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23.12.8-12.29
전시제목: 사진의 즐거움 展
참여작가: 구성연, 김수강, 김시종, 황정후
작품문의: 02 543 1663
김수강은 세상의 작은 사물들과 조우한 기억, 그 만남을 사진의 갈피 안에 품는다. 그것은 일회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자의 눈망울 속에 잠긴 풍경이다. 일상이 소요와 산책, 관찰과 느릿한 시선들의 산책 속에서 겨우 건져 올려진 것들이다. 그 풍경은 고독하고 다소 아련하다. 작고 소소하지만 우리네 일상 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대상들을 적막하게 떠올려 보여준다. 우리는 늘상 그 대상들을 보았지만 단 한번도 그것 자체를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김수강의 사진은 새삼 우리가 보고 접해왔던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고 다시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오로지 사진만이 한 사물, 대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응시하게 해주는 힘이 있음을 그녀의 사진은 탁월하게 증거한다.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 아래 도구화되거나 사물화 된 대상들을 홀연 단독으로 위치시켜 그 사물에 부여된 선험적인 인식이나 관계의 끈들을 끊어내고 오로지 그것 자체만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배려가 있다.
정지된 시간 속에, 막막한 공간 속에 홀로 남아 관자의 눈에 다가오는 이 사물들은 마치 의인화된 대상들처럼 자리한다. 몽당연필, 휴지, 옷핀, 우표, 돌멩이, 속옷, 접시, 보자기 등등의 사물을 고즈넉하고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다. 작은 사물, 하나의 대상만이 적막하게 존재한다. 본래의 형태를 가만 부감시켜 줄 뿐인데 그 위로 아주 오래도록 그 사물을 응시한 결과물로서의 침전과 관조가 내려앉아 종이, 인화지의 피부를 물들이고 있다. 작고 가볍고 흔한 이 일상의 사물을 가볍게 놓여져 세상과의 연관성을 지우고 홀연히 고독하다. 그러나 그 사물들 역시 자신의 생애를 보여주고 이런 저런 기억과 상처를 드러낸다. 그것들은 분명 그렇게 존재한다. 사진은 그 존재성을 각인시키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지만 모든 사진이 그 존재성을 증거한다 하더라도 작가들마다 사진마다 존재성이 외화 되는 방식,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수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의 존재감,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매체가 바로 사진이다.
-박영택교수님 평론중에서