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초대개인전
'AURORA-순간을 기억하는 영원'
2022.11.29. (Tue) - 12.4. (Sun)
Opening Hours : 11:00am - 17:00pm
하랑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8길 45, 1F)
Tel. 02-365-9545
■ 작가 노트
지난 시절을 떠올리면 한여름 밤의 은하수 같을 때가 많다. 아프고 슬펐던 일도 아득하고 아스라하여 그저 아름답게 반짝인다. 미처 소원도 빌기 전에 한순간의 탄성과 함께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별똥별 같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지금과 내일도 어쩌면 우주의 별자리를 찾아 헤매는 건 아닐까 싶다. 닿지 않는 먼 우주의 별들이 가끔 바람에 일렁일 때가 있다. 우주의 그 말할 수 없는 아득함이 신의 영혼 한 자락처럼 날갯짓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오로라(Aurora)라고 부른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말할 수 없는 것이 더욱 간절하고 애틋하다. 삶이 그러하고 사랑이 그러하다. 작가 박현주는 말로 표현하거나 그 무엇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생명의 에너지를 <Aurora> 시리즈로 구현하고자 한다.
■ 전시 평론
오로라의 생명 에너지를 탐구하는 순수 기억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I. 프롤로그
오로라(Aurora)를 실제로 본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극지방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다닌 소수의 인원 정도? 그러나 우리는 안다. 실제로 보지 못했어도 그것이 어떠한 풍광을 만드는지를 말이다. 우리가 무수한 사진 이미지와 영상으로 접했던 그것은 가히 우주 태초의 모습이라 할 만큼 신비롭고 경이롭다. 실제로 그 대우주의 장관을 본다면 어떠할까? 지구의 끄트머리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우주의 장대함을 넉넉히 상상하고, 우주의 티끌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여실히 체감하지 않을까?
작가 박현주는 이러한 장대한 자연 현상인 ‘오로라’를 일련의 ‘어떠한 상징’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작업에 있어 주제 의식으로 삼는다. 그것은 어떠한 상징이며, 또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한편 그녀는 왜 굳이 ‘시각적 표현에 있어 현실적 제약이 많은 조각’이란 언어로, 이 신비로운 존재인 오로라를 탐구하려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하나둘 답해 보자.
II. 오로라, 원천적 생명 존재의 상징
오로라는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 태양 에너지가 빚은 ‘멋진 결과물’이다. 그것은 “특정 형태의 태양 에너지가 지구 자기장으로 인해 형성되는 자기권과 상호 작용하여 지구 고층 대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지구에 도달한 태양풍이 지구의 자기장으로 인해서 해로운 입자들을 거르고, 이로운 입자들을 양극 지방으로 이끌게 되는데, 이때 입자들이 자기권과 상호 작용하면서 대기 속에서 여러 가지 빛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우리는 오로라로 부른다. 그것은 마치 여러 색상의 물감이 서로 뒤섞이면서 우주를 캔버스 삼아 펼치는 마술과도 같은 마블링(marbling)과 '가시 스펙트럼(visible spectrum)'의 효과를 드러내면서 우리를 신비와 경외의 세계로 이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오색찬란한 빛 커튼을 선보이는 화려한 ‘우주 매직쇼’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영롱한 빛의 색’으로 충만한 영성의 신계(神界)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자의 말대로, “빛의 하프를 연주하는 천사들의 합주” 혹은 “빛의 주름 즉 빛으로 화한 신의 옷자락”이라는 과한 은유(metaphor) 자체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한 평론가에 언급처럼 “오로라에는 모든 가능한 문학적 수사를 동원해 꿈꾸게 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박현주는 이러한 오로라의 ‘이미지적 상상 효능’으로부터 ‘생명 에너지’를 상상한다. 오로라의 발생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바로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으로부터 온다는 점에서 오로라는 ‘생명 에너지’를 품은 상징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녀는 오로라를 “말로 표현하거나 그 무엇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생명의 에너지”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역동성에 대한 상징'으로 간주한다. 즉 박현주에게 오로라는 ‘원천적인 생명 존재의 상징’인 셈이다. 오로라는 박현주의 작업에서 마치 ‘신(神)의 현현(顯現)’과 같은 경이로운 존재로 다가선다. 인간에게 경외와 공포를 한꺼번에 동반하는 이러한 숭고(sublime)의 대상이란 ‘아름다움’으로 표상된 미학의 차원으로만 논하기에는 버거울 만큼 커다란 존재이지 않던가? 그녀에게 오로라는 숭고와 같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거시적 세계인 까닭에 역으로 이것을 대면하고 있는 한낱 미물일 따름인 인간 존재의 미시적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거대한 우주의 파노라마 앞에서 감탄하는 인간의 놀라움은 결국 세계의 정복자였던 인간이라는 존재는 신의 세계에선 그저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미물일 따름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거시 세계 앞에서 비로소 명확해지는 미시 세계의 위상과 정체성으로서 말이다.
