 이후 포항의 지리적 환경에 대한 다층적 관심을 건축 형식으로 담아낸 설치미술 전시이다. 미술과 건축이라는 표현 매체의 만남은 미술이 항상 당대의 기술과 필연적 연관 속에서 발전하였으며, 사회?정치적 현안들이 미술 담론의 이슈로 이어져 미술의 외연이 확장될지라도 미술의 내재적 성질은 상쇄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전시의 발단은 이러하다. 지진 재해의 후유증이 건축의 재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철이나 유리, 콘크리트 같이 무거운 재료로 건조된 건물의 파손이 도시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 결과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파빌리온 같은 도시 쉼터 공간을 생각하다가 문득 유목민처럼 들고 다니는 가벼운 ‘집’에 대한 상상에 이르게 됐다. 이것은 가볍고 유연한 건축 재료로 형성된 건축 ‘공간’의 사유로 이어졌고, 근대 건축 관념으로는 반건축, 탈건축에 가까운 새로운 관념의 공간 개념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현대미술에서 ‘공간’은 간과할 수 없는 주된 개념들 중 하나이다. 설치미술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번 전시에서 공간의 구축성과 해체에 관한 미적 관념을 건축 형식의 설치미술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스틸아트뮤지엄(Museum of Steel Art)으로서 포항시립미술관은 철(鐵, steel)을 재료로 하는 예술작품에 관심을 가져왔다. 미술관은 개관이래 조각, 설치 영역에서 철의 쓰임과 미적 특성에 대한 조명을 해왔고, 지난 2017년에는 일상에서 철의 쓰임과 아름다움을 조명한 공예, 디자인 분야의 전시 《Steel Craft ? 라이프 스타일》을 개최했다. 미술관의 철에 대한 미학적 조명은 건축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 “beyond Steel”에서 볼 수 있듯이 철이라는 재료의 건축적 쓰임과 그 미적 특성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steel)로부터 벗어나려는 건축의 움직임을 조명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철, 유리, 철근콘크리트 건축이 갖는 근현대 건축의 특성을 탈피하는 꿈을 꾼다. 전시는 이러한 꿈의 시각적?촉각적 구현이다. 즉 무겁고 딱딱한 재료의 구축성을 지향하는 근?현대 건축미학의 경계를 넘어 가볍고 대체가능한 유동적 재료의 구축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이러한 실험 건축의 징후를 입증한다. 첫째 작품들의 제작 과정이 노동집약적이라는 점이다. 건축의 가치가 자본으로 결정되는 이 시대에 자본집약적인 산물이 아닌 노동집약적 행위를 통해 건축적 형식미를 구현하는 시도는 근현대건축을 받치고 있는 자본의 논리에 반한다. 몸의 반복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집약적 행위는 자본주의 건축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다. 전시는 이제 다시 몸이라고 말한다. 서도호의 ‘서울 홈’에서 반복적인 바느질 행위, 이정훈 작가의 ‘와플 밸리’에서 암수 종이의 교차 행위는 엄청난 몸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에 상실돼가는 몸 감각의 회복을 함축적으로 시사한다. 둘째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 건축(작품)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요소를 재료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서도호 작가는 은조사 천을, 장영철 건축가는 망사 천, 나무, 스틸(부분적 사용)을, 이정훈 건축가는 허니콤 종이(honeycomb paper)를 사용한다. 주지하다시피 모두 가볍고 대체가능한 유동적인 재료를 사용했다. 셋째 이동가능하고 유연한 공간의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도호는 실제로 집채만한 크기의 작품 ‘서울 홈’을 서울, 뉴욕, 가나자와, 베이징에서 전시했다. 작품 명제 는 작품 이동의 이력을 말해준다. 거주의 본질적 요소를 상기시키는 장영철의 는 이동식 텐트 하우스를 통해 유목민 같이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삶을 은유하고, 삶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비움’에 있음을 은유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원초적 재료(종이)로 지어진 이정훈의 는 대체가능한 건축 재료의 구축 가능성에 대한 꿈의 결실이다. 종이는 쉽게 파손되기 쉽고 물에 젖는 약한 재료이지만 허니콤(벌집, honeycomb) 종이로 만든 파빌리온 형식의 ‘와플 밸리’는 사람이 여러 명 누워있어도 거뜬하게 하중을 견딘다. 직조처럼 엮어진 종이 재료의 구축력과 형식미의 구현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번 전시를 굳이 건축의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한다면 탈근대 건축이나 해체주의 건축 선상에 놓을 수 있겠으나, 전시는 건축의 역사를 조명하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가 아니라 가벼운 건축 재료의 구축성과 그 미학적 가능성을 조명는 전시이다. 전시에 참여한 설치미술가 서도호, 와이즈 건축사무소 소장 장영철, 조호 건축사무소 소장 이정훈은 이러한 건축적(조형적) 실험을 과감하게 시도한다. 이러한 실험이 후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 건축미학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