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s, Oil sticks and Acrylics on Canvas, 100x80.3cm, 2023
▪ 전 시 명 : 이진희 개인전_ 나 비 Butterfly
▪ 전시장소 : 갤러리 도올
▪ 전시일시 : 2023. 4. 7 (금) - 2023. 4. 30 (일) (총 24일, 휴무일 없음)
▪ 관람시간 : [매일] 11:00 - 18:00
▪ 입 장 료 : 무 료
▪ 전시장르 : 회 화
▪ 전시내용 :
작가가 그린 형상을 보고 있으면 회화의 속성을 알게 된다. 평면 안에 동그라미가 하나 둘, 네모가 둘, 셋, 공간을 채우다 이내 다른 안료가 올라오는 것이 공간에 형상을 가두려 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하지만 차분하고 구체적인데 모호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작업의 요소로 보인다. 개별적인 면이 있지만 어울릴 때 나타나는 장면은 풍경과 흡사하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떨림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경계를 알 수 없기에 몽환적인 느낌은 찰나가 되기도 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 그날의 따른 감성이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원형이 다른 재료들과 시간을 갖고 만날 때 작품은 완성된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진희 작가의 자연은 외형이 주는 전달력이 있겠지만 여기서 추상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의미로서 관찰하려는 태도로 내면의 교감은 자유롭지만 신중하게 드러나는 성격이다. 어루만지거나 조심스럽게 사유하여 일치되는 면이 있다. 형상이 구체적이던 것이 갈수록 해체되는 양상으로 행위의 중점은 붓 보다 손가락을 이용한다. 점묘처럼 넓게 면을 채우는 과정까지 손을 사용했다. 이는 내면으로 형상을 만들고 작가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화법으로 서로 간에 에너지를 취하고 나누는 작용으로 대상 간에 평등한 조건에서 소통하게 되는 화법이다. 이러한 방법이 작가와 자연을, 자연과 인간이 일치가 되는 순간을 만들게 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일상이 포함된 자연은 어렵거나 무겁지 않은 애정 어린 시선 속에 치유가 중점이 된 듯 보인다. 지금의 관점에서 예술이 일상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작가 역시 삶을 포함시킨다.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작품을 만들게 했다. 관계의 지향점에서 무던하게 다각도로 기본 도형은 변화를 이룬다. 거대한 자연의 일부를 살펴보듯이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잠시 일수 밖에 없다. 하루가 반복되듯이 현실은 기억과 감정이 끊임없이 변화되기에 예술은 그 감정을 붙들고 확인하려 한다. 강압적이지 않게 유연하게 흐르는 과정은 물성 간에 쌓임이 그 무엇을 확인시켜 준다.
찰나를 붙들고 싶은 바람은 작가가 행복을 바라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전엔 하늘도 있었고 꽃잎도 흩날리던 것이 갈수록 자유롭게 해체되는 면모로 생각해 보면 그때 작가는 자연과 교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흐름을 인지하고 자연스레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삶이 있는 한 여전히 먼 길 같은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옳고 그름, 크고 작은 대립이 환영임을 알면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건 때때로 찾아오는 괴로움, 불안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감정들을 인정하고 진정 자유로워 질수 있는 길로써 그림 그리는 길을 선택한다. 푸르른 색조를 바탕으로 그만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아름답게 형상을 구현해 내는 과정으로 다양한 재료도 접목해 융화시켜 본다. 전통을 생각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조형을 잇는다. 소요유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혼자이지만 누군가의 곁에 있는 관계가 있기에 절실하게 바란다는 것은 잘 선택하는 길이다. 붕새가 커다란 날개를 펴려면 그만큼의 바람도 있어야 한다. 호접지몽 [胡蝶之夢]에서 말하는 ‘내가 꿈꾸는 나비의 꿈인지, 나비가 꾸는 나의 꿈인지’ 모를 물화[物化]를 객관적으로 펼쳐 보이기 위에 회화의 성격을 살린다. 욕망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자신을 돌아본다. 삶에 간절한 것이 생겼을 때 맹목적인 나를 다스리는 방법은 절대적 가치를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세한 날개짓은 멈추지 않고 풍경같기도 한 추상을 완성한다
장자(내편) 소요유(逍遙遊) 1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은 곤(鯤)이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은 붕(鵬)이다. 붕의 등 넓이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큰 바람이 일 때
그것을 타고 남쪽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남쪽바다(南冥)는 곧 천지(天池)를 말한다.
작가노트
가볍고 유동적인 나는 바람을 타고 궁금한곳 여기 저기를 둘러본다. 때론 녹아버리고 흐늘거려도 찬바람에 어느 순간 꽁꽁 얼어붙어 예쁜 꽃모양으로 빛날 때도 있다. 가끔은 화려한 소란스러움에 취해 나도 모르게 세상을 휘젓고 다니다가 이내 지쳐 바닥에 곤두박질 치기도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개의치 않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저만치 멀어져 있을 때 나를 애타게 부르는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또 세상에 나갈 채비를 한다. 언제나처럼 맑고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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