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공주 올해의 작가전 : 곽철흥
2022.11.10 - 11.20
아트센터고마
물과 색의 예술, 곽철흥 수채화전
임재광(미술평론가)
곽철흥은 수채화를 그린다. 현대미술의 그 많은 재료와 기법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인식되고 있는 수채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다뤄본 그가 다른 것들 다 마다하고 오로지 자신의 매체로 고집스럽게 쓰고 있는 것이 수채화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수채화란 물로 녹여 쓸 수 있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다. 넓혀보면 먹, 동양화 물감, 과슈, 포스터칼라도 수채화고 아크릴 물감도 물로 희석해서 그리기에 수채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채화라고 하면 투명수채화를 이야기한다. 투명수채화는 우리가 학교 수업에서 흔히 접했던, 팔레트에 짜놓은 물감을 물에 녹여서 칠하는 방식의 그림이다.
수채화 자체는 고대부터 있었다고 보지만 현대 수채물감의 시작은 르네상스로 본다. 16세기에 수채화는 야외스케치, 식물과 동물 세밀화나 삽화에 주로 쓰였다. 지금도 식물과 동물 세밀화는 주로 수채화로 그려진다. 그림뿐 아니라 보고서, 프로젝트 설명을 위한 삽화, 설계도 등의 채색에도 사용됐다. 채색이 간편했었기 때문인 듯하다.
튜브형 수채물감이 나온 건 19세기 중반이었다. 산업 혁명과 이로 인한 화학의 발달은 수채화 발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단점이었던 내광성 문제도 해결되었고 전용 종이와 도구가 개발되어 더욱 매력적인 분야가 되었다. 수채화는 물과 색채의 예술이다.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작가들이 물맛이라고 하는 이러한 기법은 작가들 고유의 특성이 육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채화는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그림이다. 유화는 덧칠이 가능하기 때문에 틀려도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수채화는 한 번 틀리면 고칠 수 없다. 계획에 의해 순서대로 완성해 나가야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 우연의 효과를 살리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능숙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채화는 그리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통제할 수 있어야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있다.
곽철흥은 수채화의 까다로운 제작 방법을 능숙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는 수채화 제작에 고도의 기법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꽃이나 직물, 기물 등 아주 복잡한 대상의 부분들을 정밀하게 묘사하여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혹자는 이런 사실적 기법을 극사실주의 라고 한다. 극사실주의는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주의적 구성을 추구하는 예술양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곽철흥의 그림은 극사실주의 작가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정성이다.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극도로 감정을 배제하여 메마른 느낌을 주는데 비해 곽철흥은 아주 따뜻하고 정감 어린 화면을 만들어 낸다. 오히려 서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소재 자체가 꽃과 기물, 정물들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장 정감을 갖게 되는 보편적 대상물들이다. 여기에 다른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정감 어린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작가는 예쁘고 보기 좋게 열심히 그리는 것이 최선이다. 작가 곽철흥은 이런 그림에 최적인 사람이다. 그는 소박하고 우직하며 낭만적이고 순수하다. 그는 평소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걸 즐기고 문하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자기로부터 나온다고 볼 때 깔끔하고 담백하며 근본에 충실한 곽철흥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인격과 삶의 태도와 일치한다. 변화와 모험보다는 안정적이며 원칙에 충실한 삶의 태도가 녹아 나오는 진실하고 솔직한 작품세계다. 물과 색의 예술, 수채화가 곽철흥의 삶과 예술이 더욱 풍성하고 기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