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ex Art
2021.7.30 - 8.29
에비뉴엘 아트홀
● 전 시 명 : <Flex Art>
● 일시 및 장소 : 2021년 7월 30일(금)~8월 29일(일)
잠실 월드타워 에비뉴엘 아트홀(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6층 에비뉴엘 아트홀)
Tel. 02-3213-2606
● 관람정보 : 무료, 매일 10:30-19:00 백화점 휴점시 휴관
● 출품작품 : 페인팅 96점
● 부대행사 : 1) 8월 10일(화) 아트테크 강의
2) 8월 12일(목) ‘한상윤’ 작가와의 대화
(* 두 강의 모두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오프라인/비대면 진행)
● 주최 및 주관 : 롯데백화점
● 기획 : 롯데갤러리
● MZ세대 영컬렉터 겨냥, 시장성과 작품성을 모두 지닌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작가 및 라이징 작가소개
(배준성, 최은정, 최윤정, 한상윤, 잭슨심, 강호성, 이한정, 유나무, 지비지, 이슬로)
● 현재 전세계에 불고있는 독특한 “Flex” 문화를 예술로써 조명하는 전시
● 예술적 감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공간에 가치를 들이는 'ART FLEX' 문화를 체험
■ 전시내용
롯데백화점에서는 현재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독특한 ' FLEX ' 문화를 예술로써 조명하고자 한다.' FLEX '는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명품 및 귀중품을 구입하여 대중에게 자랑하는 모습에서 유래하여, 현재까지도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출생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반 출생 Z세대를 합친 MZ세대는 ' FLEX '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 FLEX '는 바야흐로 MZ세대 전반을 아우르는 시대정신이자 사회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다. MZ세대의 ' FLEX '에 대한 열광은 IT 기술 발달과 사회 고도화, 경제적 풍요 증대에 따른 개인주의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기도 하다. 미술품 또한 예외없이 시대와 맥락을 함께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술 작품은 특정 계층의 향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재는 연령대의 폭이 넓어진 컬렉터들이 다양한 취향을 갖고 아트페어, 옥션, 갤러리를 방문하고 있다.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작품을 컬렉션 하는 40-50대 부부부터 인테리어를 위해 작품을 고르는 30대, 그리고 자신의 확고한 취향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20대까지 미술품 'FLEX'는 점차 대중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 관심도에 힘입어, 이번 『FLEX ART』전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가 10인 (배준성, 최은정, 최윤정, 한상윤, 잭슨심, 강호성, 이한정, 유나무, 지비지, 이슬로)의 작품 9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배준성 작가의 해석적 경험을 통해 확장된 렌티큘러 이미지부터, 영화 기생충 속 다송이의 그림을 탄생시킨 지비지 작가, 현대인에 내재한 물질적 욕망을 3쾌(유쾌, 상쾌, 통쾌)라는 역설의 매개체로 전환시킨 한상윤 작가의 작품 등 10명의 작가들이 시대 반영을 투영한 독특한 세계관을 담아낸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 저마다가 다양한 작품세계를 작품에 풀어내듯, 관람객 역시 본인의 취향을 구체화하며 독보적인 작업물의 예술적 감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공간에 가치를 들이는 'ART FLEX' 문화를 체험하길 바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화려함으로 자신을 소비하는 MZ세대, 그리고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잇는 작가 10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FLEX' 해보길 기대해 본다.
한상윤, 행복을 배달합니다, 2021, acrylic on canvas, 73x73cm
■ 배준성 작가
정물(Still - Life)들은 생각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리듬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리듬은 또 다른 정물들을 발생시킨다. 그렇기에 한정적이지 않고 서술적이다.
-배준성
전통 회화 캔버스에 렌티큘러 기법을 결합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배준성 작가는 전통적 방식의 그리기로부터 렌티큘러 회화 기법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본다는 행위를 통해 보여지는 것들의 진의에 대하여 고민하는 배준성 작가의 작품은 렌티큘러를 이용하여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투명한 레이어를 겹쳐서 표현하는 이전 작업에서 발전한 이 방식은 한 화면 안에 여러 이미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이러한 기법을 통해 작가는 존재에 관한 개념 규정은 물론, 보이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여 전통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보기를 유도한다.
