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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주제기획_Illusion: Elusion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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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소장품주제기획전<ILLUSION: ELUSION>은 7월 19일부터 12월 22일까지 2019년 하반기를 함께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ILLUSION은 ‘환상, 환각’과 ELUSION은 ‘도피, 회피’를 뜻한다. 현대인의 삶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획일적인 일상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삶은 이유도 모른 채 점점 팍팍해지고, 힘들어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삶의 주요 요소인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들을 삼포세대(三抛世代)라고 명명(命名)한다. 이 후 더욱 극단적인 상황을 나타내 듯 오포세대(五抛世代), N포세대가 생겨났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현실에 부딪치면서 자신이 원하고 꿈꿔왔던 것들을 하나, 둘씩 포기하며, 좌절감과 무력감을 지닌 채 살아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상(理想)을 꿈꾸며 당장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에 대해 주목 하였다.


곽상원은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끊임없이 고찰하며, 경계(警戒) · 경고한다. 주요 감정은 근본이 없는 곳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기억과 자료를 습작하여 부정확한 풍경과 사물로 자아가 모호한 현대인들을 대변한다. <서있는 사람>(2019)은 넘실거리는 풀 또는 혼(魂)이 빠져 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표면 위에 얼굴, 체형, 성별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사람형체가 우뚝 서있다. 이는, 심리적 불안감이 극한으로 치달아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현대인을 표현한다.


송하나는 아침, 저녁으로 현관문, 우편함에 꽂혀 있는 전단지를 오리고, 붙이는 행위를 반복한다. <채집>(2011)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꽃밭을 배경으로 한 작업이다. 하지만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가면 꽃잎과 꽃망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꽃잎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잎과 꽃망울은 생닭,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파닭 등 ‘어느 치킨집의 전단지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치킨이 꽃 역할을 하고 있다. 전단지 속의 대상들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산품들이 즐비하며, 매번 비슷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받는다. 획일적인 생활을 작품 속에 그대로 녹여내며, 우리의 삶속을 돌아보게 된다.


신용재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그 날의 감정을 캔버스에 기록하는 작가이다. 실존하는 하늘이지만, 보는 이의 기분 따라 이상적이며, 감정적으로 달라진다. <Memories of the Stage>(2016)는 162장의 캔버스에 매일 · 매시마다 달라진 하늘을 스케치한 연작이다. 그래서 인지 순간의 찰나를 기록하기 위해 색의 선택이 좁아지고 붓질이 빨라지기 때문에 ‘자연의 원초성(原初性)’을 가장 잘 나타낸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크릴로 빗물을 표현한다. 비가 떨어져서 물감이 지워지는 곳은 다시 아크릴로 덧칠하면서 ‘즉흥에 대한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조화를 이루며 그 순간의 시간을 담아낸다.


이현배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보다’라는 행위가 100%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정형화된 사물보다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비정형화된 것에 관심을 둔다. <Mindscape>(2013)는 개인의 ‘지각력(知覺力)’에 따라 달리 보인다. 시작점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퍼지는 듯, 순식간에 화면을 삼켜버린다. 물감 한 방울이 물속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파동(波動),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등을 상상할 수 있다. 물감들은 뭉치고, 풀어짐을 반복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며,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정상현의 작품은 현실과 가상이 맞닿아 있는 무대, 영화, 드라마 세트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쪽 면에 물감을 칠하고 반으로 접으면 양면에 이란성 쌍둥이처럼 나오는 데칼코마니기법으로 사진과 영상 혼합매체로 작업한다. <데칼코마니>(2010)는 현실과 이상의 접경(接境)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의 경계이자 또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만든다. 그 접경을 넘어가면 가장 이상적이고, 몽환적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이미지를 충족시킨다.


조이경은 그리지 않는 그림을 작업한다. 캔버스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미지와 잡지에서 얻은 이미지를 콜라주(Collage)해서 관람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 <타인의 고통>(2016)은 캔버스 표면에 올려 진 피그먼트(Pigment) 위로 비추는 빛의 세기에 따라서 변한다. 빛에 따라 달리 보이는 넘어지는 사람, 우는 아이, 터지는 폭죽, 동물 등 많은 이미지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현실처럼 순서와 맥락 없이 뒤엉켜있다. 비현실적이며, 처참한 이 작품은 현실 도피적인 성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진민욱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심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동물과 꽃, 나무에 관심이 많다. 작가는 자신이 머무르고 있거나,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사진을 찍고, 사진속의 여럿 이미지들을 중첩시킨다. <소소경(逍小景)-서울숲>(2019)은 작품 속에 있는 건물들은 친숙하지만 건물위에 무작위로 배치된 사슴과 동물, 풀, 암석들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도심 속에서 공존하고 있지만, 쉽게 섞이지도, 어울리지도 못하고 점점 멀어져만 간다. 공존(共存)하지만 공생(共生)하지 못하는 사람과 자연을 특유의 수묵담채화로 담백하고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황현숙은 기억을 상기(想起)시키며 전통적인 소재들을 나열하는 작업을 한다. <엄마의 추억>(2010)은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셨던 꽃밭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이다. 어머니가 입으셨던 한복과 꽃신, 추억을 함께 나눴던 꽃들은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소재이다. 작품 속 어머니를 대변하는 물건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낸 듯이 공간감, 원근감 없이 나열했다. 어머니의 인자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 된 총 11점의 작품은 다양한 소재, 재료, 기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상상하고, 원했던 이상(理想)을 그려보며, 마음속 불안함, 답답함을 잊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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