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 2021-05-08
김대운, 김동섭, 백경호, 윤정의, 이동훈
02-6403-3222
전시 서문
대상을 설정하고 조각을 시작한다. 조각은 점차 사람을 닮아가지만, 동시에 작가는 형태의 유사성을 피하려고 한 다. 재료에 내재된 여러 변형의 여지들이 작가의 선택을 통해 형태 속에 삽입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재료를 통제하지 만, 그것이 스스로 통제를 벗어나기도 한다. 재료가 통제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이질적인 감각이 생기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포착하려 시도한다. 점차 조각은 본래 시작한 대상으로부터 벗어난다. 재료도 아니고, 설정한 대상도 아닌 무언가 탄생하는 지점에서 재료가 다른 차원으로 전이되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재료의 예상치 못한 변화 가 나타나곤 한다. 조각을 대면한 감상자는 왜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에 앞서, 재료에 남겨진 조각의 흔적을 읽어 나 간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고전적 조각 방식인 깎기, 자르기, 덧붙이기 등을 사용하여 조각을 만든다. 이 전시에서 조각의 과정은 원초적인 재료에서 시작하여 재료로 끝난다. 복잡한 약속들로 얽힌 지금까지의 미술에서의 수많은 규약들을 내려놓고 직관 적인 방식을 선택한다. 이들은 텍스트적 요소를 구성하지 않아 기다란 인용이 따라붙지 않는다. 단순한 관계 속에 서 나무는 나무로, 도자는 도자로, 종이는 종이로, 물감은 물감으로 만들어지고 읽는다.
재료의 물성을 드러내기 위해 행위가 개입한 결과, 조각에는 노동의 과정이나 표현적인 유희가 전면에 드러난다. 이들에게 조각의 과정은 육체노동의 움직임이다. 조각은 조각가의 신체와 분리할 수 없으며, 조각은 신체가 움직이 는 대로 움직임을 반영한다. 조각에 새겨진 획은 팔의 움직임 혹은 도구를 잡은 신체투사의 흔적이 되어 기록된다. 우리가 이곳에서 목도하는 것은 사람이자, 재료이자, 신체의 흔적이다.
이 전시장에는 집적된 대상 위로 유약이 흘러내리는 조각, 좌대를 위한 기능으로 제작된 임시적이고 분해가능한 재료의 조각, 춤추는 사람을 나무로 조각하여 아크릴로 채색한 조각, 석고에 거친 획이 둘러진 인물 조각과 군상, 캔버스 프레임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낸 회화가 놓여있다. 이들에게 재료란 시작점이자 가능성을 점치고 지지하 는 대상이다.
김동섭은 최소한의 기능으로부터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용도 혹은 기능을 바탕으로 형태를 결정하고, 재료 가 갖는 특성으로 형태와 크기를 변형시킨다. 작가는 기능적인 이유(변형이 가능한, 이동이 용이한, 적당한 무게와 크기)로 재료를 선정하며 이 재료는 시간에 따라 부패되어 사라질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동섭의 작업은 다른 작 가들의 지지체가 되어 공간에 조각을 구성한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위한 장치라는 기능이 종이 재료를 거쳐 형태가 만들어져 전시장에 펼쳐진다.
김대운은 기존의 공예 문법 안에서 사용되는 점토의 사용 방식을 자신의 문법으로 재해석한다. 작가는 점토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노출하여 녹아내리는 유약으로 형태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낸다. 작가에게 꽃은 성(性)을 은유하며 세속적 욕망과 성에 대한 양가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백경호는 캔버스 너머를 바라보며 회화의 물성에 관심을 갖고 그림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무엇을 그릴까?’ 라는 질문 보다 ’그림으로 무엇을 해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시선은 캔버스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신의 육체와 물체 사이에서 작업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로 사람을 모양을 만들어 사람 형상의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윤정의는 조각을 구성하는 요소를 확장하거나 변형하고 뒤섞는 방법을 탐구하여 사람을 조각한다. 작가의 조각은 공간과 분리되지 않으면서, 조각의 일부이기도 하며 공간을 포함하기도 한 외곽을 만들어낸다.
<모델>은 정지된 상태로 여러 개의 시점을 공유하는 하나의 덩어리를 시뮬레이션 한다.
이동훈은 나무로 사람을 조각한다. 나무의 재료적 특성을 고려하여 형태를 만들어 나가며, 조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채색으로 해결한다. 나무라는 정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인물의 춤을 단일한 형태로 담아낼 때, 나무는 시간과 움직임을 담은 조각이 된다. 이 시도를 통해 사람의 형태는 추상적으로 변해가며 대상과의 유사성과 해체를 동시에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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