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실
-김보라
땅 위로 올라온 한가닥 풀은
수없이 많은 뿌리를 땅 속에 뻗고 있다.
미싱은
지나치게 예민한 나의 감정들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선택한 기계이다.
오랜시간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유용했고,
구멍으로 구멍을 꿰매면 '괜찮다괜찮다. .'
무심한 기계는 그럴듯하게 아문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비비고 뭉갤수록
감춰둔 무례의 깊이는 더해졌고,
드러난 그림 반대편에서 어떤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지못했다.
사물의 이면,
무작정의 뒷면에서
나의 미싱machine은
스스로 뿌리를 내리듯 다른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제
뚫고, 깁고, 잇는일을 반복해 다른 표정을 가진 땅의 풍경을 꺼내보려한다.
손바닥만한 땅 한줌 없어도
날마다 달라지는 유流동산으로 넉넉하다.
봄밤, 50 x 148cm, swsing, acrylic on hanj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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