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탄생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전 개최
◇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박래현을 재조명하는 회고전
◇ 회화, 판화, 태피스트리 등 작품 총 138점, 35년 만에 대거 공개
- 1985년 10주기 전시 이후 개인이 비장(秘藏)하였던 대표작들 대거 출품
- 2020년 9월 29일(화)부터 2021년 1월 3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개최
- 2021년 1월 26일(화)부터 5월 9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순회전 예정
◇ 9월29일(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4관 미술관 누리집 사전예약제 관람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박래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을 2020년 9월 29일부터 2021년 1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에서 개최한다.
박래현(1920-1976)은 식민지시기 일본화를 수학하였으나 해방 후에는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회화를 모색하였고,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넘어 세계 화단과 교감할 수 있는 추상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탐구한 미술가이다. 특히, 섬유예술이 막 싹트던 1960년대에 박래현이 선보인 태피스트리와 다양한 동판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70년대에 선보인 판화 작업들은 20세기 한국 미술에서 선구적인 작업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박래현은 낯설다. 가부장제 시대는 ‘박래현’이라는 이름대신 ‘청각장애를 가진 천재화가 김기창의 아내’라는 수식을 부각시켰다. 이번 전시는 김기창의 아내가 아닌 예술가 박래현의 성과를 조명함으로써 그의 선구적 예술작업이 마땅히 누렸어야할 비평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박래현은 일본 유학 중이던 1943년에 <단장>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았고, 해방 후에는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용한 새로운 동양화풍으로 1956년 대한미협과 국전에서 <이른 아침>, <노점>으로 대통령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화단의 중진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 추상화의 물결이 일자 김기창과 함께 동양화의 추상을 이끌었고,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방문을 계기로 중남미를 여행한 뒤 뉴욕에 정착하여 판화와 태피스트리로 영역을 확장하였다. 7년 만에 귀국하여 개최한 1974년 귀국판화전은 한국미술계에 놀라움을 선사했으나, 1976년 1월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타계함으로써 대중적으로 제대로 이해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전시명인 ‘삼중통역자’는 박래현 스스로 자신을 일컬어 표현한 명칭이다. 미국 여행에서 박래현은 여행가이드의 영어를 해석하여 다시 구화와 몸짓으로 김기창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여행에 동행한 수필가 모윤숙이 그 모습에 관심을 보이자 박래현은 자신이 ‘삼중통역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박래현이 말한 ‘삼중통역자’는 영어, 한국어, 구화(구어)를 넘나드는 언어 통역을 의미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삼중통역’은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라는 세 가지 매체를 넘나들며 연결지었던 그의 예술 세계로 의미를 확장하였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은 완벽한 기술 습득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했으며, 마침내 기술을 초월하여 하나의 예술로 통합시킨 박래현의 도전을 따라, 1부 한국화의 ‘현대’, 2부 여성과 ‘생활’, 3부 세계여행과 ‘추상’, 4부 판화와 ‘기술’로 구성된다.
1부 한국화의 ‘현대’에서는 박래현이 일본에서 배운 일본화를 버리고, 수묵과 담채로 당대의 미의식을 구현한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선미전 총독상 수상작 <단장>,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 <노점>이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2부 여성과 ‘생활’에서는 화가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로 살았던 박래현이 예술과 생활의 조화를 어떻게 모색했는지 살펴본다. 『여원』, 『주간여성』등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지에 실린 박래현의 수필들이 전시되어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했던 박래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3부 세계 여행과 ‘추상’은 세계를 여행하고 이국 문화를 체험한 뒤 완성해 나간 독자적인 추상화의 성격을 탐구한다. 1960년대 세계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의 고대 유물들을 그린 스케치북들을 통해 박래현의 독자적인 추상화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함께 추적해볼 것이다.
4부 판화와 ‘기술’에서는 판화와 태피스트리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박래현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박래현이 타계하기 직전에 남긴 동양화 다섯 작품이 한자리에 함께 공개되며, 판화와 동양화를 결합하고자 했던 박래현이 제시한 새로운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은 전시를 기획한 김예진 학예연구사의 설명으로 10월 8일(목) 오후 4시 약 40분간 유튜브에서도 중계된다. 또한, 덕수궁관 전시 종료 후 내년 1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순회 개최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오랫동안 박래현의 작품을 비장(秘藏)했던 소장가들의 적극적 협력으로 평소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거 전시장으로 ‘외출’했다”며, “열악했던 여성 미술계에서 선구자로서의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4개관(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이 9월 29일부터 재개관하며, 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 관람할 수 있다.
□ 일반인 전화문의: 02-2022-0600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대표번호)
박래현, 잊혀진 역사 속에서, 1963, 종이에 채색, 150.5x135.5cm, 개인소장
박래현, 영광, 1966-67, 종이에 채색, 134x168cm, MMCA
박래현, 시간의 회상, 1970-73, 종이에 에칭, 61x46cm, MMCA
박래현, 가면, 1973, 콜라그래피, 45×35.6cm, 개인소장
박래현, 어항, 1974-75, 종이에 채색, 74x75.5cm, 개인소장
■ 전시개요
- 전 시 명: (국문) 《탄생 100주년 기념: 박래현, 삼중통역자》
(영문) 《Park Rehyun Retrospective: Triple Interpreter》
- 전시기간: 2020. 09. 29.(화) ~ 2021. 1. 3.(일)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
- 출 품 작: 회화, 판화, 태피스트리 138점, 아카이브 71점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관 람 료: 무료 (덕수궁 관람료 별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사전예약 부분개관 종료시까지
□ 박래현(朴崍賢, 1920-1976)
1920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부유한 대지주의 장녀로 태어났다. 여섯 살 되던 해 가족이 군산으로 이주하여 군산공립보통학교를 다녔다. 전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여자고등사범학교 에 진학한 뒤 미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1939년 도쿄로 건너가 이듬해 여자미술전문학교 사범과 일본화에 입학하였다.
4학년 재학 중에 <단장>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 하였고, 시상식을 위해 귀국했다가 김기창을 만나 1947년 결혼했다. 이후 박래현은 1948년부터 1971년까지 김기창과 12회의 부부전을 개최하였고 김기창을 비롯한 중진 동양화가들과 백양회를 결성하여 동양화단을 이끌었다. 1956년 <이른 아침>으로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노점>으로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는 해외를 여행하며 시야를 넓히고 추상화로 작품을 전향하였다.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중남미를 여행한 뒤 미국에 남아 판화를 배웠고, 1974년 귀국하여 판화전을 개최하며 판화가로 변신하였다. 같은 해에는 훌륭한 예술가이자 모범적인 여성에게 주는 신사임당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다시 동양화 작업을 재개하고 미국의 판화전에 참석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을 펼쳤으나 갑작스럽게 간암이 발병하여 1976년 1월 타계하였다. 타계 후 197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우향 박래현초대유작전》 개최와 함께 박래현의 화문집(畵文集) 『사랑과 빛의 메아리』가 발간되었고, 1985년에는 중앙갤러리에서 《박내현 예술세계 10주기 회고전》이 열렸다.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