보는 사람에게 숨어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제공하는 작가. 그의 어릴 적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존재감이었던 책받침들 중 최고가 스마일 마크 책받침이었다고 한다. 노란 마크가 웃다가 웃는 모습으로 변하는 렌티큘러 책받침이었는데 이것이 어릴 적 렌티큘러와의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관람하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며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특수 물감을 사용해 수십 번 덧칠한 작가의 작품은 완성까지의 인내와 시간이 함께 해야 하는 작품이다. 화면 안에는 여러 이미지가 나타난다. Still - Life의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보고 그린다는 것에 대한 거부 혹은 모순됨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배준성, The Costume of Painter - at the studio- garden field 2, 2021, oil on canvas, 162 x 130cm
■ 최은정 작가
최은정 작가는 도시적 풍경을 상징하는 건축구조나 기하학적 추상 위에 자연을 상징하는 식물의 이미지를 밀도 있게 조합하여 기존의 언어로 정의하기 힘든 유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표현한다. 자연과 인공이 역설적으로 만나는 장소가 픽쳐레스크 풍경이듯이 최은정 작가의 작업에서의 풍경은 인공적인 환경에 존재하는 식물들의 모습으로 구현되는 픽쳐레스크라 말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회화의 형식에 관한 조형적 실험 과정을 통해 전시공간 안에 회화와 설치가 결합된 새로운 풍경을 창출한다. 이렇게 구현된 한 폭의 풍경은 현실과 허구 사이의 모호한 지점을 형성한다.
조경을 위한 식물이나 분재의 형태로 만들어진 식물들이 의지를 박탈당하고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독특하게 변해가는 모습에서 사회 시스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 작가는 도시에서 받은 인상과 자연을 한 데 엮어 혼란스럽고 모호한 풍경을 그려냈다. 그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삶에 대한 투쟁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식물들이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불완전한 세계를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은정, Harmony Hall No.2, 2020, oil on canvas, 130x265cm
■ 최윤정 작가
최윤정 작가는 사랑(love)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삶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낀다. 빠르게 발전해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삶은 힘들기도 하고 때론 지치기도 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욕망을 가지기도 하고, 서로를 향해 배신하기도 하는 이러한 이기적인 삶 속에서 최윤정 작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나타나 있는 컬러와 형상을 통해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조각난 면들의 화면을 나누는 것은 공간의 분리를 의미했다. 그 분리된 공간 속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선과 면의 형태로 표현하며, 실제로 감정은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사실적인 표현이 아닌 다양한 컬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명도와 채도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흔적의 겹침과 번짐을 통해 표현한 작품은 단색으로 단조롭게 칠해진 공간 속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최윤정, The Pieces of Inner Side, 2020, oil on canvas, korean paper, 117 x 91cm
■ 한상윤 작가
길상의 의미로 해석 가능한 돼지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복을 많이 받을 얼굴의 생김새와 운수 좋을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해석 속에 행복의 메타포가 담겨있는 것이다. 한상윤 작가는 돼지의 길상적 모티브를 의인화함으로써 자신이 그린 세계 속에서 고통 없이 승리하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행복한 돼지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한상윤의 작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동양적 필획과 팔색조를 넘나드는 평면구성이다. 작품의 외곽선은 초기 모더니스트들이 실험했던 2차원적 선을, 대상을 채우는 색들은 선명하고 단순하게 구체화되어 ‘주제를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상윤 작가의 돼지가 처음부터 길상과 해학 어린 여유를 뽐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풍자만화를 전공한 그에게 돼지란 ‘현대인들의 물질적 욕망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다. 풍자와 비판으로 시작된 돼지는 시간을 더하면서 “어차피 우울한 세상, 신명 나게 즐겨보자!”는 긍정의 매개체로 전환되었다. 작가는 자본에 대해 의미심장한 언어를 던진다. “자본주의와 대중을 특징으로 한 팝아트는 현대사회를 맹목적으로 옹호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편인 것처럼, 팝아트는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보라는 우의를 담고 있습니다. 나의 돼지 그림 역시 팝의 긍정적 속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상윤의 작품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로질러 행복을 쟁취한,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돼지 군상이 자리한다. 가족, 사랑하는 이와 친우, 경쟁 속에도 ‘나이스 샷’을 외치는 다양한 관계, 무엇보다 갖은 풍파 속에서도 여유를 즐기는 행복한 자화상이 이로 새겨져 있다.
