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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원 : 기억- 그 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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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원  초대전    Kim Ho Won  Solo Exhibition    2023.3.17~2023.3.29

빛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신화적 공간

-김호원의 회화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기억은 끈질기다. 특히 시각에 새겨진 기억은 더욱 끈질기다. 화가로서 김호원은 유년기의 순수한 시야에 각인된 풍경들을 하나하나 손끝으로 더듬어나가듯이 하나씩 보듬어내어 그것을 생생한 그림으로 되살려내곤 한다. 그래서 그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풍경의 기억은 돌담길이나 펼쳐진 들판이나 거기에 여전히 변함없이 서 있는 나무로부터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동시에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서려 있는 빛의 신화적인 색조로 다시 살아난다.


작가가 몸으로 살고 겪었던 유년시절의 풍경으로서의 기억이자 아직도 실시간으로 살아있는 사실적 풍경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선과 색의 알갱이들을 유화물감의 층위에 칼끝으로 낱낱이 긁거나 파내어 묘사해낸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아련한 회상의 색채를 띠고 있는 시간의 아우라를 한껏 발산한다. 그 색채는 인위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상의 색채가 아니면서도 망막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 와닿는 듯한 구체적인 색채이다. 관객은 그림이 내뿜는 풍경의 색채에 전신을 내맡기고 거기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작가의 고향이자 작품의 공간인 남도 특유의 풍광이 강렬하게 자아내는 정서 속에 문득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림 속에서 나무들의 가지들이나 잎새들, 풀잎들, 돌담의 돌들, 들판의 들풀과 흙 알갱이들 하나하나는 개별적으로 숨 쉬듯이 살아있으면서도 이 모든 대상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살아있는 세계이자 몸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한다.


그곳은 작가가 부친과 함께했던 유년기의 바닷가 공간에서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목격했던 풍경들이 아이의 눈에 비친 그대로 불가사의한 우주의 몸체로서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그림 안에는 유년기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살아있고, 그 공간에서 살았고 그를 이끌었던 아버지의 숨결 또한 여전히 그리움의 체취처럼 풍경 속에 배어있다. 이러한 그리움의 자취는 풍경과 색채와 함께하기에 그만큼 따로 분리되지 않는 어떤 절대적인 세계의 감각으로 그림 속에 공존한다. 그래서 화면의 내부로부터 우러나는 듯한 빛처럼 그것은 지난 시간의 충만한 기억의 빛으로 채워진 작가의 내면을 거울처럼 되쏘아낸다. 


유년기는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신화적’이라고 아감벤(Giorgio Agamben)이 말했듯이,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 세계는 신화처럼 살아 숨 쉰다. 게다가 작가의 기억에 의하면 화가가 되고자 했던 그의 부친이 어린 아들이 유심히 볼 수 있도록 늘 애틋하게 배려했다던 자연 풍경들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세심한 시선은 동시에 그 자체로 아버지의 시선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어릴 적 시야로 전이된 옛사람의 시선은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되살아나 지금 이곳에서 작가의 시선으로 새로이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가 화폭에 되살려낸 풍경은 결국 지난 세월 아버지가 조망하던 세계에 대한 시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 그 시선은 그 시절 바로 거기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시선이 현재에 그곳을 지키며 그 시간을 현재형으로 사는 사람들의 시선과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나 복합적으로 확장된 시선이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자전적 삶으로부터 출발하여 잊힌 듯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지난 시절의 시간과 장소를 그때의 신화적 시선에 아로새겨진 정한과 기쁨의 정서로 재소환하여 되살려내고 있다.


