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3-07-14 ~ 2023-08-22
성지연
무료
070-8121-4827
성지연 : 빈곳
2023.7.14 - 8.22
소현문
글 : 성지연, 오웅진, 백필균
주최/주관 : 소현문
전시 기획 및 큐레이팅 : 백필균
[전시 서문 혹은 서시]
목요일. 성지연은 촬영장에 도착한 당신이 사진기 앞에서 특정한 동작을 연기하도록 조심스럽게 주문한다. 사진 속 당신은 대체로 한 명이지만 때로 두 명이고, 대체로 성인이지만 때로 알 수 없다. 작가는 상대의 옷무새를 마저 가다듬는다. 당신은 얼굴을 대체로 드러내지만 때로 감추고, 표정은 대체로 감추지만 때로 드러낸다. 촬영장에 초대된 새는 기억과 멀어지며 피로감에 젖어든다. 지구라는 낯선 행성에 자의 없이 불시착한, 날개 다친 누군가처럼.금요일. 서문을 비우는 새벽에 비가 내린다. 유리창 바깥에 맺힌 물방울은 사진의 그것과 다를까. 그는 사진에서 집 안과 바깥 양쪽에 서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흰 단발머리 인물이 빨간 지붕을 얹은 흰 집으로 손을 내민다. 빨갛고 흰 둘 사이가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가까움은 사이에 무엇이 적음을, 멂은 사이에 무엇이 많음을 말한다. 토요일, 당신은 보여주는 자이자 보는 자로서 빈곳을 가꾼다. 성지연이 한시적으로 머무는 두 방, 작업실과 전시실은 그래서 닮았다. 작전은 늘 미완성이다. 작전 반대편에서 사진은 피사체를 낚는다. 불가피한 폭력에서 얼마나 멀어지고 얼마나 가까워야 할까. 질문을 하염없이 곱씹는 성지연은 고향에서 지난 작업물을 내보이며 어젯밤 누군가 남긴 고독한 편지를 문득 떠올린다. 그의 전시는 사진에 붙잡힌 새가 다시 날아오르는 방법을 모색한다. 전시에서 유사한 사물 둘 이상은 서로를 지시하고 참조하고 설명한다. 사진과 사진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두 마디 이상의 전시는 거울과 거울이 마주하는 공간(mise en abyme)이다. 보여주는 이의 닫힌 곳에서 보는 이의 열린 곳으로 바람이 부는 사이, 전시는 새장이 아닌 빈 둥지가 되고 싶다.일요일, 서시를 쓰는 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 별이 웅성인다.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비. 고인 시간이 조금씩 세상으로 밀려난다. 꿈꾸는 사람은 어깻죽지에 솟은 날개를 다시 펼친다. 주눅들지 않는 날개. 그와 그림자는 스스로 눈을 감고 낮의 밤, 밤의 낮을 본다. 그와 그림자는 서로 바라보지 않는다.
월요일. 빗자루를 든 사람과 꿈꾸는 사람은 시작과 끝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당신은 언젠가 떠나겠지만, 두 사람은 또 다른 하루를 마주한다. 성지연이 남긴 일련의 작업 가운데 사진 몇몇은 피카레스크(picaresque)와 옴니버스(omnibus) 사이에 있다. 보이는 주체의 다양성이 옴니버스로, 보이지 않는 주체의 일관성이 피카레스크로 읽힌다. 피사체는 다른데 이미지는 같다. 아니 이미지는 다른데 피사체가 같은가. 사진이 무엇을 반복하고 무엇이 차이를 발생하는지 탐문하는 사이 성지연은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는다. 화요일, 다시 비. 회색 햇살이 창과 시집 사이에 빗금을 긋는다. 빛이 시를 걷는다. 불이 땅을 마신다. 빈 잔이 물을 읽는다. “빈곳을 본다. 배고픈 아이의 입, 팔에 긁힌 상처, 집과 집 사이 그리고 너와 나 사이. 빈곳은 어느 별, 빛도 어둠도 없는 사막, 걸음과 응시로 사라지는 마지막 남은 불이다.”또 다른 시간에서 성지연은 꽃도 뼈도 아닌 숨이 붙은 존재를 사진에 옮기며 새삼 삶이 찰나라는 거룩한 명제를 받아들인다. 사진가는 사진을 반영하고, 사진은 사진가의 삶을 반영한다. 사진은 빗물이 마르는 골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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