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일상과 같으면서도 달랐던 임진왜란의 나날들
특별전 ‘오희문의 난중일기 쇄미록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영상, 그림, 숫자, 글로 풀어낸 16세기 오희문의 일상 속으로
일시: 2020.10.13.(화) ~ 2021.3.7.(일)
장소: 국립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대상: 쇄미록 (보물 제1096호)’ 등 52점(보물 4건 18점 포함)
내용: 쇄미록 의 역사 및 내용
- 16세기 임진왜란을 겪은 한양 양반 오희문의 기록과 일상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10월 13일(화) 특별전 ‘오희문의 난중일기 쇄미록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를 개최한다. 조선 중기의 양반 지식인 오희문(吳希文, 1539~1613)은 임진왜란(1592~1598)을 몸소 겪으며 9년 3개월(1591.11.27.~1601.2.27.)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기록하였다. 그 일기, 쇄미록 을 집중 조명한 이번 특별전은 7년 전쟁의 참상과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도 지속된 인간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2020
년 가을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지난 2018년 새롭게 역주한 『쇄미록』(전 8권‧사회평론아카데미) 출간을 계기로 기획되었다. 미증유의 전란 속에서 일기를 쓴 오희문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였던 점에서는 평범한 양반이다. 그러나 오희문의 큰아들 오윤겸(吳允謙, 1559~1636)은 우계 성혼의 고제(高弟)로 인조 대 영의정을 지냈으며, 손자인 오달제(吳達濟, 1609~1637)는 병자호란 때 절의를 지키다 청나라에 끌려가 죽은 삼학사 중 한 사람으로 청사(靑史)에 길이 이름을 남겼다. 이후 큰아들 오윤겸의 호(號)를 딴 해주 오씨 추탄공파(楸灘公派)의 후손들은 조선 후기에 잇따라 관계에 진출하면서 서인(소론)의 핵심 가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오희문이 남긴 쇄미록 에는 전쟁과 관련된 기록은 물론 사노비, 음식, 상업, 의료 등 16세기 말 사회경제사와 생활사 관련 내용이 풍부하다. 임진왜란 당시 쓰인 다양한 기록물과 차별화되며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배계층이었던 양반과 이 시대를 특징짓는 이른바 ‘양반사회’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쇄미록 만큼 도움이 되는 책도 없다.
이처럼 중요한 자료이지만, 기록물 한가지로 특별전을 기획한 시도는 흔치 않았다. 이번 쇄미록 특별전시는 일반적인 고서(古書) 전시를 탈피하여 쇄미록 책 자체와 여기에 실린 다채로운 내용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수치를 활용한 다양한 도표와 디지털 영상물 및 그림제작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였다.
쇄미록 의 주요 장면은 수묵인물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영훈 작가의 21컷 그림으로 담아내었다. 9년 3개월 동안의 전반적인 내용을 그림책을 보듯 일별할 수 있도록 하였다. 관람이 끝난 후 주요 그림들을 전통제책법인 오침안정법으로 묶어 가져갈 수 있도록 체험 공간도 마련하였다. 관람객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오희문의 인물 관계도를 게임 요소를 곁들인 터치스크린 콘텐츠로 제작하였다.
무엇보다 매일 일기를 쓴 ‘기록하는 오희문’을 묘사한 프로젝션 맵핑 영상과 가시나무를 오브제로 임진왜란의 고통과 고난을 표현한 프로젝션 맵핑 영상.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 말 오희문이 살았던 시대로 날아가 ‘장남의 과거급제‧막내딸의 죽음’ 등 쇄미록 의 결정적인 장면을 감상하며 오희문과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인터렉티브 가상현실(VR) 영상 등은 이번 특별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시품으로는 오희문의 초상, 그의 셋째아들 오윤함의 초상, 오희문과 해주오씨 묘지명 등이 선보인다. 특히 오희문의 초상은 해주오씨 추탄공파 종중에서 권오창 화백에게 의뢰해 새롭게 제작하였다. 쇄미록 1~7책은 한 책씩 살펴보면서 오희문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이외에도 임진왜란 시기 중요한 개인일기로 남아 있는 김용 호종일기 (보물 제484호), 조정 임진란 기록 일괄 (보물 제1003호), 노인 금계일기 (보물 제311호) 등도 커다란 볼거리가 될 것이다.
전시 도록은 특별전이 개최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글에 이어 쇄미록의 서지학적 가치를 다룬 장과 전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9년 3개월 동안의 여정 등 6개 주제로 재구성한 글 등 모두 7장으로 구성하였다. 오희문과 관련된 주요 일지와 생일‧제사‧24절기 등 1년의 주요 행사를 담은 달력, 여정표, 쇄미록 수록 교서나 격문 등의 주요 문서 목록 등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특별전을 준비하며 방대한 쇄미록 의 모든 것을 잘 정리한 안내서로 준비하였다.
오희문은 전쟁으로 어렵고 힘든 날을 보내야 했지만 남편으로, 아버지로, 아들로, 주인으로, 가장으로서 여러 역할을 해내며 16세기를 살았고 그 하루하루를 일기에 담아 오늘에 전했다. 42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시도한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잠시나마 코로나19의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꿔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