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1 ~ 2022-03-25
강신대, 정현준, 최대진
02-735-5811/2
전시 제목은 한 사람의 기억력 혹은 기억하려는 의지보다 더 강력한 것은 어떻게든 기록하고, 남기는 것이라는 뜻 (廣記不如淡墨)이 담겨있다. 그것이 희미하든, 짙든 ‘잉크’로 본 것과 생각한 것을 써내려가는 행위가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질문 또한 들어있다.
전시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잉크⟫는 역사를 쓰는 주체로서의 지식인과 역사의 적극적인 목격자로서의 예술가가 어떤 선택을 통해 ‘쓰는 자’가 되는지를 주목한다. 이때 ‘쓰는 자’는 선택의 필요성/유효성/긴급성/중요성/진실성/목적성에 따라 자신의 태도와 관점을 스스로 시험하기도 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최대진, 강신대, 정현준 작가의 작품은 각각 세월호 침몰사고, 미얀마 민주화운동,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 소비 문화로 전락한 인터내셔널가, 오키나와 학살사건 등을 다루며 기억과 기록 사이를 더듬는다.
부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던 최대진은 어느날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프랑스에서 우연찮은 계기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15년의 프랑스 거주기간 동안 서양 지식 기반의 예술을 받아들이며, 그곳에서 나온 충돌의 공간으로부터 작업의 자양분을 얻어왔다. 드로잉, 설치, 영상, 조각 등 매체의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작업으로 세계를 마주한다. 모든 매체는 최대진에게 있어 일종의 드로잉이다. 움직이거나 멈춰있고, 뾰족하거나 듬성듬성한 최대진의 작품은 몽타주 된 드로잉으로서 매번 그 형식을 달리한다.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이슈들을 작업에 담기도 한다. 최근 최대진 작가는 그의 친조부께서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전시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잉크⟫에서는 최대진 작가의 아버지가 작성한 진상규명신청서가 그의 작품으로 번안되어 전시 될 예정이다. 또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군부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7살 소녀를 그린 회화도 신작으로 선보인다. 이 그림은 최대진 작가가 20년만에 다시 시도하는 유화로 깊이와 세월을 같이 쌓아올린 작품이다.
강신대의 관심은 ‘정치’보다는 ‘정치적인 것’에 있고, 작품의 형식을 그 내용으로 삼는 작가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작품 안에 갇힌 정치의 내용을 항변하기보다, 작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에 오히려 방점을 찍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청각 미디어의 언어로 소비되는 사회의 재난은 강신대 작가의 작업 동력이자 귀결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구작 중 전시의 기획 의도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작품을 선별해 재구성 했으며, 작품의 형식으로서 내용 말하기를 다시 시도하고자 한다. 인터내셔널가를 동시대 뮤직비디오로 번안한 작품, 집안에 틀어박혀 헤비메탈을 들으며 ‘밀리터리 덕후’로 지내는 사람들, 밀려닥치는 파국에도 공회전하는 세계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미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시스템은 그의 작품에서 여전히 작동되며 세계의 비참을 반복한다.
정현준은 자신의 개인사 및 주변인과 연결된 질문으로부터 모든 질문을 출발시킨다.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 변덕스러운 어머니,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지인까지. 이렇게 작가와 근거리에 있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은 이내 더 큰 세계들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임이 밝혀진다. 정현준이 보는 세계는 작가의 눈에서 출발해 구성되고 편집된 현실로부터 재구성되며 기존의 관념에 동요를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픈 근현대사를 가진 오키나와의 최대 관광지인 수족관의 구경꾼을 담은 영상을 통해 근과거의 비극을 내면화 할 수 없는 자신을 직시하는 작품과,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날 자신의 기억을 찾을 수 없어 가족과 지인을 통해 기억을 찾아나가는 로드무비 형식의 영상을 보여준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서지 자료, 페인팅, 영상, 설치 등 각각의 작품이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성이 어떻게 작품의 형식, 내용, 구성, 재료가 되었는지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때 예술가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예술작품으로서의 재료를 선택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 있어, 각각의 작품들이 구성된 형식이 구사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세계에 대한 비평이 되기도 한다. 전시장 안에는 ‘실제’와 ‘증언’으로 구성된 무빙-이미지와 그와 관련한 서지기록이 매개된다. 작품의 감각 재료와 낡고 빛바랜 갖은 기록들은 현실이라는 빈틈없는 노트에 공백을 만들어 새기는 ‘잉크’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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