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143에 위치한 예술실험공간 스페이스유닛4 SPACEUNIT4 에서 2022 작가공모 선정전시 <신이명 개인전 : 파편의 초상>을 2022년 11월 9일(수)부터 11월 26일(토)까지 개최한다.
스페이스유닛4는 작가들과 평론가가 합심해 2022년 문을 연 을지로의 신생 예술 공간으로 폭넓은 예술적 •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올해 작가공모 선정작가인 신이명은 인간의 절대고립의 숙명에 대해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해왔으며 이번 선정전시 <파편의 초상>에서는 드로잉, 설치, 사진 작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이명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시의 파편이다. 작가는 매일 도시를 산책하며 길 위에서 아스팔트, 시멘트, 벽돌 등의 파편을 수집하고 이를 관찰해 연필로 그려냈다. 그는 “땅의 실체를 개념으로 소급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도시가 “차갑고 거칠고 유해한 피질”로 뒤덮여있다고 보고,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가장 하찮은 파편으로부터 우리 시대의 초상을 발견하고자 한다.
걷고 그리고 기록하는 작가의 행위는 파편들을 쓰다듬고 닦아내고 연마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작가는 파편의 “툭툭 부스러지는 입자와 곰보처럼 얽은 흉측한 표피”를 갈고 닦아 그것이 가진 본연의 입자와 빛깔을 되살린다. 이는 파편을 기록하며 발견해낸 우리 시대의 너절한 욕망에 대한 애도이자, “욕망의 슬픈 말로를 기억”하기 위한 의식이다. 관련 작품들은 전시 <파편의 초상>에서는 사진과 설치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파편을 주제로 한 판화작품 <당신의 파편>은 관람객들이 한 장씩 가져갈 수 있도록 설치된다. 길 위의 파편과 그 파편을 수집한 위치가 새겨져 있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가 발견하고 기록한 욕망의 초상들을 하나씩 나누어 갖는다. 그것은 도시 위의 존재로써 우리 모두가 “깨지고 찢기고 부서진 채 발 끝에 차이고 마는” 욕망의 파편에 대해 각자의 몫이 있음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오늘도 을지로에서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개발과 철거 사이에 놓인 을지로에서 작가는 길 위에서 주운 하찮은 파편으로 시대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 욕망의 슬픈 말로를 애도한다. 또한 욕망의 세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가 질식시켜버린 진짜 세계는 무엇인지, 이전의 욕망을 지워내고 새로운 욕망을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우리가 감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누구와 무엇이 길 위에 내쫓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전시는 11월 9일 수요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 매주 수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진행되며 관람시간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