한상윤, 행복한 돼지&행복한 여행, 2021, acrylic on canvas, 91 x 73cm
■ 잭슨심 작가
나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낯 뜨거운 궤변을 늘어놓기보다는
그저 관객이 내 편이 되어 즐길 수 있는 농담 같은 그림이 좋습니다.
- 잭슨심
잭슨 심의 작업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익숙한 캐릭터들은 작가가 성장하면서 만났던 기억이자 그의 인생의 동반자, 뮤즈들이다. 자유롭게 배치된 이미지와 텍스트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행위의 결과물이며 작품 속에 떠다니는 RICH ROYAL의 앞 글자를 따낸, 물감의 질감 날것 그대로 표현된 R과 $ 달러의 자본주의적 기호와 유명 브랜드의 로고들은 우리와 작가 모두가 갈망하는 솔직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이토록 동시대를 반영하는 메시지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잭슨심 작가는 순수예술을 대중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며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예술가이다.
진정성 넘치는 날것 그대로의 형상들은 겸손을 강요하는 사회의 가면을 벗겨냄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Super great!”을 외치게 하는 통쾌한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싸이 톰블리와 바스키아의 감성을 한국적 현실에 녹여냄으로써 팝적인 순수 형식과 낙서, 만화와 자전적 이야기 등을 주제로 다루는 작가는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를 표방하는 자유 구상 화가로서 오늘 우리 앞에 서 있다.
잭슨심, COMICS#03, 2021, Acrylic, oil pastel collage on canvas, 112 x 146cm
■ 강호성 작가
강호성 작가는 작품의 주인공들은 어찌 보면 아이 같지만, 다시 보면 어른처럼 보인다. 꿈을 가진 존재와 꿈을 잃은 존재가 하나에 겹쳐져 있다. 이것은 강호성의 작업이 경험의 세계(어른)와 미지의 세계(아이) 사이에 있음을 알려준다. 그 사이의 공간은 아련하고 환상적이지만, 슬프고 안녕(安寧) 하지 못하다. 그 심리적 공간은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밝지만 늘 불안하게 진동하기 때문이다. 이 환상과 불안이 얽혀 있는 공간은 강호성의 감성과 맞닿아있다.
우리가 꿈꿨던 어린 시절의 꿈이 회전목마처럼 그곳에서 돌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이러한 강호성의 감정적 이미지는 어른과 아이, 현실과 꿈, 기대와 슬픔이 교차하는 사이의 공간이 만들어낸 희망의 이미지일 것이다. 어른이 되어버린 작가,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서툰 작가가 느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선 찰나의 순간을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강호성, 만리전정 (萬里前程)의 꽃, 2020, 비단에 채색, 60 x 120cm
■ 이한정 작가
이한정 작가는 차창 밖으로 무수히 지나치는 풍경의 표정을 수묵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에 있어 예술이란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을 다른 이와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작가는 가장 아름다움을 느낀 대상이 바로 자연이었고, 그래서 표현방식은 조금씩 변화해왔지만 언제나 자연을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다.