III. ‘오로라-시간’ 혹은 ‘오로라-기억’, 조각으로 새기는 순수 기억
작품 〈Symbol of Memory, 메이플〉은 목판의 평면을 깎아 그 위에 마치 ‘커튼의 주름’과 같은 부조를 살포시 올린 작품이다. 대기 위를 운위하는 오로라의 움직임이 커튼처럼 접히고 펼쳐진 이 작품은 일견, 오로라의 유려한 변화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조각은 어떻게 보면, 움직이는 시간을 마치 인상파 회화처럼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포착하는 방식의 조형 언어 외에 다른 방식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정이나 끌로 나무의 표면을 깎아 오목의 지평을 만드는 조각(彫刻)의 카빙(carving)이라는 네거티브 방식에 골몰하거나 석고나 주물을 통해 볼록의 매스를 일으켜 세우는 소조(塑造)의 포지티브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오브제를 통한 아상블라주의 미학이나 설치 나아가 무형의 콘텐츠 중심의 개념적 조각이 있기도 하지만, 비교적 조각의 언어는 투박하고 정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박현주의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의 시간성을 변화무쌍하게 오가는 오로라를 ‘나무 위에 포착하여 박제화’하기보다 하나의 상징처럼 기호화하기를 시도한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은 인상파가 던졌던 ‘임시적 시간의 구현’이 아닌 ‘지속적 시간의 상징적 표상’이라는 의미심장한 미학을 품어 안는다. 이러한 차원에서 나무, 철, 돌과 같은 정직한 재료는 기호와 상징을 표상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효율적인 그릇으로 자리하기에 이른다. 또 다른 작품들을 보자. 일련의 〈Symbol of Memory〉라는 제명의 연작들은 우리가 앞서 언급했던 부조 형식의 조각을 넘어서 삼차원 공간을 적극적으로 점유한다. 나무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마치 연기나 대기의 흐름을 구불구불한 형상으로 표현한 모습으로 오로라에 대한 상징으로 표상된다. 박현주의 이 연작은 극지방의 대기 공간을 점유한 오로라를 삼차원 조각체로 구현하되, 그것의 흐름을 기호화했다는 차원에서 ‘시간에 대한 상징’으로 규정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작품들에서 보듯이, 때로는 수직의 ‘빗살무늬’로 때로는 부챗살처럼 펼쳐지거나 하늘을 오르는 듯 소용돌이치는 오로라 이미지 등을 통해서 박현주의 일명 ‘오로라-시간’은 효율적인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이 연작의 제명이 모두 ‘기억’이라는 단어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시간의 상징성은 더욱더 강하게 드러난다. 박현주의 ‘오로라-시간’ 혹은 ‘오로라-기억’은 분명 오로라에 대한 개인 체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모든 인류가 대면하는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모든 시간으로 확장한다.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생성 그리고 지구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시공간이 집적된 상징으로서 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녀의 작업이 ‘생명 에너지’라고 하는 오로라의 근원적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되새겨 볼 일이다. ‘오로라로 대별되는 상징’에 접근하는 박현주의 작업 태도는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언급했던 ‘이미지-기억(souvenir-image)’의 차원에서 검토되기에 족하다. ‘이미지-추억’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베르그송의 ‘이미지-기억’이란 ‘습관-기억(mémoire-habitude)’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습관-기억’은 글쓰기나 피아노 연주처럼 반복적 노력이나 실험 등을 통해서 가능한 기억으로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재현되는 것이지만, ‘이미지-기억’은 어떠한 작위적인 노력 없이 강렬한 경험으로 인해 저절로 인간 주체에게 보존되었다가, 현재의 자극이나 요청에 따라 자유롭게 이미지 형태로 떠오르는 기억이다. 그 경험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기억은 인간 주체에게 ‘이미지-기억’으로 지속적으로 현현한다.
‘습관-기억’이나 ‘이미지-기억’ 모두 우리 몸의 기억이라는 점에서, ‘순수 기억’(mémoire purifiée)이다. 순수 기억은 현재로부터 역순하여 분절되는 특정 시공간이기보다 생명과 물질의 지속적인 흐름 속에서 전체적으로 파악되는, ‘머리로는 어렴풋하지만, 가슴으로 선명한’, 기억이다. 우리가 유념할 것은 오로라를 상징화된 표상으로 접근하는 박현주의 작업에서 이 순수 기억은 특정한 오로라 경험이기보다 ‘생명 에너지’에 대한 상징 체험의 유산(遺産)이라는 것이다. 즉 박현주의 ‘오로라 기억’이란 생명 에너지에 대한 ‘조각으로 새기는 순수 기억’이자 상징 체험의 유산인 셈이다. ●
※ 김성호는 파리1대학 미학 전공 미학예술학 박사로, 유니스트 박사후연구원.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총감독, 2015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 2018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2021강원국제트리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현재 APAP7 예술감독.
■ 작가 약력
Education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석사 및 동 대학원 박사 학위 취득
Solo Exhibition
부산, 서울, 동경 등 12회
Selected Artfairs
Art Palm Springs (Palm Springs, 미국)
Art International Zurich (Zurich, 스위스)
LA Art Show (LA, 미국)
Seoul Art Show (코엑스, 서울)
RHY Art Fair (바젤, 스위스)
조형아트서울 (코엑스, 서울)
Shanghai International Asia Art Festival (Shanghai, 중국)
Kawasaki International Asia Art Festival (Kawasaki, 일본)
International Sculpture Festa (서울)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조형아트서울 대형조각특별전(코덱스, 서울) 등 참여
Group Exhibitions
100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