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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 울퉁불퉁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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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날들》

이서윤 개인전

2023. 7. 5. ~ 2023. 8. 3.




표면에 새겨진 긁힘 자국은 향이 진한 것을 따라간다,

2023, Oil and Acrylic on Canvas, 72.7 x 60.6 cm



1. 전시 개요


전 시 명: 《울퉁불퉁한 날들》

참여작가: 이서윤

전시기간: 2023년 7월 5일 (수) - 8월 3일 (목)

전시장소: 갤러리조선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64)

오    픈:  화 - 일 10:30-18:30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은 2023년 7월 5일부터 8월 3일까지 이서윤 작가의 개인전 《울퉁불퉁한 날들》을 개최한다. 회화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고, 대화를 건네는 작가는 모든 것이 미끄럽고, 매끈한 세상에 작고 불편한 혹부리를 만들고자 한다. 작가는 매끄러운 세상에 발 맞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한편, 때로는 멀미를 느끼곤 한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와 합리주의, 모든 것을 하나의 스크린 안에 녹여버리는 스마트폰 기기 등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에 관한 감각을 무마시키고, 허공에 발을 딛고 선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한 발 앞서 진행되는 절차, 생생하게 재생되는 과거의 영상과 실제로 가본 적 없는 곳의 이미지들. 시간이 뒤섞이고, 저기와 저기를 향한 시선에 현재가 자리한 곳은 없다.


작가에게 작업하기는 “울퉁불퉁한 시간을 만드는 공간”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를 감각하는 자리이다. 작가는 캔버스 앞에서 그리고, 지우고, 휘두르고, 무마하기를 반복하고, 형상을 그려 넣는다. 이것은 캔버스와 물감을 손에 쥐고 있는 감각, 반복될 수 없는 즉흥적인 제스쳐가 담아내는 이 순간의 느낌, 그려진 색, 형태와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자리하는 끊임없는 물음의 연속, 즉 “딛고 있는 지면을 체감할 수 있는 혹부리”이다. 작가에게 작업하기는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현재를 가장 생경하게 느끼는 방법이다.”



2. 작가노트


나는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는 세상 속에 발을 딛고 세상과 나를 직시하고자 작업한다. 작품은 세상에 대한 의문, 개인의 경험, 그리기의 유희, 수행 의지가 교차하는 곳에서 제작된다. 작업의 실천을 통해 화가와 작품, 세상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림 앞에서 계획 없이 몸을 움직여 제스쳐를 행하고 현실에서 보거나 상상한 형상을 그려 넣는다. 구상과 추상을 구분하지 않고 회화의 우연적 효과 속에서 가능한 형상을 상상한다. 간혹 우연의 효과가 행운처럼 맞아떨어질 때 화면은 성공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시행착오의 연속 속에서 현재를 체감하고 흐릿했던 생각들은 선명해진다. 


나의 회화에는 유령, 눈사람, 여자, 버섯, 화가, 무지개, 구름, 불, 나무 의자, 동물 등과 같은 도상이 등장한다. 동시대 시각환경에 따라 도상이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의식하여, 도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과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일부러 상투적인 방식으로 도상을 연출하거나 표현하고, 화면 내에서 도상은 주로 유기적이고 때때로 환영이며, 언제든 녹아 사라지거나 깎이고 불타 존재방식이 변한다. 


임의적으로 보이는 구도와 연출이 문화적, 개인적 배경에서 근거하듯, 즉흥적인 움직임에도 분명한 과거와 이유가 있다. 캔버스 앞에서의 선택은 몸에 각인되고 체화된 경험과 의문, 지식과 배움을 바탕으로 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을 통과한 움직임이 안착한 캔버스 위 이미지는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전시에 관한 글 _ 울퉁불퉁한 날들


나에게 세상은 미끄럽다. sns에서 보는 이미지들, 자주 가는 카페의 인테리어, 사고 후 보험이 처리되는 과정,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유리액정의 표면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별다른 이슈 없이 빠르게 그 다음으로 미끄러지는 것이 오늘날의 미덕으로 느껴진다. 나도 이 매끄럽고 환한 세상에 발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자주 웃으며 여러가지 일들을 해나간다.


이따금 멀미를 느끼곤 한다. 알고있지만 애써 모른척 하던 부채감이 떠오르곤 한다. 너무 매끄럽고 발길 막는 것 하나 없어, 나에게는 지면을 딛기 위한 혹부리가 필요해 그림을 그린다.


나에게 작업하기는 울퉁불퉁한 시간을 만드는 공간이다. 여기저기 혹부리가 널려져 자꾸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곳. 손톱에 흙이 가득 낀 손으로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고, 코와 입을 땅에 묻어 풀 냄새를 맡고, 다시 돌아 누워 하늘 보기. 그런 것들을 반복하다보면 조금은 멀미가 가시고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다. 딛고 있는 지면을 체감할 수 있다.


캔버스 앞에서 그리고 지우기, 휘두르고 무마하기를 반복하며 즉흥적인 제스쳐를 행하고, 현실에서 보거나 상상한 형상을 그려넣는다. 회화의 상황을 만들고 덮기를 반복하며 만나는 막막한 순간들을 통과한다. 좋은 상황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간혹 우연의 즉흥성들이 행운처럼 맞아떨어질 때, 화면은 성공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시행착오의 연속은 현재를 가장 생경하게 느끼는 방법이다.


효용이 절대적 가치가 되는 세상에 작고 불편한 혹부리를 만들어 내놓고 싶다. 이는 내가 미술에 부여한 환상과 믿음이자 오랜 시간 실천해나가고 싶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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