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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모든 옻칠작업이 그렇듯이 칠화 작품 또한 기본적으로는 화면에 칠하고, 붙이고, 갈아내는 무수한 반복 행위가 전제되는 지난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옻칠화의 조형적인 요소 중 많은 부분을 전통기법에서 가져왔고 엄밀하게 말해서 일정부분은 수공예적인 기법들과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옻칠이 가진 최고의 미감을 끌어낼 수 있다. 게다가 많은 공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재료 자체의 특수성과 작업 과정 때문에 구조적으로 多作과 大作이 용의하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이외 많은 불리한 조건은 아마도 현대 미술의 방향성과 대중성에는 역행하는 재료일 수도 있겠다. 

이런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정채희 작가가 오랫동안 옻칠화를 고수하며 즐거이 작업하는 이유는 옻칠이 가진 조형적인 다양성에 매료되었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수행과 다름없는 인내심, 편법이 통하지 않는 정직성과 같은 덕목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지향점과 만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옻칠 작업은 까다로운 천연재료를 다루는 일이므로 자신이 행한 만큼의 결과로 보여 진다. 과정상 한 치의 오차도 용납 되지 않는 엄격함이 요구되는데 작업하는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여야 비로소 옻칠 최고의 경지라는 玄妙之靜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이 오히려 옻칠에서 단순하게 조형재료를 다루는 이상의 가치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라고 한다.

칠화는 재료와 기법 자체가 여타 장르와 차별화되는 매우 독특한 장르이다 보니 작가가 재료를 다루는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정채희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은 옻칠이라는  재료와 여러 기법이 작품의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 되도록 하며 평소 경험했던 자연 풍광이나 사물의 형상들이 작가 내면의 감수성이라는 변환장치를 통과해서 한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작업 시 재료기법이 요구하는 기본 과정은 엄격히 지키되 이미 떠오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표현될만한 적절한 기법을 선택하고 적용시킨다.

작가는 이렇게 작품 내용과 기법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하여 자칫 기법에 매몰되어 표현이 경직될 수도 있는 옻칠화를 유연하게 다루어서 칠화 만이 나타낼 수 있는 특질은 살리되 여타 다른 장르의 작업들과는 차별되도록 하고 있다.

작가는 2001년 중국 중앙미술학원 석사 졸업전시를 시작점으로 하여 칠화로 작품 활동을 한지도 올해로 20년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그의 작업도 紫雲遊月, 서로 다른 시선, 山 시리즈, 緣 시리즈 등 작가 내면에서 숙성된 심상 풍경들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작업의 의미와 기법의 변주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작업에서는 옻칠 작업에 여타 장르와 재료들을 접목하여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매체 간의 조합을 시도하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옻칠의 고유한 재료적 특질을 보존하면서 조형적인 면에서도 표현의 지평을 확장해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는 그간 다양하게 펼쳐 온 작업들(옻칠 작품과 프린트작업, 설치작업 등)을 조합하여  기억 속 또 다른 풍경을 꺼내어 갤러리 공간 안에 펼쳐보고자 한다.”고 한다.

 작가소개

정채희 Jung Chae Hee

학력_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 전공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벽화전공 

경력_개인전 19회, 단체전 110여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2기 작가

현재_서울대학교 동양화과 대학원 출강

     inherj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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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평론

정채희전

 하계훈

20년 동안 칠화 작업으로 山 시리즈, 緣시리즈 등의 심상 풍경들을 통해 꾸준하게 작업의 기법과 주제를 심화시키고 다양화시켜온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옻칠 작업에 여타 장르와 재료를 접목하여 매체 간의 조합을 시도함으로써 옻칠의 고유한 재료적 특질을 보존하면서도 표현의 지평을 확장해 가고 있다.

전시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