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1 ~ 2020-07-12
권경환
02.745.1644
권경환, 〈오퍼튜니티〉, 2020. 개조한 샤오미 2세대 로봇청소기, 34(D) x 20.5(H) cm.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2020년 6월 11일(목)부터 7월 12일(일)까지, 권경환 작가의 6년만의 개인전 《오퍼튜니티(Opportunity)》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출품작품의 제목인 오퍼튜니티는 2003년 보잉사에서 개발되어 화성으로 쏘아 올려진 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화성을 탐사하여 지구로 정보를 보내주던 화성 탐사 로봇의 이름이기도 하다. 보잉사의 오퍼튜니티가 지구 밖 다른 행성을 탐사하여 새로운 종류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라면, 권경환 작가의 오퍼튜니티는 작가가 발 딛고 서있는 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닥에 밀착하여 실내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임무를 맡은 청소 로봇에게 작가는 더 근사한 다리를 달아주고, 더 근사한 임무를 맡긴다. 권경환의 오퍼튜니티는 이제 실내가 아닌 바깥으로 나가 주변을 탐색한다.
권경환의 오퍼튜니티는 전시장 안 둥근 좌대 위에 놓여 공간을 스캔하고 그것을 이미지 데이터로 전송한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통해 그가 본 세상을 그가 이해한 방식으로 전달받고, 우리 세상의 다른 이미지들을 엿보게 된다. 이 일방적인 대화 시스템은 어떤 면에서는 작가들이 작업하고 전시를 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파편적이면서도 그물망처럼 엮여있는 사건들을 자신의 언어로 변경하고 개조하여 이미지화 한 후 전시장의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반복적인 시도. 그 여러 번의 시도 중 우연히 발현되는 어떤 계기로 인해 우리는 작가를, 또는 작가의 언어를 만날 수도, 만날 수 없을 수도 있다. 작가가 자신이 발견한 세상의 토사물들 사이에서 우리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것처럼. 일견 일방적인 대화인 것처럼 보이는 작업과 전시의 과정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탐색하는 구조 안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게 되는 – 발견할 수도 있는 – 흩어지는 바람결 속의 대화이기도 한 것이다.
권경환은 2005년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연결된 시리즈로 작품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것은 일견 일관된 미적 문법이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결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구사하고 있는 미술 언어가 조형적 일관성을 견인해오고 있지 않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그보다는 조형을 구성하는 방법과 태도에서 이전 작업들과의 유사성을 보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구축하기 위해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일상의 이미지 또는 평범한 생활방식이 미학적 전환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는 경우이다. 그것은 대상의 조형성과 내용, 사회의 맥락들이 함께 이루어져 구성되는 미학적 가능성이기도 한데, 예컨대 대만에서 무엇인가를 축하하기 위해, 또는 기념하기 위해 손쉽게, 자주 구매하게 되는 글자로 이루어진 파티 풍선이 전통적으로 중국이 선호하는 금색을 띄면서 동시에 영어로 글자가 구성되며, 자본주의를 상징하듯 싸구려 재질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으로 만들어지고, 그럼에도 그것이 어떤 커뮤니티의 동질감과 애정을 나누고 확인하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될 경우, 작가는 그것들을 구성하여 이전의 맥락들과 전혀 무관한 기이한 상형문자와 같은 기이한 모양을 만들어냄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문화적 상징들의 자장으로 빚어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역시, 미지의 것을 탐사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사회의 욕망들과 ‘샤오미’라는 브랜드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면면, 이제 일상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봇 청소기라는 존재, 그리고 그 한 켠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AI에 대한 기대와 공포들로 범벅된, 권경환의 언어로 만들어진 어떤 가능성, 오퍼튜니티가 된다.
한편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들이 가진 소재의 소박함과 장난기 어린 놀이처럼 보이는 구축적 특징들에서 세상과 개인들을 향한 애정이 담긴 태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버린 전통의 허상이 드러나고, 불안에 잠식되어 버린 욕망이 기이한 현상들을 만들어내는 순간에도 그는 그 사이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우정과 삶의 고단함 속에 숨어있는 창작의 유쾌함을 발견한다. 이와 같은 특성들은 6년만의 개인전 《오퍼튜니티(Opportunity)》에서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으며, 그것이 시리즈물을 제작하지 않음에도 미학적 방법과 태도의 유사성으로서 발견되는 권경환 식의 작품일 것이다.
* 권경환의 오퍼튜니티는 하루 2회(오후 1시, 오후 4시) 장소를 탐색하며, 탐색한 장소를 실시간으로 이미지화하여 송출한다. 그 외에도 전시기간의 마지막 주에 다른 작품들을 작동시키는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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