작가는 유화를 몇 번이나 얇게 바른 화면의 층을 칼끝으로 수없이 긁어내어 안에 있는 빛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 무수한 손길의 추적으로 새겨지는 스크래치 흔적마다 어렴풋한 기억의 풍경들은 하나씩 그 몸체를 드러내며 새로운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이는 어두운색으로 봉해 놓은 내밀한 추억처럼 빈 화면 속에 잠들어 있을 기억의 빛을 환하게 풀어주는 작업이자, 덧칠하듯 풍경을 꾸며내거나 지어내는 방식이 아닌 그 자체로 생생한 풍경을 되찾아 살려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의 작품은 <여우비-멀구슬나무>에서와 같이 노란색 회상의 빛과 층층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의 우주와 자연 공간 아래 활짝 펼쳐진 논과 밭을 이루는 들판에 서 있는 나무 아래 잠깐 지나가는 비를 피하고 있는 소년이 우연히 만났음 직한 빛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신화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


그 신화의 공간은 돌담 아래 앉아 장에 가신 어머니를 무한정 기다리는 아이가 끝없는 상상의 눈길로만 응시하던 미지의 세상 속에 흐르던 무료한 시간으로서의 <장날>이기도 하고, 펼쳐진 논밭의 물길을 따라 무성한 억새밭을 등지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 부친이 영위하던 생의 젖줄로서 멀리 유유히 흐르던 <영산강>이기도 하다. 한때 작가는 2000년대 무렵, 허공으로 무수하게 뻗어 나간 고목의 나뭇가지들이 엉켜서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역사적 인물의 의인화된 얼굴로 그 신화를 살려내기도 했다. 숱한 낱낱의 나뭇가지와도 같은 개인의 삶을 희생하여 만인을 위한 혁명적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아이콘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수많은 세월 동안 땅을 지키고 서서 세상을 지켜본 역사의 표정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그러한 풍경으로서의 나무는, <기억의 저편으로>나 <매미울음> 등에서 보듯이, 어릴 적 작가의 시선에 강한 영상으로 남아있을 나무들을 휘감고 있던 침묵의 공간에 깊이 깃들어있는 감각의 기억을 소환하는 자연대상이 가진 탁월한 실재감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또한, <귀향>을 통해서 작가는 고향인 보길도로 보이는 섬과 다도해의 섬들을 마치 돌아가야 할 모태 공간처럼 그리고 있으며, 그것은 꿈길같이 꽃피는 푸른 봄날 풀밭에 누워 자신이 나고 살아온 자연과 하나가 된 아버지인 동시에 작가 자신이 빠져있는 도취의 시간이기도 한 <취한 날>이나, <귀로>에서의 늦가을처럼 옹이들로 응어리진 세 그루의 고목과 일체가 된 과거 시간으로서의 출발지이자 휴식처로 돌아가는 노인을 통해 현재의 시간 속에 현현(顯現)하는 신화의 공간으로 다시 펼쳐져 있다. 이렇게 그가 불러내는 정경은 그림마다 자신이 살아온 각별한 공간에 대한 기억의 반영으로 묘사되어있고, 모든 화면은 <2월의 따스함>에서처럼 문득 작가가 홀연히 바다에 떠 있는 섬을 돌아보듯이 현재의 시간과 공간 속에 돌연히 떠오르는 회상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버지의 바다,  72.7x60.6cm,  Oil on Canvas, 2023






귀향, 145x97cm,  Oil on Canvas,  2014



2월의 따스함, 91x61.1cm,  Oil on Canvas,  2023 




취한 날,  40.9x24.2cm,  Oil on Canvas,  2021





매미울음, 90.9x65.1cm,  Oil on Canvas,  2019





여우비-멀구슬나무,  116.8x91cm,  Oil on Canvas,  2019






기억 저편으로..., 65x90.8cm,  Oil on Canvas,  2014






운주사에서,  65.1x50cm,  Oil on Canvas,  2023 






귀로,  72.7x53cm,  Oil on Canvas,  2022




영산강1,  100x72.7cm,  Oil on Canvas, 1999




김호원(KIM, HOWON)


개인전 11회

아트페어 & 기획부스전

22.예술정신-시간과 공간을 넘어 (목포 노적봉미술관)

15.한국 구상 대제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5.광주 국제아트페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14.광주시립미술관 기획 ‘민주인권평화전(오월의파랑새)’(광주시립미술관본관)

09.예술의전당 기획‘Art in Superstar’(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창원 성산아트홀)

08.예술의전당 기획‘미술과 놀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7.대한민국 국제현대미술 EXPO (서울 조선일보미술관)

기타 그룹전 30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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