학부 때 한국화를 전공하고 전통회화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중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서 산수화를 전공하면서 여러 지방으로 사생을 다녔다. 그때 경험했던 중국의 변화무쌍하고 웅장한 자연을 작업으로 옮기는 데 한계를 느끼다가,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시골 풍경, 특히 논밭의 곡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논밭 시리즈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이한정 작가의 편안하고 따듯한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철학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이한정, 호수, 2020, 한지에 수묵채색, 58 x 85cm
■ 유나무 작가
유나무 작가는 우주의 근본을 산수라 생각했을 뿐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체와 같은 생명체라 생각했다. 작가는 이처럼 산수 자연에 깃들어있는 정신과 생명의 가치를 표현함으로써 산수 자연을 진실하고 순수하게 깨닫는 것을 자연을 그리는 목적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직접 산수의 사생을 통해 경험을 얻고 창작하는 것이 탁월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고, 산수 자연을 통해 정신함양(精神涵養)과 미적관조(美的觀照)를 통한 주객합일(主客合一)의 수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중요시했다. 글과 말로는 체험할 수 없는, 육안으로 몸소 느끼고 체험하여 그리고자 하는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고자 하는 것이 작품 활동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기 때문에, 몸과 감각으로 체득된 경치들은 연구자의 상상 가운데 연구자만의 개성적인 가상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작가의 가상공간에서는 <붉은 물결>과 <파란 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작가의 욕망과 이를 절제시키는 자연 경물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를 자신만의 ‘몽환도’라고 지칭했다.
유나무, 한강섬, 2020, 장지 위에 혼합재료, 220 x 167cm
■ 지비지 작가
재현과 상상력의 적절한 조화로 작업하는 지비지의 작품에는 현대인의 일상이 덤덤하게 펼쳐져 있다. 강렬한 원색과 만화 같은 라인들이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보이지만, 악가와 미술가로서의 내적 갈등이 해소된 이후부터 작품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동심에서 져 올린 본연의 자연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원초적인 자유와 순수한 감성의 인물 미감은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작업 스타일을 견고히 하고, 작업에 필요한 내러티브(인물 스토리텔링)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 터치, 무질서한 형태 속에서도 밀도 있는 화면구성, 에너지를 내뿜는 작품들은 천진난만한 순수함과 동시에 가면 속에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아픔을 잘 드러낸다.
아티스트 정재훈의 키워드는 ‘자유로부터 얻는 치유’, 동물적 감각에 의해 자연스레 시작된 이미지 세상 속에는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명징하게 담아낸 이 말은 새롭게 작가를 깨운 명언이었다. 작가는 영혼을 그림에 담듯 생명의 실체를 교묘하게 부리는 마법 같은 그림을 그린다. 직선과 곡선의 유기적인 조화, 지비지 작가의 그림엔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아르 브뤼(Art brut)=원생 미술’이 아로새겨 있다. 날것 그대로의 순수, 뒤뷔페와 같이 작가는 어떠한 카테고리에도 묶이기를 원치 않는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손이 이끄는 대로 연습하는 것, 그냥 계속 그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무의식의 창조적 힘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기술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순수성과 가까운 지비지 작가,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신이 이뤄온 모든 것들을 던질 만큼 전업 작가로서의 삶에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비지, The ideal and the real, 2020, acrylic on canvas, 91 x 117cm
■ 이슬로 작가
형형색색 마음을 이끄는 컬러와 눈코입을 가진 식물들,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이 배어 있는 캐릭터들. 작가 이슬로의 핸드페인팅 작품 속 요소들은 따뜻함으로 귀결된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온 이슬로 작가는 흰 종이에서 나아가 옷과 액세서리 등 다양한 소재로 붓을 옮겼다. 그렇게 시작한 커스텀 작업은 소재와 재료의 구애되지 않고 과감하고 실험적으로 확장되어갔다. 다양한 소재에 맞게 아크릴 물감, 스프레이, 크레용 등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하며 한층 자신만의 커스텀 세계를 구축했다. 슬로우 Slow와 롤러코스터 Rollercoaster의 합성어, ‘슬로코스터’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경계 없이 다양한 작업을 이어 나갔다.
정형화되지 않은 즉흥적인 페인팅 아트워크. 계획이 없기에 실패도 없다. 실패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그런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림은 자유분방하고 천진하다.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스치는 사소한 것들이 영감이 되어, 하얀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종이뿐 아니라 천, 나무,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기발한 작업도 즐긴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고 흐르는 물감들,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는 요소들. 뚜렷한 메시지를 건네기보다 각자의 해석으로 상상하고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이슬로, Round and Round Dance Class -01, 2021, acrylic on canvas, 73 x 60cm
■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