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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페이토갤러리에서 오픈하는 전시《SOMEWHERE 어딘가에》 는 익숙한 공간과 풍경을 작가의 관조적인 시선과 독창적이고 면밀한 색 면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그 속에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박상희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작가의 관조적인 시선과 독창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화면 - 장소의 상징성을 최소화한 공간 구성, 화면을 가르는 과감한 면의 분할, 감각적인 색채로 채워진 공간과 대비되는 인물 - 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드러내고, 긴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수영장은 도시와 현대화의 산물이자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만들어진 인공의 자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색 면으로 도약하거나 다이빙하는 작품 속 인물의 역동적인 몸짓은 정적인 이질감을 보인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광활한 자연, 혹은 미지의 이상향을 향해 도전하는 현대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 기대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의 경험이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돌아선 인물의 모습에 담겨있는 것이다.
2006년경부터 시작된 박상희의 색 면 작업은 일상의 공간 속에서 찾아낸 비현실적 장면의 포착에서 비롯되었다. 공간을 바라볼 때 느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색면분할로 간결하게 묘사하기 시작하여 점차 공간을 압축하여 색과 면으로만 표현하고, 작은 상징 구조물을 통해 공간의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주로 산 배경과 함께 박상희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수영장은 도시와 현대화의 산물이자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 깃든 '인간이 자연을 흉내 내서 만들어 낸 욕망'의 장소이다. 색면회화 초기 수영장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원색의 강렬함은 점차 톤 다운되어 파스텔 색조의 따뜻한 색 면으로 대체되었으며, 작가의 감각적인 색 면의 활용은 공간을 실제가 아닌 공허하고 몽환적인 미지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아크릴로 광택 없이 표현한 공간과 다르게 유화로 표현한 작품 속 인물들은 안료의 물성 대비를 통해 더욱 생동감을 지니고 있다.
박상희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 지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작품에 담아낸다. 화면에 보이는 배경은 강렬한 색 면을 사용하여 장소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전통적인 정의를 해체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사선과 수직선을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불안한 느낌을 강조하며 이러한 선들은 그 자체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단순한 형태의 색 면과 힘 있는 색채로 표현한 화면구성 속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어떤 형태의 정서적 환기를 관람자에게 전달한다.
어딘가의 낯선 곳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 생소함과 정서적인 무게를 캔버스에 담은 박상희의 작업은 현대 사회 속에서 불완전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